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동북삼성 거점 상실

0:00 / 0:00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유엔의 초강도 대북 경제 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우방인 중국도 요녕성 심양에 있는 북한의 고급 호텔 칠보산을 지난 9일 폐쇄 조치했습니다. 사실 심양의 칠보산 호텔과 연길의 류경 호텔은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세운 것 아닙니까?

강철환: 그렇습니다. 중국 심양과 연길의 류경 호텔이 문을 닫는 것은 북중 관계가 완전하게 파국의 정점에 다다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이달 9일까지 모든 북중 합작기업에 대해 영업중단 명령을 내렸습니다. 일단 지난 12월 15일까지는 기본적으로 합작 법인을 해체하고 중단 절차를 밟게 해 체계적인 제재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북중 합작 기업은 주로 호텔, 식당, 상점 등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호텔과 식당은 단순한 영업점이 아니라 대외공작과 감시, 활동 등이 복합적으로 이용되는 중국의 전략적 거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 심양의 칠보산 호텔과 연길의 류경호텔은 과거 김정일 위원장이 류경 국가안전보위성 부상을 시켜 구축한 북한 대외 공작활동의 전초기지라고 하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남북한이 냉전시대를 거치고 중국이 개혁 개방으로 나서면서 한중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 집니다.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중국에서 망명 요청을 했을 때 중국지도부는 황장엽 비서를 북한이 아닌 한국으로 보냅니다. 김영삼 정부까지 한국 국정원은 중국 동북삼성지역을 장악하고 북한을 몰아붙이고 있던 시대이기도 합니다. 일부 탈북자들은 중국 현지에서 우리정부와 함께 북한을 붕괴시키는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북중 국경이 붕괴되고 대량 탈북이 일어나면서 사실상 이 지역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습니다. 위기가 절정에 달하고 위협이 가시화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고 국정원의 동북삼성 기지들이 사실상 철수 대상이 되면서 그곳은 무주공산이 됩니다. 북한은 그때까지 북중 혈맹 개념을 믿으며 그곳을 방치하고 지냈는데 북중 국경이 무너지면서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입니다. 그때 북한 역사상 가장 유능한 것으로 전해지는 류경 국가안전보위성 부부장이 김정일에게 동북지역을 북한이 장악해야 한다고 건의 하면서 본격적인 공략에 나서게 됩니다.

전. 그러니까 중국 심양의 칠보산 호텔이나 연길의 류경호텔도 그때 기획되고 생겨난 것이겠지요?

강. 그렇습니다. 북한이 동북지역을 장악하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 정해놓은 제 2의 전선인 북중 국경을 지켜내기 위해서입니다. 제 1전선인 남북 비무장지대 휴전선은 양측 군대가 마주하고 있어 실제적 위협은 늘 존재하지만 피부로 느끼는 위협은 없습니다. 하지만 북중 국경은 북한내부에 정보가 확산되는 창구가 되고 많은 북한주민들이 북한을 떠나는 루트가 되고 있습니다. 구 동독이나 기타 공산권 국가들도 국경이 붕괴되면서 사실상 체제가 무너졌습니다. 북한도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국경지역을 지키고 그것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동북지역을 장악해야 북한을 잘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칠보산 호텔과 류경호텔이 심양과 연길에 각각 세워지면서 국가안전보위성의 동북지역 거점이 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공작활동의 무대가 되는 동북삼성의 장악은 현실화된 것입니다. 북한은 1990년대 말 국가의 자금고갈 상태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예산을 호텔 합작 사업에 투자했습니다. 중국 동북삼성의 두 호텔은 사실상 국가안전보위성이 장악하고 있고 보위성 요원들이 상주하면서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북한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함은 물론, 반북 활동이나 탈북자들의 동향 감시 등 모든 대북 방첩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과 전 세계 주요 금융기관과 기업, 정부기관의 전산망을 겨냥한 해커활동이나 각종 불법활동에 이 두 호텔이 든든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 호텔들이 폐쇄되면서 북한으로서는 거점 손실이라는 대외 공작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외화벌이에 그만큼 손해를 입게 된 것으로 판단이 되는데요, 지금 북한의 지재룡 주중 대사는 중국의 대북제재를 풀어달라고 중국 지도부에 끈질기게 요청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그만큼 북한 경제 상황이 위태로운 처지가 됐다는 말이겠죠?

강. 맞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기본적인 자금줄을 차단한 것이 북한에게는 큰 타격이 됐습니다. 김정은의 비자금을 운영하는 39호실의 금정광, 연, 아연, 석탄 등 기본적인 자금줄이 차단되면서 적어도 30억달러 이상의 수출이 막혀버린 것입니다. 여기에 북한의 짭짤한 외화벌이 원천인 북중 합작사업은 북한의 각 기관에서 필요한 외화를 충당하는 노른자위 사업이었습니다. 북중 합작사업은 주로 중국 내 호텔, 식당, 관광사업 등으로 이뤄졌는데 북한 자금도 상당부분 투입됐습니다. 단둥 지역에 큰 규모의 북한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섰고 심양, 북경 등 대도시에도 북한식당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습니다.

물론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의 집단 탈북 사건으로 일시적으로 외화벌이 식당 사업에 문제가 생기기는 했지만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에 있는 여러 식당들은 북한의 외화원천을 충당하는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었습니다.

전: 방금 말씀하신 사건은 2016년 4월 중국 저장성 닝보의 식당에서 일하던 여성 종업원 12명과 남성 지배인 1명이 집단 탈북해 한국에 망명한 사건이죠?

강. 맞습니다. 그런데 이번 중국의 호텔 폐쇄 결정으로 북중 투자는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고 중국측은 물론, 북한측 자금도 모두 동결되거나 추가 투자가 사실상 어렵게 됐습니다. 북한으로서는 북중 투자사업에 투자한 자국의 막대한 자금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타격이 이만 저만 큰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칠보산 호텔과 류경호텔은 돈 못지 않게 중요한 북한의 대외공작 활동의 거점인 것을 감안하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 중국의 대북제재 조치들이 북한으로서는 진짜 위기감을 갖도록 할 만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강. 사실 외부에서 보는 중국의 대북압박과 실제의 압박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에 대한 반중 감정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유엔제재와 중국 자체의 제재가 북한을 너무나 힘들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우리민족끼리 단합해서 잘 해보자'고 말했는데 그것은 반미가 아닌 반중으로 저는 해석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문제로 중국에게 피해를 봤고 북한은 지금 엄청난 압박에 직면한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의 김정은은 한국을 통해 중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해 제재 국면을 완화시켜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북한이 남한으로부터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중국에서 차단한 기본적인 외화자금줄 30~40억달러에 비하면 약소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 북한이 중국 동북삼성 지역에 공작활동 거점 재구축을 꾀할까요?

강. 그렇습니다. 엄청난 시련이 북한을 엄습하고 있지만 동북삼성 거점이 무너지면 북한체제 유지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새로운 기지를 세우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유엔대북제재를 따르는 중국의 엄청난 압박 때문에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