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 안녕하십니까? 김충성입니다. 대한민국 서울에 동대문이 있다면 중국의 절강성엔 소흥이 있다고 할까요? 둘 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원단 시장이 있는 곳인데요. 이곳에서 원단 장사로 돈 번 분들도 많고요. 원단 장사를 하다가 직접 옷까지 만들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공한 사람도 많습니다. 너무 먼 남의 얘기라고요? 절대 아닙니다. 실제로 소흥의 원단 공장과 직접 거래 하면서 풍부한 원단 장사 경험이 있으신 분이죠. 또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직접 의류공장까지 해보겠다는 이 분, 오늘 ‘돈주의 황금알’ 주인공, 송나연씹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서 이 원단장사와 관련된 좋은 정보, 희망이 되는 얘깃거리로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송나연 씨 안녕하세요.
송나연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지난 시간 방송 못 들으신 분들을 위해서요. 하고 많은 일들 중에 왜 원단장사인지 고향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이유는 뭔지, 다시 한 번 짧게 설명해줬음 싶어요.
송나연 : 네. 완전히 제 경험에서 비롯된 건데요. 제가 고향을 떠나서 중국에 있을 때요. 운이 좋게도 절강성 소흥의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원단 가게에서 일하게 됐어요. 제가 중국어를 할 줄 아니까 한국인 사장님이 원단 주문을 하면 그걸 중국인 원단공장 사장님께 전달하는 식으로 그러면서 원단 장사를 배우게 됐어요. 그렇게 원단 장사를 하다보니까 해 볼 만한 일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차피 우리가 벗고 살지 않는 한 옷을 만드는 원단은 계속 필요한 거잖아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변함없는 거고요. 또 이 원단 장사가 계절을 타지 않아요. 봄이면 봄에 맞는 원단이 겨울이면 겨울에 맞는 원단이 팔리니까요. 제일 중요한 건 제가 원단장사를 해봤으니까요. 원단 값과 기성복으로 팔리는 옷값 간에 차이가 너무 큰 게 보이는 거예요.
진행자 : 그래서 앞으로 의류 공장도 직접 해보겠다는 거죠?
송나연 : 그렇습니다. 옷감은 보통 1야드 단위, 약 90센티 단위로 거래하는데요. 여성들의 여름 옷감 중에 ‘쉬폰’이라고, 얇고 깔깔한 옷감으로 옷을 만든다 치면 원단 값은 1.5달러 정도 하는데, 그 원단으로 만든 옷이 백화점에서 팔리면 약 10만원, 즉 90불이 훨씬 넘어요. 물론 디자인 값과 만드는 품삯을 생각해봐도 값 차이가 너무 나는 거죠. 그래서 제가 고향 땅에 돌아가면 원단을 거래할 줄은 아니까 의류 공장까지 해보고 싶어요.
진행자 : 그래서일까요? 서울의 동대문 시장에서도 원단 가게에서 일하던 젊은이들이 자신이 직접 옷을 만들어 팔면서 젊은 사장님들로 변신하더라고요. 그만큼 돈이 되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거겠네요. 그리고 나연 씨가 고향땅에 의류공장을 세우고 싶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서요?
송나연 : 요새 비싼 인건비 때문에 대부분의 봉제공장은 중국에 있어요. 최근엔 베트남쪽으로도 많이 가는데요. 또 개성공단도 의류 공장이 있잖아요. 제가 원단 거래를 할 때 개성공단으로도 원단이 팔려가는 걸 봤는데요. 북한 사람들이 손끝이 야무지기로 유명하잖아요. 일도 아주 잘 하고요 그래서 제가 고향 땅에 의류 공장을 세우면 그런 좋은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고요. 북한 주민들 입장에선 일자리가 생기니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진행자 : 나연 씨 얘기 들으면 원단 장사 참 쉬워 보이는데요. 원단 떼다가 다른 사람한테 이문을 남기고 다시 팔면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장사가 그렇게 쉬운 건 아니죠?
송나연 : 그렇지요. 세상에 쉬운 장사가 어디 있겠어요. 원단 장사 같은 경우도 주의해야할 점이 있어요. 예를 들자면 필요한 원단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렸을때요. 남한에선 거의 전 국민이 붉은 색 티셔츠를 입고 축구 응원을 했잖아요. 그 때 붉은 색 천이 모자라서 난리가 났다고 해요. 그럴 때 붉은 천을 미리 많이 준비한 원단 장사는 떼돈을 벌었을 거예요. 그렇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 같은 것도 필요한데요. 의류업계, 패션 시장은 보통 몇 계절을 앞서 갑니다. 가령 패션 시장은 벌써 내년 봄, 여름 옷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그럼 원단 장사는 그런 패션시장의 흐름을 보고 내년에 유행할 옷감이나 옷감의 무늬 등 등 그거에 맞는 원단을 준비해야 해요. 그리고 어려운 점도 많은데요. 가령 원단에 불량이 생길 때가 있어요. 그럼 그 불량 원단을 재고처리 해야 해요. 내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거나 원가 이하로 팔아야 하는 거죠. 더 힘든 건 원단 대금을 받는 일예요. 보통 원단 거래를 할 때는 바로 현금 결제를 해 주는 게 아니거든요. 일단 원단을 대주고 돈을 받는 일이라 돈을 떼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 돈을 회수하는 일을 잘 해야 합니다.
진행자 : 수금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라고 하던데,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군요. 근데, 나연 씨가 하고 싶다는 그 일이 아주 먼 미래의 얘기만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 청취자분들도 참고할 만하지 않을까요?
송나연 :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북한 여성들 같은 경우 옷에 참 관심이 많아요. 집에 재봉틀만 있으면 한 옷을 이 옷 저 옷으로 다시 바꿔 입을 수 있을 만큼 손 솜씨도 좋거든요. 그러니까 원단만 있다면 옷을 만들어 파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어떤 모양의 옷을 만드느냐 그 모양, 디자인이 문제인데요. 저 같은 경우 의류 공장을 만들어서 팔 옷의 디자인을 고민하지 않아요. 그 때 그 때 유행하는 옷과 비슷한 견본품을 하나 만들어서 대량으로 팔거거든요. 북한 여성들 중에는 손끝도 야무지지만 눈썰미도 아주 좋은 분들이 많아요. 그 분들 같은 경우, 한국 잡지나 드라마에 나오는 옷을 보고 똑같이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남한에서는 그렇게 남의 옷 모양을 그대로 따라서 만들어 팔면 법에 어긋나는 거지만요. 북한은 아직 그런 게 없으니까요. 가령 이설주가 어떤 옷을 입고 나오면 몇 주 뒤에 그 옷이 유행이라고 하잖아요. 그렇게 이설주가 입은 옷과 비슷한 옷을 만들어 장마당에서 팔면 돈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진행자님도 북한 상황을 잘 아시잖아요?
진행자 : 글쎄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완전 불가능한 건 아닌 것 같고. 일단 북한 현실은 장마당에서 뭐든 팔아야 장사를 해야 살 수 있는 상황이니까 어쨌든 이 얘기들은 참고할 만한 얘기란 거, 청취자 여러분이 염두해 주셨음 좋겠습니다. 나연 씨가 고향땅에 세우고 싶은 의류 공장 얘기로 다시 돌아가서요. 특별히 갖고 있는 계획 있으세요?
송나연 : 네. 앞서 잠깐 말씀 드렸는데요. 저는 옷의 모양새, 디자인에 값을 들이지 않으려고요. 제가 직접 의상 디자인을 배운 게 아니니까요. 대신 질 좋고 튼튼한 옷을 만들고 싶어요. 북한에서는 한국산 제품이 인기잖아요. 질이 좋고 튼튼하다고 해서요. 근데 그런 한국산 제품을 흉내낸, 질이 중국산 제품들이 더 많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제가 직접 원단을 떼다 장사를 할 거니까요. 어떤 원단이 좋고 나쁜지를 알 수 있어요. 그만큼 제 공장에서 만든 옷은 질이 좋다고 믿고 살 수 있을 만큼 좋은 옷을 만들고 싶어요. 또 북한의 옷은 인민복이나 군복이 대부분이어서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좀 발랄하고 화려한 색깔의 옷감들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요.
진행자 : 네. 송나연 씨 말만들어도 밝아지는 평양 거리가 상상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송나연 : 방송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 빨리 고향에 가고 싶네요. 빨리 가서 북한의 친구들과 원단 사업을 크게 하고 싶어요. 그러나 지금이라도 북한 친구들이 직접 단동이나 이런 곳을 통해서 원단을 조금씩 구매해서 자그맣게라도 옷 장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바람이 있습니다.
진행자 : 북한 사람들이 하루 속히 상업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송나연 씨 너무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송나연 : 네 감사합니다.
진행자 : 옷이 날개란 말이 있지요. 옷이 좋으면 그 사람도 돋보이기 마련입니다. 송나연씨가 만든 옷을 입은, 돋보이는 여러분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저도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이 프로그램은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단체 ‘나우’가 제작하고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기술 지원하는 방송입니다. 저는 김충성이었습니다 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