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이제 역사에 부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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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 일꾼,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 주 갑작스럽게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남쪽의 탈북자들도 크게 동요했습니다. 처음엔 놀랐고 이후엔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가장 큰 관심은 앞으로 북한이 어디로 갈 것인가... 여러 전망이 엇갈립니다. 김태산, 문성휘 씨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저는 나아지리라고 봐요. 이 사람들도 이제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포섭하지 않고는 더 이상 자기네가 살길이 없다는 걸 알지 않겠어요?" "글쎄... 그런데 조금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그러나 어떤 전망을 하던 모두 똑같이 바라는 것은 하나,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더 나아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김정일 위원장 사망', 오늘 두 번째 시간입니다.

문성휘 : 그리고 김일성 사망 시에는 특별 경비를 많이 조직했지만 동상 주변이나 연구실이나 이런 곳에만 경비를 섰습니다. 정작 거리에는 보안을 많이 강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북한 당국도 뭔가 걱정하는 부분이 있단 얘긴가요?

문성휘 : 그렇죠. 양강도 같은 건 10군단 군인들까지 풀어서 군인들이 길거리에 좍 늘어섰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주민들은 굉장히 공포 분위기를 느낀다고 합니다.

김태산 : 그러니까 현 북한 정부도 김정일이 독재를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항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우려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주민들을 모이지 못하게 하고 그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그런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보위부, 안전부, 군을 푼 것이죠. 벌써 위에서도 지난 기한에 김정일이 잘못 했기 때문에 인민들이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게 얼마나 갈 것인지, 인민들을 위해 언제 개혁, 개방을 하겠는가,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세계 사람들은 북한이 김정은을 그대로 올라 앉히겠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을 선거하겠는지 주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걱정 반 기대 반입니다.

김태산 : 그거 잘 못하면 진짜 시끄러워 지는 것이죠.

진행자 : 북한 주민들 생활, 이런 소란을 지나면 좀 나아질까요?

김태산 : 저는 나아지리라고 봐요. 이 사람들도 이제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포섭하지 않고는 더 이상 자기네가 살길이 없다는 걸 알지 않겠어요?

문성휘 : 글쎄... 그런데 조금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북한이 그만큼 경계 태세를 높였다는 건 북한 내부가 굉장히 복잡하다는 걸 북한 당국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지금 현재 김정은 체제가 공고화된 것은 아니에요. 북한 당국이 김정은을 많이 선전을 했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그다지 반갑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에요. 그냥 북한 당국이 선전을 하니까 받아들이는 것이죠. 그런데 일단 (김정은이) 좀 젊은 사람이니까 기대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 김일성 주석 사망 했을 때는 남쪽도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호외가 뿌려지고 식당엔 막 오늘 점심 공짜로 준다고 하고 그랬습니다. 그때만 해도 전쟁을 겪은 세대들이 많았고 김일성이 죽으면 통일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단순한 기대도 있었고요. 김정일 사망을 맞는 분위기는 남쪽도 그렇지만 북쪽도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김태산 : 남쪽 분들도 (김정일 사망 소식을) 나쁜 소식으로 받아들이진 않은 것이죠. 이제 진짜 전쟁의 근원들이 점차 사라져가는 겁니다.

문성휘 : 그런데 남쪽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나갈 수도 있어요. 김정은은 아직 주민들에게 뚜렷하게 각인되지 않았고 자기 지도력을 주민들에게 시험해보지 못했습니다. 연평도 사건은 김정은과 많이 연결하지만 당시에는 뒤에 김정일이라는 존재가 있었잖습니까? 그러니까 김정은도 김정일이 없는 상태에서 본인의 지도력을 시험하는 단계를 거칠 것이고 바로 이 부분에서 상당히 걱정스러운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옵니다. 예를 들면 남한에 대한 도발, 북한의 큰 간부에 대한 숙청 등으로 자기의 능력을 보여주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들이죠.

진행자 : 네, 김정은 후계 체제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가장 우려되는 점이기도 합니다. 이제 김정일 위원장은 고인이 됐는데요. 그에 대한 평가, 이제 역사에 맡기고 이제 앞날을 좀 생각해봐야하는 때 같습니다.

문성휘 : 시간이 꼭 증명할 겁니다.

김태산 : 우리 탈북자들은 잔혹한 평가를 내립니다. 아버지 덕에 올라 앉아 최악의 지도자였다고 생각합니다.

문성휘 : 김태산 선생님의 개인적인 의견만 그런 것이 아니라 김정일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김태산 :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불행을 주고 너무나 많은 배고픔을 주고 눈물 나게 하고... 물론, 그 사람이 직접적으로 나에게 어떤 것을 빼앗아 가진 않았어도 그게 그 사람의 통치로 인해 일어난 일이잖습니까? 그리고 그 몸서리치는 감시... 나는 뭐 커서는 배는 곯진 않았지만 그 인간 이하의 감시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김정일이나 나나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인간인데 누가 누구를 감시를 한다? 지금도 생각하면 지긋지긋합니다. 감시, 통제, 우상화 학습, 생활 총화... 아이고, 생활 총화 소리가 또 나오네요. (웃음)

문성휘 : 고난의 행군... 북한도 역사가 경험하지 못한 준엄한 행군을 했다고 얘기하면서 북한 땅 어디에도 고난의 행군 기념비 하나를 세우지 못합니다. 그만큼 수치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죠. 그 역사가 이제 다 파헤쳐지면 평가는 불 보듯 뻔 한 것이죠. 지금 북한에서는 사람들이 막 울고불고 난리라는 걸 보여주느라고 우는 모습을 자꾸 텔레비전으로 보여주는데 인터넷에서 굉장히 조롱거리가 되고 있어요. 뭐가 제일 웃기냐면 2011년은 독재자들이 다 가는 해라면서 빗자루로 사람들을 쓸어버리는 그런 그림이 올라오거든요.

김태산 : 재스민 혁명부터 시작해서 올해 생각해보면 진짜 희한해요.

문성휘 : 오사마 빈 라덴부터 리비아의 가다피, 김정일의 사망... 이게 올해 3대 뉴스라는 얘기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사실 씁쓸하죠?

김태산 : 어쨌든 내년에 큰 변화가 있어야 할 겁니다.

문성휘 : 당장 이제 설날인데 주민들이 바라는 건 배급이 아니겠습니까? 김정은에 대한 평가가 배급으로 시작된다는 거죠. 김정일이 아무리 핵을 만들고 미사일 쐈어도 이 배급 때문이 아닙니까? 김정은도 같을 겁니다. 내년도 설부터 당장 배급을 풀겠느냐 이것이 바로 김정은에 대한 평가가 될 겁니다. 그리고 이번 장례 기간이 김정은의 첫 시험대가 될 겁니다. 장례 시간이 13일이나 되고 주민들이 당장 설 준비도 해야 하고요. 북한이 이제 장마당을 막지는 못할 거예요. 장마당을 열었다? 그것만으로 장사가 되는 건 아니에요. 유통이 돼야 장사를 하죠. 장마당을 열어도 특별 경비다 하면서 이런 걸 통제하면 장마당이 돌아가지 못하죠. 여기에서 불만이 생길 수 있는데 김정은이 이걸 어떻게 타개해 나가는지 잘 주시해서 봐야할 부분입니다.

이제 남은 장례 기간, 2일... 김정일 위원장의 평가는 이제 역사에 남기고 세계는 북한의 미래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