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건설 이야기③-새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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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김태산 씨와 자강도 시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솔직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한 건설 학도가 남쪽에 와서 보고 책을 한권 냈습니다. 제목은 '아파트 공화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 심지어 미국에서도 아파트보다는 단독 주택이 훨씬 비쌉니다. 남쪽은 반대인데요. 그 특이한 현상을 분석한 겁니다. 저자가 분석한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남쪽의 아파트는 서구에서 생각지 못할 만큼 잘 갖춰진 고급형이라는 겁니다. 고급형이라는 말에는 비싼 자재를 사용했다는 것 외에도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INS - 쓰레기 분리할 때는 손에 장갑을 끼고 했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쓰레기 만진 다음에 손을 닦으라고 다 수도가 놓여있어요.

남쪽 아파트는 북쪽식으로 말하자면 인민적으로 지으려고 노력합니다. 최근 문성휘 씨가 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는데 그 얘기 한번 들어보죠.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 건설 이야기 세번째 시간입니다.

진행자 : 근데 돌격대는 다들 싫다고 하시는데 이렇게 억지 춘향으로 끌려가서 지은 건설물, 문제없을까요?

김태산 : 이렇게 말하면 좀 어폐가 있을 수 있지만 북쪽 사람들이 보수는 받지 못해도 다 양심적이에요. 내 것이 아니니 대충하지라는 생각 안하고 저도 거기서 50-60년을 살았어요. 북쪽 사람들이 그거 보면 참 순진하죠?

문성휘 : 그런데 그게 90년대에요. 지금은... (웃음)

김태산 : 참, 난 옛날 소리했나? (웃음) 문 선생 얘기가 맞을 것 같아요.

문성휘 : 그전에 통일 거리에서 건설할 때 무너져서 숫한 사람이 죽지 않았어요? 그런 일들이 지금은 너무 비일비재하거든요. 그리고 80년대 지은 아파트들, 평양시 아파트만해도 안 그런데 지방 아파트들은 전부 석탄으로 만든 블로크(블록)으로 지어진 것인데 그것이 습기를 머금으면 위험해요. 남한 같으면 다 철거했을 거예요. 이런 건물들이 참 너무 많아요. 그리고 지금은 건설을 완성해주지 않아요. 평양시도 그렇게 분할한다하지 않아요? 골격만 지어주고 나머지는 자기절로(본인이) 시멘트 얻어서 미장까지 해야 해요.

김태산 : 건설 자재를 다 자기가 다 구입해서 해야 하는데 그것이 남쪽 같이 흔해서 상점에서 팔아만 준다면야 걱정할 것 없지 않겠어요? 그러나 북쪽은 그렇게 구할 수 없으니 돈을 조금 주고 건설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시멘트 1-2톤 구하고 또 노력(인부)을 사서 공사를 하죠. 이것도 안 되는 사람은 그냥 1-2달씩 저 혼자 그냥 해야 하는 거예요.

문성휘 : 그러다나니까 국가 공사가 부실 공사가 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뼈만 세워주니까 안을 공사하기 위해서 다른 공사장에서 건설자들에게 시멘트를 몰래 사야하잖아요? 그러면 건설자들은 몰래 빼돌려 팔고 팔고 하면 정작 건물 지을 때 써야할 시멘트가 모자라요. 부실공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진행자 : 그렇군요... 아, 문성휘 씨는 얼마 전에 새 아파트에 입주하셨죠?

문성휘 : 아파트라는 것이 해마다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이 보여요. 제가 기존에 살던 아파트가 98년에 살던 아파트거든요? 그 아파트도 처음에 보면서 집이 참 멋있다 했는데 이번에 새로 지은 아파트를 가보니까 외형부터 달라요. 들어가는 출입구부터 몽땅 고급 자재를 사용했는데 정말 멋있어요. 제일 편리한 게 자기 집에서 텔레비전을 켜면 아파트 공원이나 지하 주차장이 다 보인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집 얘들이 아파트 어디서 놀고 있는지 혹시 사고를 당하지는 않는지 다 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거죠.

진행자 : CCTV 가 다 연결이 돼있다는 얘기죠?

문성휘 : 맞아요. 예를 들어 텔레비전 통로를 9번 틀면 주차장, 11번 틀면 놀이터 이렇게 나온다는 얘기죠. 얼마나 그게 편리한지... 아들 녀석을 시험 삼아 술심부름을 시키고 집에 앉아 한번 봤어요. 그 녀석은 학교에 가서 주말에만 집에 오니까 그런 게 있는지 몰랐던 거죠. 제가 술 사가지고 돌아온 아들한테 가다가 왜 강아지를 때렸니? 물어보니까 눈이 이만해 지는 거예요.(웃음) 텔레비전을 켜서 보여주니까 '아... 세상이 이렇게 발전했네.' 하더라고요. 그리고 쓰레기 분리할 때는 손에 장갑을 끼고 했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쓰레기 만진 다음에 손을 닦으라고 다 수도가 놓여있어요. 조금은 불편해진 것도 있어요. 한국은 차들이 빨리 달리지 못하게 속도방지턱을 도로에 만들어 놓는데 새 아파트 도로에 설치된 속도방지턱은 무지 높아요. 어린이나 어르신들이 다 칠까봐 이렇게 높게 만들어 놨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새로운 집 자랑이었습니다. (웃음) 세심하게 신경 써서 지었네요.

문성휘 : 집안 내부 시설도 옛날하고 진짜 달라요.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 아, 그리고 예전에 문에 작은 구멍이 있어서 밖에 사람이 오면 그걸로 봤잖아요? 예전에 살던 아파트 만해도 문에서 초인종을 누르면 전화 화면으로 누가 왔는지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새 아파트는 사람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밖에 누가 안 와도 내가 버튼만 누르면 항시 볼 수 있어요. 또 집을 비울 때 녹화 기능을 눌러 놓으면 낮에 왔다간 사람들도 다 확인해볼 수 있어요. 도적놈들 같은 건 얼씬 못하죠.(웃음)

진행자 : 그런 기능까지... 이 정돕니다. 요즘 아파트. 여기 사는 저도 놀랄 지경에요.

김태산 : 그러게 말입니다.

문성휘 : 사람이 사는 세상이 그런 게 아니겠어요? 사람의 편의를 최고로 놔야지요. 2012년에 강성대국을 한다고 해도 그게 주민들의 편의를 봐주는 것이 어디 있어요? 그냥 순 보여주기 식.

김태산 : 그저 이용해먹기 위한 미사여구에 불과한 거죠.

문성휘 : 인민을 위한 세상이라는 것이 건설 이야기와는 동떨어진 것 같아도 내가 여기 상점에서 무슨 물건을 한번 보려면 어느새 뒤에 사람이 따라 붙지 않아요? 그래서 이건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어떻게 사용하고 전기를 얼마나 소비되고 정말 세세히 설명해주지 않아요? 아파트도 사람이 살기 참 편하고 이게 인민을 위한 세상, 사람들의 편의를 보장해주는 세상이죠. 이런 게 보장이 돼야 사람들이 살맛이 나죠. 일할 맛도 나고요.

김태산 : 아마 우리가 이렇게 방송하면서 아파트에서 복도도 다 감시하고 주차장도 다 감시하게 돼있다고 하면 아마 북쪽에서는 남조선이라는 사회는 강도가 많고 인간이 살지 못할 사회이기 때문에 감시 체계를 많이 달아놨다고 선전할 기예요. 아마. (웃음)

문성휘 : 맞아요. 아마 그럴 거예요.

김태산 : 우리는 그게 참 편하고 우리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어서 참 좋고 누가 찾아오면 복도에 누가 왔나 확인해 볼 수 있어서 편하고 좋고 북쪽식으로 말하면 참 인민적이라고 하겠는데 아마 북쪽에선 우리가 이말 한 걸 가지고 남쪽에서는 강도가 많아서 가는 곳마다 감시 카메라를 다 달아놓고 지어는 집 문 앞에 카메라도 달아 놨다 그럴 겁니다. (웃음)

진행자 : 당국은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주민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김태산 : 나름이겠지만 이제 북쪽도 이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근데 국가와 수령님께서는 듣게 되면 그 남조선 사회는 사람 못 살 사회야 이렇게 내리 먹이겠죠.

문성휘 : 얼마나 발전했는지 얘기를 하자면 2년 전 화재가 났는데 출입문 자동열림 잠금이 작동을 안 해서 사고가 난 사례가 있잖아요? 이제 이 자동 잠금 열쇠가 다 열 감지 기능이 있어서 화재가 나면 자동으로 열려요. 사람이 안 열어도... 저는 이런 걸 보면 정말 감탄이 되요...

역사적으로 엄청난 인력을 동원해 자신의 동상을 세우거나 묘를 만들거나 했던 권력자는 끝이 좋지 않았습니다. 또 역사 속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사람을 위한 건축, 북쪽 식으로 인민을 위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지난 시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건설 이야기 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 인사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