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2월 남한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경기 기간에 북한에서 파견되는 예술단이 삼지연관현악단입니다. 북한에서는 모란봉악단이 더 유명하고 대표적인 악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삼지연관현악단을 보내기로 했을까 궁금합니다.
강철환: 일단 두 악단 모두 모란봉과 삼지연이라는 북한의 명승지 이름을 딴 것이지만 각각 이름이 상징하는 의미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모란봉은 평양의 공원이라는 자연을 연상시키지만 삼지연은 김씨 일가의 뿌리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김일성의 항일업적과 김정일의 생가 조작, 김정은의 이른바 백두혈통이 바로 백두산과 삼지연이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중대결정을 하거나 체제 내부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삼지연 별장을 찾아 측근들과의논하고 결정을 내린 곳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모란봉은 겉으로 보기에는 정치적 색채가 옅지만 삼지연은 그 자체가 김씨 정권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모란봉대신 삼지연을 내세운 것 같습니다.
전. 북한에서 오래 전에 나온 사람들에게는 삼지연관현악단이나 삼지연악단이란 명칭이 생소하다고 들었습니다.
강. 북한에서 악단은 일반 악단과 관현악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예술단과 연극단 등 대표적인 예술 집단들이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악단들이 속해있는 부서에 따라 그들의 대우나 권세가 달라집니다. 북한에서 음악인들이 노동당 선전선동부 직속으로 되어있으면 최고의 급으로 생각합니다. 이들은 사실상 김씨 지도자의 개인 악단 자격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 내각이나 군부 등에 소속된 음악단들은 일반 악단에 속해 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 들어서면서 그는 문화예술분야를 집중적으로 지도했는데 그때 자기 지속으로 보천보전자악단과 왕재산 경음악단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김정일 개인적 취향과 그의 만족을 위해 주로 공연했고 가끔 대중에게도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들은 특급 대우를 받았고 노동당 중앙위 지도원급의 권세도 누렸습니다. 이런 맥락을 이어온 것이 바로 은하수관현악단과 모란봉악단입니다. 그런데 은하수관현악단이 여러 불미스러운 문제들이 생기면서 최근 거의 거론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삼지연으로 대체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그 이전에 탈북한 분들은 삼지연 예술단 이름이 낯설기도 할 겁니다.
전. 김정은이 집권한 이래 직속으로 운영되는 악단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강.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이 사망하기 전 2009년에 은하수관현악단을 만들어 아들에게 선물로 줍니다. 그래서 김정일이 좋아했던 왕재산, 보천보의 가수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고 김정은 취향에 맞게 젊은 층으로 악단을 새롭게 꾸리게 됩니다. 김정은이 은하수 악단을 직접 관람하면서 추문이 생기게 되는데 바로 그의 첫 사랑인 피아니스트 려심과의 관계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려심은재일교포 출신이어서 아버지 김정일이 반대합니다. 김정일 자신도 재일교포인 고영희와 결혼하면서 많은 정치적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그러니까 고영희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 김정은도 반쪽은 재일교포이기 때문에 그만큼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려심 대신에 택한 여자가 바로 현재의 부인 리설주입니다. 리설주는 은하수 관현악단의 가수였습니다. 하지만 리설주를 선택하면서 은하수관현악단에 엄청난 비극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 이후 김정은이 직접 창단한 악단이 바로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입니다. 하지만 청봉악단이 당 선전부 소속인지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번에 은하수관현악단 대신 삼지연관현악단으로 예술 대표단을 만든 것으로 봐서 삼지연관현악단이 은하수관현악단의 후신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전. 방금 전에 김정은이 리설주를 자기 여자로 택하면서 은하수관현악단에 비극이 찾아왔다고 하셨는데, 단원들의 처형 사건을 말씀하신 겁니까?
강. 그렇습니다. 당시 은하수관현악단에 한때 몸담았던 현송월 현 모란봉악단 단장도 처형됐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사실 북한 문화예술계의 비극은 최고지도자와의 내연관계 추문에서 비롯됩니다. 과거 김정일 시대 때에도 우인희라고 하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가 김정일 연루설 때문에 처형당했고 김정일의 첫째 부인인 성혜림 때문에 관련 예술인들이 수용소에 끌려가기도 했습니다. 원래 김씨 지도자에게 근접 접대하는 기쁨조는 중학교 때부터 관리를 하기때문에 사생활이 통제가 됩니다. 하지만 리설주의 경우 개인적인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김정은에게 낙점돼 결혼을 했기 때문에 개인사생활이 존재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많은 배우들이 리설주를 질투하기도하고 그의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 등으로 여러 가지 소문들이 나돌았는데 그 책임이 엉뚱하게 리설주가 가수로 속해 있던 은하수관현악단에 돌아간 것입니다. 당시 은하수관현악단의 책임감독과영화배우 김영호 등과 어린 여가수들이 김정일이 자주 사용하는 목란각에서 불미스러운 행위를 했다는 것이 발견돼 김정은이 노발대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모조리 잡아서 조사하는 과정에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던 리설주 지인들이 리설주와의 관계를 들먹거리자 김정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모두 고사총 처형을 명령합니다. 그래서 20대의 젊은 가수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무참하게 처형당합니다. 최근 입국한 북한 고위층 자녀 출신의 탈북자 말에따르면 자신이 그때 처형장면을 목격했는데 그들이 처형당하고 난 이후 장갑차들이 와서 시체를 다시 짓뭉갰다고 합니다. 그 사건 이후 은하수관현악단은 해체설이 떠돌았고 지금은 아예 이름조차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전. 삼지연관현악단이 은하수관현악단의 후신이라면 김정은의 직속악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각에서는 올림픽 기간 남한에서 하는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에 북한 체제 선전이 녹아있을 것을 우려하기도 하던데요.
강. 삼지연관현악단은 사실상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해 종합 예술단 형식으로 올 수밖에 없습니다. 모란봉이나 청봉 등은 젊은 층을 겨냥하고 대외용인 반면, 일반 관현악단은 체제 선전용이거나 나이든 계층을 겨냥한 민요도 부르기도합니다. 대한민국에 와서 다양한 계층을 상대로 공연을 해야 하기때문에 특정층을 겨냥한 악단이 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각 악단이나 협주단 등의 주요배우들이 차출돼 임시로 삼지연에 배속돼 역할을 분담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진보성향의 한국정부가 대화를 구걸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이야말로 평화의 제전이란 명분아래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대거 파견으로 핵위협국가라는 영상을 지우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이완시킬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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