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 인민들에게는 4월이 '잔인한 달'이라고 들었습니다. 소위 태양절이라고 하는 김일성 생일과 창군절인 인민군 창건일이 열흘 간격으로 잇따라 있어서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치르는 것이 이만 저만한 고역이 아니라는 말인데요.
강철환: 그렇습니다. 김정은 정권 들어서 특히 올해 4월은 정말 잔인한 한 달인 것 같습니다. 김정은의 무절제한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으로 전 세계가 북한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민생은 거덜 나고 국가경제는 파탄 났는데 온갖 사치성 건설과 행사가 줄을 잇기 때문입니다.
전. 올해는 식량 사정도 좋지 않아 평양시민들 배급도 끊길 판이라고 하는데 거기다가 농번기까지 겹쳐서 북한 인민들 삶이 정말 고단할 것 같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작년에 농사가 아주 좋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농업개혁의 실패와 당국의 수탈로 농민들이 생산의욕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와중에 김정은 정권 들어 각종대회가 연이어 열리고 외신기자들을 불러 모아 행사를 여는 게 너무 잦아지다 보니 사람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지방 사람들은 행사에 필요한 식량, 육류 등을 보장해야 하고 전국에서 진귀한 술이나 식품들을 조달해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운 상황에서 올해는 쥐어짜도 나오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인민들은 이토록 고통 받고 있는데 김정은은 대규모 군사 열병식을 김일성 생일과 인민군 창건일 연이어 개최했습니다. 인민들은 밥을 요구하고 있지만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만 선보이며 아버지 김정일 때보다 더더욱 군사적 행동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전. 한국 미국 중국은 물론 러시아를 비롯한 여타 유엔 안보리 국가들이 4월 25일 인민군 창건일에 즈음해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을 할 것을 우려하면서 유엔 결의안을 위반하는 북한의 핵도발 가능성에 대해서 거듭 엄중 경고해 왔습니다. 특히 중국은 북한이 핵 도발을 감행할 경우 유엔의 강력한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이례적으로 강력한 경고를 북한에 보냈습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북한은 만반의 준비가 다 됐다는 핵실험은 하지 않았습니다.
강. 북한은 이번에 전례 없는 중국 비난을 감행했습니다. 강대국에 빌붙어 추태를 부린다고 했습니다. 중국도 이에 질 새라 미국이 북한 핵 기지를 폭격하는 것을 묵인할 것이라는 최후통첩까지 보내고 있습니다.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송유관을 끊을 것이라는 말까지 하고 있습니다. 북한 핵문제가 이제는 중국으로서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김정은도 더 이상 막무가내 행태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입니다.
전. 북한이 창군절에 핵도발을 하지 않은 것은 중국과 미국의 압력이 어느 정도 주효한 것일까요?
강. 사실 김정은의 입장에서 핵실험은 중국과 미국이 압박한다고 해서 중단할 위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사실 더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들이 출로를 찾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기대야 할 세력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한국의 진보정권입니다.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5월에 열리는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정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그러니까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탈출구가 바로 한국에서 새롭게 집권하게 될 진보정권인 셈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만일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한국의 유권자들 사이에 보수 결집이 일어나 진보세력의 집권에 찬물을 끼얹게 됩니다. 북한이 사실 이번 핵실험을 자제한 것은 한국 대통령 선거에 철저하게 대비해 계산된 행동을 한 것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전. 그렇다면 한국의 차기 정권에 대한 김정은의 기대가 북한의 핵실험 자제의 핵심 요인이라는 말씀 같은데요.
강.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운동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나 유엔북한인권 결의안에 기권한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 북한의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죠. 현재 그 후보는 자신이 집권하면 개성공단, 금강산을 열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단합된 제재국면인데도 그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지금 이 지구상에서 자기들에게 가장 절실한 선물을 줄 세력은 한국의 진보정권밖에 없다고 보는 겁니다. 과거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북한지도부는 중국의 조문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두 사람을 불렀는데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었습니다. 이들은 김정일 정권이 가장 어려울 때 막대한 현금을 퍼준 장본인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은 이들에게 신세를 졌다고 생각했고 그 아들 김정은도 아버지 장례식에 유일하게 이 남쪽 인사 두 사람을 부른 것입니다.
전. 하지만 한국도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준수해야 할 회원국인데, 비록 진보 정권이 들어선다고 해도 자의대로 북한에 이로운 경제적 지원이나 투자를 할 수 있겠습니까?
강. 그럴 수 없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어떤 정권도 집권 후 바로 유엔제재와는 반대로 북한과 협력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즉 북한과 교류하는 한국기업들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북한에 협력하지 못하더라도 북한내부에 상징적 안도감을 줄 수는 있습니다. 과거 붕괴직전에 몰렸던 김정일 체제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기사회생했듯이 김정은도 이 위기를 한국 진보정부에서 찾을 수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전. 여하튼 창군절에 북한은 핵실험 대신 재래식 포들을 동원한 대규모 화력 시험을 했습니다. 김정은도 과거와는 달리 국제정세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강. 그렇습니다. 이제 김정은이 집권한지 5년이 됐습니다. 자신의 체제에 대한 파국적 위기가 피부로 느껴지는 시기가 된 것도 같습니다. 참모들의 말을 듣지 않고 무절제한 판단으로 북한을 파국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에 그가 정신이 나가지 않고는 더 이상의 도발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제 김정은도 최룡해 등 큰 그림을 보는 측근들의 조언을 듣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그토록 기대하는 진보 정권이 한국에서 집권한다고 해도 과거처럼 북한을 이롭게 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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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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