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담배②- 0.1mg 과 12mg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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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김태산 씨와 자강도 시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애연가들의 주장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남쪽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담배는 '에쎄',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담배는 디스플러스입니다. '에쎄'는 제일 순한 것이 니코틴 0.1mg 디스플러스는 조금 독해서 5.5mg입니다. 북쪽 담배와 비교하면 굉장히 순한 편이죠. 그래서 문성휘 씨 같은 주장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북쪽에서 12 mg을 피웠거든요? 지금 0.1mg을 피우는데 그러니까 내가 얼마나 발전했어요? 굉장히 발전한 거죠?"

12mg과 0.1mg의 차이처럼 흡연에 대한 남북 사회의 인식 차이도 큽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지난 시간에 이어 '담배'얘기 이어갑니다.

진행자 : 북쪽 담배 맛, 남쪽 담배 맛, 비교해보면 어떠세요?

김태산 : 남쪽 담배 맛이 좋죠... 담배도 가공하잖습니까? 꿀도 들어가고 알코올도 들어가고 여러 가지가 들어가서 잘 가공해야 맛이 좋아지는데 이것은 그냥 햇볕이 말린 것이니까 대진이 절어서 말린 것이니 정말 독하죠. 한 대 피면 그냥 목구멍이 꽉 막히고 어질어질하죠.

문성휘 : 최근 평양 담배가 일부 중국을 통해 들어온 것이 있어요. 그걸 제가 한 대 피워보려고 했는데 아휴... 못 피우겠더라고요. 북쪽에 있었을 땐, 그거 한 대 피우면 정말 기분이 좋고 그랬는데 이젠 못 피우겠어요. 북한 담배는 (보통 타르 함유량이) 12mg입니다.

진행자 : 굉장히 높은 거죠?

문성휘 : 그럼요. 제가 지금 피우는 것이 타르, 니코틴 함량 0.1mg짜리 피우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최고 높은 것이 디스, 말보르, 던힐. 이 담배들이 6mg이예요. 근데 12mg이라니까...

김태산 : 나도 그거 피워봤는데 쿠바 시가 비슷하게 독해요. 한 모금 넘기가 쉽지 않다니까?

진행자 : 아니, 그렇게 독한 담배를 피우면 건강에 이상이 없을까요?

문성휘 : 있죠. 좋을 리가 있나요? 근데 남한은 그런 선전을 굉장히 많이 하잖아요. 독한 담배, 니코틴, 타르 건강에 좋지 않다... 그런데 북한은 장군님 선전만 하자고 해도 바쁘니까 언제 그런 선전을 하겠어요? (웃음)

김태산 : 담배가 의학적으로 건강에 나쁘다고 담배 피우지 말라고 의사들까지 나와서 그러는데 북쪽에서 뭐 그렇게까지 안 하죠.

진행자 : 사실 흡연자를 막 궁지에 몰아넣으면서 국가적으로 금연을 시키는 이유가 바로 이거거든요. 건강에 좋지 않다니까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흡연을 금지시키는 겁니다.

김태산 : 맞아요. 피우는 사람뿐만 아니라 담배 연기를 옆에서 맡는 사람도 해롭다고 하면서 몰아붙이는 것 아닙니까? 막 죄인 취급하고 흡연 장소를 없애고... 지금 흡연자들은 정말 서러워서 울 정도죠.

문성휘 : 한국이라는 데가 또 자유롭잖아요?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너무 구박을 주니까 인터넷 상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막 그러거든요. 이대로 참아야 하냐? 우리도 모여서 담배를 피우며 시위를 하자! 저도 막 그런데 참가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그런데 요전에 청계천이 갔는데 열댓 명이서 구호판을 들고 가는데 "당신은 이제 흡연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서명하십시오". 아... 정말 어떻게나 반가운지 달려갔어요. 나도 서명을 하겠다고 하니까 그쪽에서 언제부터 금연하시겠습니까? 이렇게 되묻는 거예요? (웃음) 얼마나 기가 막인지... 나는 흡연자들이 항의하는 시위인 줄 알았는데 금연 시위였던 거예요. 허, 참... 우리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정말 설 곳이 없어요.

진행자 : 그거 아세요? 금연 아파트? 이 금연 아파트로 지정되면 베란다, 화장실 뿐 아니고 아파트 단지 전체에서 담배를 못 피워요.

문성휘 : 나는 사실 이러면 안 되는데 아파트 복도 대피 층계가 있잖아요? 비상계단이요. 거기서 몰래 재떨이를 놓고 담배를 피우거든요. 그러면 안 되는데... 근데 계속 재떨이를 들고 갔다 왔다 하기도 귀찮고 집안에 들여놓으면 냄새도 나고 그래서 비상계단 한쪽에 살짝 놓아뒀는데 자꾸 청소 아주머니가 그걸 치워요. 그래서 어느 날, 가서 사정했거든요? 사실 내가 담배 피우는 사람인데 이걸 자꾸 버리면 어쩌나... 그럼 내가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화단이나 이렇게 밖으로 던질 수밖에 없지 않나... 이것 좀 그냥 놔둬 달라고 하니까 아줌마가 갑자기 '담배는 왜 못 끊어!' 버럭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웃음) 그러니까 할 말이 없는 거죠.

진행자 : 그런데 진짜 담배 끊고 싶으신 생각은 없어요?

문성휘 : 사실 저도 담배에 이제 중독이 돼서 그러는데 제가 북쪽에서 12 mg을 피웠거든요? 지금 0.1mg을 피우는데 그러니까 내가 얼마나 발전했어요? 굉장히 발전한 거죠?

김태산 : 별 긍지감이 다 있고만...

문성휘 : 사실 저 굉장히 긍지감 있거든요?(웃음) 이제 줄였다! 영점 영 몇 짜리 피우니까 이제 정말 종잇장 한 장 차이에요. 이 종잇장을 홀 뚫으면 이제 끊는 거죠.

진행자 : 그래서 언제 뚫으실 건데요?

문성휘 : 그게 좀 힘듭니다...(웃음)

진행자 : 근데 탈북자들 전체 흡연율은 어떠세요? 사회 분위기가 이러니까 담배 끊으시는 분들 많지 않나요?

김태산 : 탈북자들이 많이 피우죠. 북쪽에선 무슨 말까지 있느냐면 금과 풀을 바꿔다 피웠다고 하거든요? 금, 은, 동, 구리, 알루미늄... 이런 걸 막 걷어서 중국에 갖다 주고 담배 가져다 피웠다는 얘기죠. 참, 북쪽 사람들 독한 술과 독한 담배 좋아해요. 나도 있을 때 좋아했고... 거기서는 진짜 던힐 담배 하나 피우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여기 오면 널렸으니까 좋은데 근데 이제, 생활도 문화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결심하고 끊어요. 그렇다고 문 선생이 비문화적이라는 것은 아니라... 근데, 문 선생도 그게 비문화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결심이 약하니까 못 끊는 거 아닌가? 나도 술을 마시면 드문히 한 대씩 태우는데 맛이 정말 좋아요. 그렇지만 지금 다시 시작하면 안 되겠기에 참는 것이죠. 문 선생도 가족들이 반대하는 일을 구태여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하루에 몇 갑 피워요?

문성휘 : 하루에 한 12 개비 정도.

진행자 : 많이 태우시는 데요?

문성휘 : 많이 피우는 사람은 한갑 반 이렇게 피웁니다.

김태산 : 세 갑 피우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12대 피우니 괜찮고 12mg에서 이제 0.1로 줄였으니 괜찮다고 안도감을 찾는 건 끊을 자세가 안 됐다는 거죠.

문성휘 : 아, 근데 저는 솔직히 담배 때문에 얼마나 골치가 아픈지 우리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그래,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래, 정말 금연 감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행자 : 아, 금연하는 걸 도와주는 단체나 도우미도 있어요. 제가 연락해드릴까요?

문성휘 : 그건 저도 알아요! 제 책상에 금연 패치도 몇 개나 있는데요. 그거 말고요 금연 감옥이요.

진행자 : 그런데 본인의 결심이 없으면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셔도 담배를 피울 걸요?

문성휘 : 이거, 진짜 야단이에요. 내 건강도 그렇지만 주변 사람들 건강도... 담배 피는 사람들은 정말 지옥입니다. 정말 어떻게 끊어야겠는데...

담배를 끊기 위해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금연 패치... 담배를 끊었을 때 오는 금단 현상을 줄이고 서서히 니코틴의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일정량의 니코틴을 공급해주는 패치, 즉 헝겊 조각을 몸에 붙이는 것입니다. 또 금연초도 있고 금연 껌, 금연 음료, 한약에다 침까지 별별 것이 다 동원됩니다. 담배가 그만큼 끊기 힘들다는 거죠. 얼마 전엔 전자 담배가 등장해서 한동안 많이 팔렸습니다.

말 그대로 전기로 충전해서 피는 담배입니다. 담배보다 약간 큰 원주 펜 크기의 대롱인데 여과기에 니코틴을 대체하는 성분이 포함돼있습니다. 피우면 연기가 나는데 냄새는 없습니다. 담배 냄새가 없으니 실내에서도 피울 수 있다고 많이 팔렸는데 결국엔 화학적 합성 원료라 건강에 좋지 않고 실내에서 피우는 것도 금지돼서 인기가 시들합니다.

이런 금연 관련 용품 시장이 2천만 달러 규모라고 하는데, 이것만 봐도 남쪽의 금연 열풍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진정, 금연 권하는 사회입니다.

다음 주, 담배 얘기, 이어갑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