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2월 13일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독살 테러로 사망한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 배후에 북한의 국가보위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국가보위성' 을 비롯한 북한 정보당국이 5년 이상 김정남 암살 기회를 살피면서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보고했다는데요, 강 대표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철환: 사실 북한은 대남공작 부서들이 대내외적 영향을 받아 많은 변화를 겪어 왔습니다. 2009년 김정일의 지시 하에 노동당 중심의 대남부서는 정찰총국으로 재편됩니다. 이명박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김정일의 의지에 의해 군사적 공격 상태로 모든 역량이 재편된 것입니다. 구 대외연락부인 225국이 내각에 별도로 남게 되고 나머지는 모두 정찰총국에 들어갑니다. 노동당 작전부와 35호실이 그 부서들입니다. 이들은 군 정찰국과 합세해 천안함 폭침을 성공시키고 연평도 도발, 목함지뢰 사건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목함지뢰 사건이 김정은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으며 군 중심의 공작이 다시 변화돼 구 35호실이 다시 225국으로 합류했다는 정보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최근 대남공작사업을 둘러싸고 이권다툼이 있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김원홍이 국가보위성 해외반탐 부서 안에 대남공작부서를 새롭게 신설했다고 합니다. 아마 이번 김정남 암살을 국가보위성이 주도했다면 김원홍이 대남공작을 확대한 후 첫 사업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북한의 정보 부서들은 워낙 연막에 가려져 있어서 내부 사정 아는 게 쉽지 않습니다만, 기존에 정찰총국이나 225국이 아닌 국가보위성이 김정남 암살에 개입했다면 북한의 대남공작 전반에 변화가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강. 그렇습니다. 사실 2015년 8월 서부전선에서 북한이 도발한 목함지뢰 사건으로 정찰총국 총국장인 김영철이 상당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통이 크게 사건을 만들지 못하고 군인들이 다니는 길목에 지뢰를 묻어 오히려 공화국을 망신시켰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문책성 인사를 통해 통전부로 자리를 옮겼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영철은 정찰총국의 부조화스러운 공작부서들의 운영상황을 알기 때문에 구 35호실과 작전부 일부를 다시 독자적 공작부서로 합류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정보 부서들인 국가보위성과 225, 정찰총국간의 권력다툼으로 쉽게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사실 225국과 35호실은 같은 종류의 전문화된 공작부서입니다. 그래서 225국으로 다시 35실이 통폐합됐다는 말도 설득력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김정남 암살 같은 중요한 사건이 국가보위성 주도로 진행됐다는 한국 국가정보원의 발표가 실제적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보위성이 향후 대남공작 주도권을 가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국가보위성의 기능은 원래 김씨 체제 수호가 아니겠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원래 대남공작은 35호실과 대외연락부는 대남공작의 쌍두마차로 불립니다. 35호실은 대외정보조사국 이라고도 불리는데 주로 대외공작을 전문으로 해왔습니다. 대외연락부는 대남공작을 주된 공작으로 하기 때문에 업무의 연관성이 있습니다. 대한항공 KAL기 폭파와 아웅산 테러와 같은 해외공작은 35실이 주도했고, 남한의 민혁당 사건이나 이한영씨 암살 같은 한국 내 공작은 대외연락부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들 부서들은 중요한 사건의 경우 정보를 공유하면서 협동 작전을 쓰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조직이 군 중심의 정찰총국으로 편입된다는 것은 사실 맞지 않은 운영방식인 것입니다. 천안함을 폭침하는데 사실 35호실이 할 역할은 전무한 것입니다. 그래서 35호실이 정찰총국에서 벗어나 225국으로 다시 옮겨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가보위성이 대외공작의 주도권을 쥔 것은 자금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대남공작 부서들은 자체 자금 조달 능력이 없습니다.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보위성은 최근 자체 외화벌이 기구를 신설해 자금 조달을 직접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공작의 주도권이 보위성으로 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 그렇다고, 기존의 대남공작부서들의 역할이 없어졌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북한의 대남공작부서들은 북한정권의 내부 변화에 의해 상당한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1980년대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노동당 대남공작부서들의 전성기였다면 지금은 자금난으로 무력화된 노동당 중심의 공작부서들이 225국을 제외한 모든 부서가 군 중심의 정찰총국에 배속되면서 대남 강경책을 주도해왔습니다. '이명박과는 끝까지 싸우겠다'는 김정일의 의지에 따라 대남사업은 군사공격 일변도로 진행된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압박으로 자금난이 고갈된 상태에서 북한의 새로운 대남사업은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 대선에 개입해서 마지막 동아줄을 만들어보려는 북한의 마지막 발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225국이 다시 재편되면서 본격적인 대남공작 사업이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225국이 대남공작에 집중하면서 대외 테러, 탈북자 관련 업무들은 국가보위성이 막강한 자금력을 내세워 이 일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 김정남이 이복 동생 김정은의 암살 위협을 수년 동안 받아왔다는 한국 정보기관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김정남 자신도 앍고 있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안전한 곳으로 도피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강. 사실 김정남 암살은 이미 장성택 처형 이후부터 계속 이어진 사건으로 보입니다. 고모부 장성택과 고모 김경희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북한 내에서 김정남을 보호할 세력이 사라진 것입니다. 거기에 김정은은 김정남 세력들을 끊임없이 제거하면서 김정남의 목을 조여왔습니다. 이제 3명의 부인과 그들이 낳은 자식들을 생각해야 하는 김정남으로서는 선택의 폭이 좁아진 것입니다. 중국의 보호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살아남으려면 자유국가로 탈출하는 길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 고민을 수년간 해왔고 타의 반 자의 반으로 그 길로 가는 과정에서 이런 비극이 발생했다고 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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