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자금난 속의 삼지연 개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삼지연혁명전적지를 찾아 삼지연대기념비와 혁명전적지답사숙영소(숙소) 등을 돌아보고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삼지연혁명전적지를 찾아 삼지연대기념비와 혁명전적지답사숙영소(숙소) 등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0:00 / 0:00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작년 말 북한 김씨 일가 우상화의 뿌리이자 '혁명성지'라고 선전하는 백두산 일대의 양강도 삼지연 지역을 방문하면서 삼지연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여명거리 개발로 북한의 자금이 말랐다고 하는데, 또 다시 이런 개발 사업을 어떻게 해 나갈지 궁금합니다.

강. 그렇습니다. 사치성 건설로 북한 내 자원이 고갈상태에 직면했는데 또다시 대규모 개발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고 주민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삼지연 개발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의 사치성 건설 역사는 그가 집권해서부터 시작됩니다. 문수 물놀이장, 마식령 스키장, 미림 승마장이 그것입니다. 사실 김정일은 아들에게 빈 껍데기밖에 안 남은 국가를 물려주고 갔습니다. 장성택은 중국으로부터 차관을 도입해 경제인프라를 구축하고 기본적인 경제상황을 개선시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사치성 건물 지시로 국가 자원들이 낭비되자 이 문제를 놓고 의견 대립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김정은이 건설한 모든 시설은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만 꼭 그렇게 사치스럽게 지금 당장 지어야 할 것들인가에 대해서 묻는다면 당장 시급한 공사는 아닌 것입니다. 실제로 마식령 스키장은 요란하게 지었지만 가는 손님이 없어 본전도 못 건지고 있습니다. 미림 승마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터무니없는 요금 때문에 부유층 일부만 다닐 뿐 일반사람들은 승마장에 다닐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문수물놀이장만 고가의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놀이시설이 없는 겨울철 부유층 아이들이 몰리면서 투자비용을 회수한 상황입니다.

전. 사실 미림승마장이나 마식령 스키장을 지을 때만해도 국가 자금을 어느 정도 투입할 여유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는 자금이 줄어들어 큰 건설 공사에서는 각 성별, 기관별로 자체 자금을 쥐어짜내서 충당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강. 맞습니다. 북한이 지난 당대회를 위해 평양 미래과학자 거리를 조성하면서 국가자금이 거덜나자 건설비용을 각 기관별로 각출해서 짓는 방식으로 건설을 벌였습니다. 건설자금을 댈 기관장만 남아있고 나머지는 모두 옷을 벗으라는 식으로 내몰았습니다. 작년 4월 중국 내 북한 식당에서 여성종업원 12명과 지배인 1명이 집단 탈출한 사건들이나 해외 외화벌이 관계자들이 연이어 탈북한 것도 평양 시내의 미래과학자 거리 건설자금으로 압박이 가해지자 무리하게 청구되는 자금을 미처 바치지 못한 사람들이 정치적 보복이 두려워 벌어진 일입니다. 국가 외화수입이 거덜나 이 정도의 자금압박을 받는 상태에서 정상적인 지도자라면 무리한 공사를 자제해야 했지만 김정은의 사치성 건축은 중단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당시에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이 과학의 전당이란 대형 건물 건설 계획과 관련해 중복 건설된다고 충직한 제안을 했다가 즉각 공개 처형되자 그 누구도 김정은의 건설사업에 토를 다는 사람이 사라진 것입니다.

전. 북한의 재정적 자원을 엄청 쏟아 부은 대표적인 건설 사업이 평양 도심의 여명거리 건설 아닙니까?

강. 그렇습니다. 여명거리는 김정은의 취향에 맞게 30층, 40층 고층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세워진 현대적 거리입니다. 미래과학자 거리 건설이 끝나면서 한숨 돌리려 했던 간부들은 여명거리 계획이 발표되자 거의 기절초풍할 정도로 긴장했습니다. 어떻게 돈을 모아서 건설이 됐는지도 모를 정도로 간부들이 사비까지 털어내며 건물들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래 작년 말까지 건설이 끝냈어야 했지만 북-중 국경지역 수해 피해가 커지면서 여명거리 건설은 임시 중단됐고 다시 건설 기일이 김일성 생일 전까지로 맞춰진 것입니다. 여명거리는 또 다른 고난의 행군으로 불릴 만큼 내부 자원을 모두 동원한 공사였습니다.

전. 삼지연 지구 건설로 북한의 간부들과 해외일군들의 자금압박이 커질 수 밖에 없겠네요.

강. 당연합니다. 지금 북한은 중국에 하던 석탄 수출 중단으로 약 7억에서 8억달러의 외화공백까지 생겨 군수산업은 몽땅 마비될 위기에 빠지고 있습니다. 국가자원은 이미 미래과학자 건설 때 고갈됐기 때문에 이번 삼지연 건설 또한 각 기관들이 자체 부담으로 건설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됩니다. 저희 소식통들의 말에 따르면 해외에 나가있는 외화벌이 관계자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국내로 들어가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큰 돈을 들여서 뇌물을 주고서라도 해외에 나가는 것이 소원이었다면 이제는 국내에서 조용하게 사는 것이 나을 정도로 해외 주재원들의 물질적 심적 부담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하니 사람들이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전. 삼지연 지구 건설에 김정은이 그토록 다그치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강. 사실 삼지연 지구는 김정은이 어린 시절 경험한 스위스의 알프스와 가장 유사한 지역입니다. 고산지역의 식물생태계나 백두산과 같은 명산이 위치해 있고 자연보호림으로 산림자원이 스위스 못지 않게 보존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곳곳에 뜨거운 온천수들이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홋가이도처럼 잘 개발되면 한반도에서 가장 가 보고 싶은 관광 명소가 될 가능성이 높은 곳입니다. 천연 눈을 활용해 스키장을 만든다면 한반도에서 일년 중 가장 긴 기간 스키를 탈 수 있는 곳 이기도 합니다. 북한의 소득 수준이 한국이나 그밖의 선진국처럼 높아져 일반 주민들도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 경제적인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북한 사회에도 언젠가는 삼지연 지구와 같은 스포츠 문화 시설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외화가 고갈되고 경제가 열악한 상황에서 이런 무리한 공사를 벌인다는 건 언어도단입니다.

전. 그런데 이번 삼지연 지구 건설과 관련해 2.16 사단이란 걸 만들었다고 하던데요, 어떤 조직인가요?

강. 2.16 사단은 일종의 건설돌격대입니다. 하지만 2.16 사단 앞에 김정일의 이름을 붙였다는 것은 특별한 건설돌격대라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주목할 만 한 것은 2.16 사단의 사단장을 최룡해가 맡았다는 것입니다. 요즘 최룡해가 김정은 주변에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 그 직책 자체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왜냐면 김정은은 자신이 가장 믿는 사람에게 아주 중요한 일을 맡기곤 하는데요, 최룡해에게 이 임무를 부여한 것은 그 만큼 김정은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설 사업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김정은은 삼지연 지구 건설 사업과 관련해 최룡해를 통해 매일 보고를 받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전. 이번 김일성 생일을 맞아 혜산에서 삼지연까지 관광열차도 개통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하지만 모든 투자는 본전 이상 이익이 나야 해볼 가치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삼지연 건설도 잔뜩 투자만 해놓고, 찾는 관광객이 없으면 망하기 마련입니다. 현재 김정은 체제하에서 삼지연 지구 건설은 사실 투자금도 건질 수 없는 허황된 사업이라고 판단됩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