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 일꾼 출신 탈북자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출신 탈북자 문성휘 씨가 남한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2012년 남쪽의 공휴일은 66일입니다. 일요일 53번, 명절이나 기념일 등 법정 공휴일로 13일 쉽니다.
남쪽의 민속 명절은 북쪽과 비슷합니다. 일단 1월 1일을 하루 놀고 설날과 추석에 3일씩 쉽니다.
일제 강점기 만세 운동이 일어난 날을 기념하기 위한 3.1 절, 5월 5일 어린이날, 8월 15일 광복절을 쉬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기리는 6월6일 현충일도 공휴일입니다.
또 석가모니가 태어난 석가탄신일과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성탄절도 하루씩 쉽니다.
북쪽과는 좀 차이가 있죠? 그렇지만 쉬는 날이 다가오면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지고 신나는 건 북쪽이나 남쪽이나 똑같을 것 같은데요.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는 남쪽의 쉬는 날, 공휴일 얘기 해봅니다.
진행자 : 날씨가 진짜 더웠습니다.
김태산 : 더워도 너무 더웠어요. 내 일생에 이런 날씨는 처음입니다.
문성휘 : 남한의 날씨가 더운 건 알았지만 이렇게 더운 건 진짜 탈북해서 처음입니다.
진행자 : 그러게 말입니다. 점점 더 여름 나기 힘들어 지는 것 같아요. 이런 더위에 반가운 시원한 바람처럼 8월 15일이 공휴일입니다. 하루 놀아요. (웃음)
김태산 : 남쪽은 8월 15일을 광복절로 만들었죠? 북쪽은 조국 해방일...
문성휘 : 지금은 광복절이라고 부릅니다.
김태산 : 아? 북쪽에서도요? 내가 나온 다음에 바뀐 모양이네요.
진행자 : 북쪽도 공휴일이 조금씩 바뀌는 모양이네요?
문성휘 : 별로 바뀐 건 없지만 민족의 전통을 살린다고 하면서 옛날엔 한식이나 추석에 하루씩 휴식을 줬는데 지금은 이틀씩 휴식을 주고요. 또 올해 같은 경우엔 청명절이 새로 생겼다고 하잖아요? 8.15도 그래요. 옛날에는 휴식을 안 줬는데 90년대 후반부터 쉬었고 2천년 초반에 들어오면서 광복절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진행자 : 이런 공휴일도 남북이 생각보다 많이 다르네요.
김태산 : 그래요. 저 어렸을 때는 오히려 이런 추석 명절, 한식... 이런 걸 하나도 쇠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80년대 들어서면서 남쪽도 그렇고 중국에서도 그런 명절을 대단히 중요시 하니까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또 국가가 놀지 말라고 해도 사람들이 잊지 않고 추석, 한식을 개별적으로 지키고 하니 국가에서도 어쩔 수 없었던 면이 있습니다. 제가 남쪽으로 온 이후에는 이삼일씩 쉬게 하는 걸 보면 변화가 있는 건 사실이네요. 저는 1950년대 생인데요. 50년-60년대는 9.9절, 10월 10일, 김일성 탄생일, 김정일 탄생일 같은 기념일은 없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8.15와 5.1절이 가장 큰 명절이었어요. 5.1절 때는 돼지를 한 마리씩 잡아서 돼지고기를 집마다 한 킬로씩 줬고 8.15 때는 지역마다 체육대회를 조직해서 잘 놀았어요. 그러다가 70년대 들어오면서부터 8.15는 쑥 들어가고 4.15니 10.10(당창건기념일), 9.9(건국기념일)가 생겼고 공휴일도 정치색이 짙어졌습니다. 근데 지금 와서는 또 광복절이라고 챙기나 보네요.
문성휘 : 북한도 우리 민족의 우수성에 대해서 굉장히 떠들지 않아요? 그런데 북한을 보면 우리 옛 전통을 많이 파괴했습니다. 예를 들면 남쪽에서는 3.1절을 크게 쇠는데 북한에서는 이날을 기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3.1절은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독립운동을 크게 한 날로 꼭 기억해야할 날입니다. 또 한국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하면 언제에요? 추석이나 설날을 얘기하는데요. 북한은 추석, 한식은 우리 전통 명절이라고 하지 최대 명절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김태산 : 최대의 명절은 김일성 주석의 탄생일 4월 15일이라고 하죠. 이제 아마 2월 16일(김정일 탄생일)도 곧 포함되겠죠?
문성휘 : 아마 이제 김정은 제1비서의 탄생일인 1월 8일도 합해져서 민족 최대의 명절이 세 개가 되겠네요?
진행자 : 남쪽에서는 태양절 같은 날은 상당히 낯섭니다.
김태산 : 그렇죠. 태양절하면 사실 이건 무슨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너무 어마 어마한 이름이죠. 김일성의 사후 김정일이 명명했는데 세계가 인정하든 안 하든 북한 안에서는 자기들끼리 부르겠다는 얘기죠.
진행자 : 남쪽에서는 추석과 설날이 제일 큰 명절이라고 볼 수 있죠?
문성휘 : 그렇죠.
김태산 : 뭐 민족의 대이동 아닙니까? 차란 차는 다 도로로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아요. 다들 고향 찾아 가고 산소 찾아 가고 부모 찾아 가고... 하여튼 우리 탈북자들 하나 가는 게 없지 남쪽 사람들은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다 가잖아요?
문성휘 : 왜요? 우리 탈북자들도 임진각 같은 곳에 가서 제사를 지내고 하지 않습니까? 근데 남한은 북한하고 크게 다른 게 있는데요. 추석과 설날같이 며칠씩 노는 휴일엔 연달아 휴가를 붙여서 쉬려고 해요.
진행자 : 연휴는 보통 그렇게들 많이 쉬려고 하죠.
김태산 : 근데 연휴가 뭡니까? 아마 청취자들도 이 소린 다 못 알아들을 겁니다.
진행자 : 연달아 있는 휴가라는 얘기죠.
김태산 : 말하자면 공휴일이 월, 화, 수 이렇게 연달아 있거나 아니면 토요일, 일요일 다음에 월요일이 공휴일이거나 금요일이 공휴일이고 토요일, 일요일 쉬거나... 이런 것도 연휴라고 하죠? 연달아 논다는 말입니다. 어떤 때는 막 4-5일도 쉬죠?
문성휘 : 아니, 그걸 연휴라고 해요? (웃음) 저는 지금까지도 몰랐어요.
진행자 : 그럼 징검다리 휴일은 뭘까요?
문성휘 : 하루 건너서 쉬는 겁니까?
진행자 : 맞습니다. 일요일을 놀고 월요일은 일하고 화요일 다시 공휴일이고... 이런 식으로요.
문성휘 : 아이고 짜증나는 휴식일이네요. (웃음)
진행자 : 징검다리 휴일 같은 경우엔 중간에 끼인 날을 쉴지 안 쉴지 회사 또는 학교의 재량권에 맡기죠.
김태산 : 맞아요. 남쪽은 개인 회사들이니까 그런 식이면 그냥 휴식을 주더라고요. 사실 사장들 입장에서는 직원들을 나오라고 해서 일을 시키면 더 좋겠죠. 근데 회사 직원들의 사기 문제도 있고 그러니까 다 쉬게 해주죠. 근데 북쪽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해주면 국가가 손실을 본다고 해서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자본주의 사회니까 더 가능한 일이에요. 북한에는 연휴라는 말이 없죠? 그런데다 토요일은 휴식하는 날이 아니니까요. 지금 내가 북한에 있다면 분명 협동 농장 밭에 나가있을 겁니다. 여름철엔 간부들이 금요 노동을 하거든요? 그날 농장에 나가면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까지... 여기는 연휴이지만 거기는 연작업 날입니다. 일년에 일요일이 거의 60일 정도 되는데요. 누구나 다 응당 휴식을 해야 하는 날인데도 북한에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일요일에 노는 건 상상도 못하고 겨울에만 일요일 날 쉴 수 있죠. 근데 그렇게 쉬어도 자동차라도 있어야 어디를 가겠는데 차도 없고 갈 데도 없으니까 그냥 집에서 있는 거죠.
문성휘 : 근데 김 선생님, 이젠 그것도 많이 달라졌어요. 옛날엔 일요일은 응당 쉬는 날이었죠? 90년대 들어가면서 일요일에도 휴식을 못하고 계속 동원을 다녔어요. 그게 2천년 들어선 아예 굳어져서 이제 일요일도 동원 다니는 날이 됐습니다.
진행자 : 그럼 언제 쉽니까?
문성휘 : 김일성 생일과 김정일 생일이요. (웃음)
김태산 : 1월 1일, 9.9절, 10월10일... 그거죠 뭐. 그날이 이밥 먹는 날이고 그날이 고기 한 점이라도 먹는 날이고 2월 16일, 4월 15일이라도 돼야 아이들은 사탕 과자라도 받는 날이죠.
문성휘 : 그날도 뭐 휴식을 하나요. 아침에는 동상에 올라가하고 집단적으로 나가서 체육 대회를 해야 하잖아요?
김태산 : 이날을 성대하게 쇤다는 걸 대내외에 알려야 하기 때문에 나가서 축구하고 밧줄 당기기하고... 안 나갈 재간이 없어요. 그거 끝나고 오후에 술이나 한잔씩하고 멍하게 집까지 걸어오게 되면 딱 죽겠죠 진짜.
문성휘 : 제가 강을 넘어서 중국에 가니까 토요일, 일요일 이틀을 쉬더라고요. 중국이라는 나라가 진짜 신기하다, 이틀이나 쉬고... 그런데 이렇게 놀고도 잘 먹고 잘 사는 이유가 뭐지? 이런 생각이 나는 거예요. 우린 한주일 내내 일을 해도 못 사는데... 저는 중국만 그런 줄 알았는데 중국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이건 중국만 그런 게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그렇다고요.
남쪽에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불금이라는 게 있습니다. '불타는 금요일'을 줄여서 '불금' 이러는데요. 남한에서 웬만한 직장들은 거의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해서 토요일과 일요일을 쉽니다. 금요일이면 뒷날 걱정 없이 마음 편히 놀 수 있다고 해서 이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2004년부터 남쪽에서 본격 시행된 주 5일제는 이제 직장 뿐 아니라 학교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처음 주5일제가 시행됐을 때는 하루 더 늘어난 휴일 덕에 주말이 아주 길게 느껴졌는데요. 이제 익숙해지니까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놀고 그럼 일은 언제하나...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모두 남쪽보다 덜 일하고 국민소득은 더 높답니다. 잘 놀아야 일의 효율도 오른다는 주장입니다.
이 얘기 다음 시간에 이어갑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 시간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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