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구, 김광수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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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매주 목요일은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강원도 춘천에서 살고 있는 김철구 씨와 김광수 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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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

김인선: 마순희의 성공시대!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한 주 잘 지내셨지요? 안녕하세요?

마순희 :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2016년 기준으로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중 여성의 비율이 74.2%, 남성의 비율이 25.8%로 집계됐습니다. 상대적으로 남성이 적다는 말인데 오늘의 주인공은 두 분이나 되는데 다 남성이네요.

마순희 : 네. 맞습니다. 그래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탈북민들을 찾아가는 우리 착한 사례 취재단의 취재사례들에도 여성의 비율이 훨씬 많답니다. 많지 않은 남성들 중의 두 분인데요, 더구나 두 사람은 부자지간입니다. 아버지인 김철구 씨는 금년에 62세인데 지금도 정규 회사에서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고 아들인 김광수 씨는 27세 청년으로 춘천에서 식당을 하고 있습니다.

김인선: 두 분 얘기 잠깐 들었지만 일단 정착을 잘 하고 계신 것 같네요. 그런데 아버지와 아들이 한국엔 어떤 이유로 나오게 된 걸까요?

마순희 : 네. 김철구 씨 가족은 북한에서도 북쪽 지방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경제적 어려움 없이 식구들, 친척들 모두 무난히 살아왔는데, 처가 아프면서 생각이 바뀌게 됐답니다. 어느 날 처가 산부인과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이 잘못된 겁니다. 그래서 재수술도 여러 번 받게 됐는데 병세는 차도가 없었고, 수술 주치의였던 산부인과 과장이 퇴직한 후에도 불법인줄 알면서 그 의사의 집에서 몰래 치료도 받았답니다. 그렇게 전 재산을 다 팔아가면서 처에게 정성을 쏟았는데, 결국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게 됐대요.

철구 씨 입장에서는 돈 잃고 사람 잃고 마음이 뜬 거죠 . 더는 그 나라에 살고 싶은 미련이 없어지면서 탈북을 결심했고 남한으로 오게 됐는데 아들 광수 씨가 한국으로 오는 것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탈북에 완고했던 광수 씨는 조국을 배반하는 것은 아버지 하나로 족하다며 자신은 절대로 탈북하지 않고 사회주의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당연히 군대에 나갈 줄 알았던 광수 씨는 아버지가 탈북했다는 이유로 남들이 다 가는 인민군대 입대를 거부당하게 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열심히 살았어도 알아주지 않는 북한에서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제야 남한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김인선: 그렇게 한국에 왔을 때가 18살 이예요. 남한에서는 고등학생인 나이인데 광수 씨는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는지 여부가 궁금합니다.

마순희 : 예. 고등학교 과정을 여기(한국)에서 마쳤고요, 그리고 학교를 졸업했지만 대학에 가는 대신에 오히려 광수 씨는 스스로 진로를 개척하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한국에서 배워 온 친구들과는 공부로써는 경쟁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기초가 약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남들 다 가는 대학이라고 그냥 따라갈 것이 아니라 적성을 찾아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싶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소신대로 대학진학 대신 대기업의 식당에 취업하게 됐는데요, 2-3년간 음식 만드는 걸 배우며 열심히 하다 보니까 최연소 정규직으로 근무하게 됐습니다.

김인선: 대기업 식당이면 수백 명의 사원들 식사를 담당했겠네요. 거기에 임시직이나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이면 인정을 받았다는 건데, 광수 씨는 일찌감치 성공적인 정착을 한 것 같은데요?

마순희 : 그런데 광수 씨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만의 식당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남들이 그렇게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퇴사하고 식당을 개업하게 된 것입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차곡차곡 저축했던 자금을 밑천으로 직접 식당자리를 알아보고 음식의 종류와 가게 표지판(간판) 등 모든 것을 혼자서 해 나갔습니다.

김인선: 당시 나이가 25살! 꽤 어린 나이에 사장님이 됐습니다. 음식 장사라는 게 워낙 유행을 타면서 새롭게 생겨나는 식당들이 많아서 젊은 혈기에 성급하게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좀 되는데요. 그것도 막국수와 닭갈비로 유명한 강원도 춘천에서 닭갈비 식당을 열었네요?

마순희 : 맞습니다. "강쇠네 태백 물 닭갈비" 라는 식당인데요, 음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뒤에 결정했다고 합니다. 소문난 식당이 있다고 하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꼭 찾아가서 먹어봤고 요리 법을 배우는 것을 전혀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닭갈비가 유명하다고 소문난 곳은 다 찾아 다니면서 맛을 보고 조리방법을 익힌 후에 "강쇠네 태백 물 닭갈비" 식당을 내오게 됐는데요, 만든 음식을 주변사람들에게 대접하고 의견을 듣기도 했다고 합니다.

김인선: 한국에선 닭 참 좋아하죠. 기름에 튀긴 프라이드 치킨, 야채와 양념을 볶아서 먹는 닭갈비까지 그야말로 대중적인 음식인데요. 닭갈비라는 음식이 탈북민들에게 처음엔 좀 낯설지 않을까 싶어요.

마순희 : 네. 저도 닭갈비라는 음식이 있다는 것을 한국에 와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북한에도 여러 곳에 닭 공장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닭이 귀하다 보니 수요를 충족하지 못 해요.

김인선: 광수 씨도 닭갈비는 한국에 와서 처음 접해봤을 텐데, 그것도 닭갈비로 유명한 춘천에 가게를 냈단 말이죠. 선생님도 직접 가서 맛을 보신 걸로 아는데, 그 맛은 어떻던가요?

마순희 : 한 번 먹으면 다시 오지 않을 수 없는 묘한 끌림이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거기에 춘천식 물김치며 만두 등 밑반찬 하나하나에도 남다른 정성이 엿보였습니다. 음식 맛을 보니 매출이 궁금하더라고요. 광수 씨에게 수입이 어느 정도 되냐고 물었더니 직장생활 했을 때보다는 낫다고 말하더군요. 대기업의 월급이라면 꽤 많은 금액이었을 텐데 그보다는 벌이가 낫다는 말에 장사가 잘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김인선: 광수 씨 아버님도 함께 닭갈비 식당을 운영하면 더 힘이 되고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김철구 씨는 다른 일을 하시네요?

마순희 : 네, 사실 광수 씨가 식당을 하겠다고 했을 때 가장 반대하신 분이 아버지셨다고 합니다. 네 나이에 공부를 해야지 대학도 안 다니고 무슨 사업부터 한다고 그러냐는 것이었죠. 한 푼도 도와줄 수 없다고 못을 박았을 정도였는데 광수씨도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대요. 아버지와 아들은 결국 서로의 판단대로 각자의 일을 하게 됐는데요, 철구 씨는 철구 씨 나름대로 춘천에 주택을 받고 나와서 엿새째 되는 날부터 일을 시작해 지금까지 쉬어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우리 탈북민들이 한국에 올 때에는 브로커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 당장 생활비도 벌어야 했고 브로커 비용으로 돈도 줘야 했고 또 북한에 두고 온 아들의 생활비도 그렇고 또 그 아들을 데리고 올 것을 대비해서 브로커 비용을 미리 마련해야 했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아끼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일하면서도 여러 가지 자격증도 취득했는데요, 지금은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건설 중기 기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김인선: 김철구, 김광수 두 부자는 서로 다르지만 가치관이 참 확고하네요. 그게 지금의 성공적인 인생을 살게 된 원동력이 아닐까 싶은데요. 선생님은 두 분 만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마순희 : 두 사람의 성공의 요인이 닮은 듯 다른 데가 있는 것 같아요. 김철구씨는 성실과 근면을 통해 업무에 정통할 수 있다는 것이고 아들인 광수 씨는 멈추지 않는 도전을 하다 보니 성실하고 근면해진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이용해 열심히 노력하는 기성세대와 새로운 것을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신세대의 참신함을 배울 수 있었는데요, 춘천에서 성공한 일가라고 누구나 칭송하는 김철구, 김광수 부자의 멋진 정착이야기를 전해드리면서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모든 분들에게도 응원의 인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여러분 모두 파이팅 입니다!

김인선: 이렇게 성공은 누구나 이룰 수 있지만 성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탈북민들의 성공과 그 기준에 대해 들어보는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김철구, 김광수 부자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