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서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북쪽에선 인구 비례에 따라 인구가 적으면 진료소, 많으면 병원이 설치됩니다. 또 큰 병에 걸렸을 경우엔 작은 병원에서 군 병원, 도 병원 등 큰 병원으로 옮겨 치료하는 체계인데요. 남쪽도 비슷합니다. 동네 병원과 종합 병원이 나뉘어있고 간단한 병은 동네 의원이나 보건소에서 진료를 한 다음 검사가 더 필요하거나 입원,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큰 병원으로 옮깁니다. 남한 전역에 크고 작은 병원만 8만 개... 병원이 없어서 못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INS - 김태산 : 나는 진짜 병원에 가기 싫어... 다리가 점점 아파오는데도 그냥 가기 싫어서 병원 안 가요. / 문성휘 : 미안하지만 저는 어제도 병원에 갔다 왔습니다. (웃음)
아파도 병원은 싫다는 김태산 씨 또 본인의 표현에 의하면 아예 한발은 병원에 걸치고 산다는 문성휘 씨, 이 두 분과 함께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 남한의 의료 체계 얘기 이어갑니다.
진행자 : 두 분이 어쩜 이렇게 다르세요?
김태산 : 저번에 눈 때문에 할 수 없이 병원에 가긴 했지만 진짜 병원은 가기 싫어요. 중량이 초과돼서 무릎이 아파요. 병원에 가면 분명히 치료하자고 할 것이 뻔한데 난 안가...
문성휘 : 아니, 요즘은 관절약도 엄청 좋은데 왜 안 가세요?
김태산 : 그냥 병원에 가기가 싫어요.
문성휘 : 저는 아프면 꼭 한밤중에 아파서 이제까지 세 번 구급차에 실려 갔어요.
김태산 : 아니, 구급차에 세 번이나? 아이고 세상에...
문성휘 : 근데 구급차 진짜 빨라요. 아픈 심정에서는 구급차 기다리는 시간이 그렇게 긴데 나중에 보면 5분 안쪽으로 도착하더라고요. 그런데 아플 때는 이 5분이 대단하죠.
진행자 : 진짜 문성휘 씨는 병원에 자주 가요. 요만큼만 아프면 바로 가는 것 같아요.
문성휘 : 미안하지만 저, 어제도 병원에 갔다 왔어요. (웃음) 위경련이 갑자기 와서 아파서 죽을 지경이라 택시를 타고 급하게 병원에 갔는데 주사 놓아주고 30분 정도 누워있으래요. 좀 있으니까 정말 내가 엄살을 쓴 것처럼 멀쩡해졌어요. 병원 나올 때는 좀 창피하더라고요. (웃음)
김태산 : 아니, 무슨 아이들도 아니고 위경련이에요! 아, 담배 펴서 더해요. (웃음)
진행자 : 어쨌든 문성휘 씨처럼 너무 병원과 가까이 지내도 문제이고 김태산 씨처럼 너무 멀리 지내도 문제입니다. 아니, 집 앞에 병원에 몇 개씩 있는데 왜 안 가십니까? 큰 병원은 멀리 있어도 가까이 동네 병원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병 키우시지 말고 얼른 병원가세요.
김태산 : 병을 키운다는 것을 알면서도 병원에 가고픈 생각이 없네요.
진행자 : 제가 보기엔 문성휘 씨는 담배가 만병의 근원이고 김태산 씨는 술이 만병의 근원 같습니다. (웃음)
김태산 : 아, 여기 모두 끓을 사람들만 모아놨네. (웃음)
문성휘 : 저희가 의사를 초청해서 상담을 받는 건가요? 그냥 진단을 내려버리네요?
진행자 : 제가 돌팔이긴 하지만 이건 제 진단이 맞는 것 같습니다. (웃음) 근데 요새는 정말 동네 병원들도 시설이 좋아요. 북쪽도 간단한 병은 동네 병원, 큰 병은 큰 병원가고 그렇게 하죠?
김태산 : 네, 의료 체계는 명백해요. 운영이 안 되니 문제죠. 리 단위도 사람이 적게 살면 진료소, 리의 인구가 500명 이상일 때는 입원실이 있는 병원이 들어섭니다. 리에서는 큰 병이 나면 군 병원으로 군 병원에서 안 되면 도 병원, 도 병원에서 안 되면 평양의 중앙 병원으로 가게 되죠. 여기도 리 단위에 가면 보건소들이 다 있죠? 예전에 북에서 듣기는 의사들이 다 도시로 가서 농촌에는 의사가 없어 치료를 못 받았다고 했는데 요즘에 보니까 뭐 보건소 다 들어가 있데요.
진행자 : 사설 병원이 없는 경우에는 보건소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문성휘 : 보건소에 가도 다 약 있고 그리고 값도 싸요.
진행자 : 보건소는 사실 거의 무료죠.
문성휘 : 시설도 웬만한 병원 못지않아요. 북쪽도 인구 비례에 따라서 진료소, 병원이 있는 그 체계는 아주 좋습니다. 김태산 선생은 평양시 진료소를 가봐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지방 진료소에는 딱 두 가지 밖에 없어요. 청진기와 망치... 망치로 똑똑 두드려서 관절의 소리로 듣고 진료를 하거든요. 아, 한 가지 더 있겠다! 부황 단지가 있어요. 그 부황 단지도 이제 공장에서 만들어 나온 것은 거의 없고 중국에서 온 잼 병, 사탕 유리병을 부황 단지로 써요.
진행자 : 진료소에서 부황을 떠줍니까?
문성휘 : 네,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대개 리 진료소들 같은 건 약이 없으니까 이런 동의학 시설들이 굉장히 발전했어요. 그러니까 대부분의 리 의사들은 침을 놓을 줄 알아요. 여긴 자격이 없는 의사들이 침이랑 놓으면 잡혀가고 벌금도 내잖아요? 근데 북쪽에서는 아무나 놓아요. 내가 돌격대 생활할 때도 정치 지도원이 의사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데도 어느 할머니한테 배웠다고 하면서 저희들 배가 아프거나 체기 받으면(음식이 체하면) 다 그분에게 가서 배침 맞고 무릎에도 침을 맞고 발가락 짬에도 침을 맞고... 그래도 아무도 잡아 안 가요. 제가 맞겠다고 해서 맞은 건데 무슨 잘못이냐, 이러는 거죠?
진행자 : 남쪽은 자격 없는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다가 사고 날까봐 금지하는 것입니다.
문성휘 : 여긴 그 계산이 아주 명백하게 갈라졌더라고요. 아니, 의사가 환자가 급하다는데 침이고 뜸이고 주사고 가릴 것이 어디 있나요...
진행자 : 남쪽은 동의학이랑 양학이랑 구분도 명확해요. 양방 합진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현대 병원은 침, 뜸, 부황 없어요. 또 북쪽은 동의학을 치료에 많이 이용하는데 반해 남쪽은 몸을 보호, 보신하는 약을 짓는 곳이라는 선입견이 강했습니다.
김태산 : 북한에서도 지난 기한에는 신학 의사들은 고려의학을 놓고 저건 의학이 아니라고 배척했거든요. 근데 김일성이가 어느 날 꿩 잡는 것이 매라고 진단은 신학으로 치료를 한의학으로 해라 그런 지시를 내렸어요. 사실 요즘은 아까 문 선생이 말했듯이 진료소에선 침과 뜸, 부황을 곁들이지 않으면 치료가 안 되니까... 웬만큼 아는 사람이면 체기 내리는 것, 타박상 입었을 때 피 뽑는 거 정도는 아니까 그냥 치료를 근근이 해나가는 것이지요. 겉으로 보면 사회주의 사회의 병원이 더 좋은 듯 하지만 지금은 의사에게 진료만 받고 약은 장마당에 나가서 진짜 약인지 가까 약인지 알 수 없는 약을 사먹어야 하는 형편이잖아요? 그리고 남쪽은 1회용 주사기 쓰잖습니까? 공장에서 포장돼 나온 것을 한번 쓰고 버리는데 북쪽에서는 바늘이 부러지지 않으면 버리지 않고 계속 소독해서 씁니다. 아마 남쪽 사람들 그걸 보고 나면 주사 안 맞으려고 할 거예요. (웃음)
누가 아프다고 말하면 북쪽에서 오신 분들은 3-4가지 정도의 민간요법을 줄줄이 알려줍니다. 어느 약초를 구해서 어떻게 해보라는 식의 충고인데 이런 얘기를 듣는 남쪽 사람들의 표정은 대개 다 비슷합니다. 못미덥다... 이런 얼굴인데 저도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부황 단지가 있는 리 진료소 얘기를 듣고 나니 왜 이런 민간요법들을 북쪽 사람들이 그렇게 잘 알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민간요법, 사실 생존 요법으로 불러야 할 것 같은데요. 약과 첨단 시설이 필요한 양학보다 들이나 산에서 약초를 구해 치료할 수 있는 고려의학이 북쪽에서 발달한 것도 당연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고려 의학도 정치적 부침을 피할 수는 없었는데요. 다음 시간에 이 얘기 계속 됩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계세요.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