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가속화되는 대남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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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과거 남북접촉을 하면 으레 북측에서는 남측에 대해 대북 방송과 삐라 살포 하지 말라고 요구하곤 했습니다만, 근래 북쪽에서 날린 삐라가 남쪽에 떨어지는 사례가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북한의 대남 심리전이 본격화 되고 있다는 조짐일까요?

강철환: 그렇게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서울 북한산 주변이나 경기도 일대에 북한에서 보내온 것으로 추정되는 삐라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습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그것과 관련된 삐라들이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습니다. 요즘 서울 주변에 등산하러 다니는 사람들은 심심치 않게 이상한 삐라들을 발견한다고 말합니다.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반남한 삐라들이 북한에 의해 지속적으로 뿌려지고 있습니다.

전. 그렇다면 북한이 오히려 거꾸로 대한민국에 대한 공세적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는 얘기네요?

강. 그렇습니다. 북한은1990년대 후반 들어 남북한 심리전에서 완전하게 수세에 몰리게 됩니다. 식량난으로 수백만이 아사하는 참극이 벌어지자 더 이상 북한의 심리전은 먹히지 않게 된 것입니다. 거기에 한국에서 보내지는 삐라와 물자들이 황해도 일대에 살포되면서 북한군과 주민들이 무차별적으로 한국의 심리전에 노출됩니다. 사실상 심리전에 의해 황해도에 밀집한 인민군 주요 군단들이 사상적으로 붕괴되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때부터 심리전은 대한민국의 효과적인 대북전략이 되었고 북한군은 사실상 남한의 심리전을 위협적인 무기로 느끼게 됐습니다. 그런데 요즘 북한이 그런 심리전 무기를 대대적으로 남쪽을 향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뭔가 시대착오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전. 이미 한국과 북한의 경제적 격차는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서 북한의 심리전이 남쪽 주민들에게는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란 말씀 같은데요.

강. 그렇습니다. 북한은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자 한국정부와 가장 먼저 협의를 한 것이 심리전을 중단하는 문제였습니다. 김정일 정권에게는 당시 돈과 식량이 그 무엇보다도 급했지만 한국이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려면 무조건 심리전을 중단하라는 전제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북측이 요구한 대북 심리전을 중단시키자, 김정일은 그걸 자신의 가장 큰 업적으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남한 내 탈북자들이라는 큰 복병이 나오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한국정부는 북측과의 합의에 따라 대북심리전을 중단했지만 그 후부터는 민간 탈북자 단체들이 나서서 삐라를 살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전. 남북 접촉이 있을 때마다 북한측은 삐라살포 중단을 계속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사실 노무현 정권 때에도 판문점을 통해 북한군부는 끊임없이 탈북자들이 뿌리는 삐라에 대해서 강렬하게 비난했습니다. 은밀하게 진행하는 민간단체들의 삐라 날리기가 세상에 더 많이 알려지게 된 데는 북한의 이런 삐라살포 성토와 중단 요구가 큰 몫을 했습니다. 그래서 남한 내 탈북자단체들의 대북삐라 날리기 운동의 최대 홍보자는 역설적이게도 북한당국이란 말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정부의 입장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국가에서 탈북자들의 삐라 살포는 국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그나마 탈북자 단체들의 삐리 살포를 억제하려는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북측은 그런대로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부터는 탈북자들이 삐라살포 기자회견을 열 때마다 고사포와 기관총을 동원해 살포 원점을 타격하겠다는 협박을 지속해왔습니다. 실제로 한 탈북자단체가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대북삐라를 살포하자 풍선을 향해 중화기 사격을 가한 적도 있습니다.

전. 그런데 이제 북한이 대놓고 남쪽에 삐라를 보낸다는 것은 남북한 심리전을 기정사실로 인정한다는 뜻이 아닙니까?

강. 그렇습니다. 사실 북측이 남측 민간단체들의 삐라살포 행위를 비난하려면 적어도 자신들은 대남삐라 날리기를 하지 않고 있어야 그 명분이 설 겁니다. 하지만 북측이 대거 삐라를 날리고 있으니 피장파장인 셈이죠. 북한의 온갖 협박에도 탈북자들에 의한 대북 삐라 살포는 점점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평양 중앙 보위부에는 탈북자들이 보내는 삐라 수거를 관리하는 특별부서까지 생겨날 정도입니다. 남한정부가 아닌 민간단체들이 벌이는 일이지만 북한 내부에는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바람만 잘 타면 삐라가 평양에 까지 날라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북한의 정보기관은 엄청 긴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은 한국에 공개적으로 삐라를 중단하라는 협박을 지속하면서도, 사실상 현실적으로 삐라를 막기가 어렵다는 걸 인식하고는 대남삐라 살포 전략을 준비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전. 그렇다면 김정은이 집권하고 나서는 남측의 민간단체 삐라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맞불작전을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강. 그렇다고 봅니다.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도 대남 심리전을 할 역량과 의도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한에 선전 삐라를 뿌려봐야 효과가 없기 때문에 안 한 것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집권하면서부터 남쪽의 탈북자들이 북쪽에 뿌리는 것 몇 배로 남쪽으로 북한 삐라를 살포할 것을 지시한 것입니다. 특히 계절적으로 북풍이 부는 겨울철에는 북한이 공세적으로 대남 삐라살포를 강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 그런 계절풍 때문에 추운 겨울에는 아무래도 북쪽으로 삐라 날리기가 어렵겠네요.

강. 그렇습니다. 저도 북한에 있을 때 남한 삐라는 겨울이 지나고 나서야 떨어지는 걸 봤습니다. 따듯한 바람이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는 남풍 계절인 봄부터 한국에서 삐라 살포가 본격화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계절적으로 북한에게 유리한 시기이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북한의 무차별적인 삐라 살포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전. 하지만 그 삐라가 한국인들에게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걸 김정은이 모를까요?

강. 김정은은 아버지가 하지 못한 것들을 자신은 과감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단순하고 감정적이고 무모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남 삐라 살포 역시 비효과적이라는 걸 모르진 않을 텐데, 개인적인 억하심정의 발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근래 수거되는 북한 삐라 내용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 개인에 대한 입에 담기도 민망한 욕설이 난무합니다. 비록 북한의 삐라살포가 남한 사람들에게 별 영향이 없다고는 해도 이제 북한이 노골적으로 대남심리전을 본격 전개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민간단체의 삐라 날리기를 넘어서는 정부차원의 대북 심리전을 펼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