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보정권에 대한 북한의 그릇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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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북한이 대남 매체를 통해 선전공세를 펴고 지지했던 진보정당 후보가 5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고 집권한 지 닷새 만에 북한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잇따라 일주일 뒤인 14일에도 준중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습니다.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를 내세운 문재인 새 정부에 도발로 축하를 보낸 셈이네요.

강철환: 그렇습니다. 지금 북한의 상황은 1997년 고난의 행군이 절정에 이르렀던 사상 최악의 위기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때 김정일은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순간이었습니다. 한국정부가 대북지원의 조건으로 분배감시를 요구하거나 체제변화를 촉구한다 해도 이를 수용해야 할 만큼 절박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당시 한국정부가 이런 북한의 우려와는 달리 북한을 믿고 도와준다는 정책을 펴자, 이에 안도하며 적극적인 대남협력정책을 시도합니다.

김대중 정권 초기 때 '햇볕정책'을 처음 발표했을 때 북한은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바람을 불어서도 못 벗기는 외투를 따뜻한 태양으로 벗기는 이 전략은 사실상 북한의 체제전환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김대중 정부에 그런 의도가 없음을 파악하고 공개적 비난을 자제하면서 협력 체제를 구축한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김정은 본인의 대외적 판단능력이 워낙 떨어지는데다 국제사회의 압박이 얼마나 다급한 것인지 위기감을 잘 못 느끼는 오류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 지금 김정은 정권이 직면한 난국과 아버지 김정일 집권시의 위기에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십니까?

강. 일단 1990년대 중반 북한의 위기는 주민들이 준비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배급제 체제 하에서 배급 중단으로 인한 대응 수단이 전무했던 당시 북한 주민들은 식량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핵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때이기 때문에 국제사회, 특히 중국의 압박은 이웃나라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을 보고도 도와주지 않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인민들이 고난의 상황 속에서 시장개척을 통해 생존을 터득한 상황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제위기에도 무리로 굶어 죽는 상황은 발생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제재의 타격이 주로 북한 지도부에 집중되면서 국가운영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 이번 위기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이 들어오는 석탄 수출도 대부분 군수공업부가 소화하는 현금이기 때문에 석탄 수출중단으로 오히려 발전소 연료가 추가 공급돼 전력생산이 늘어나고 주민들 땔감 비용은 하락하고 효과가 발생해 대북제재가 민생경제에 도움을 주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 중국을 다루는데 있어서도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의 수완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강. 맞습니다. 현재 김정은의 가장 큰 위기는 본인의 능력이 아버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 김정일은 중국과의 관계악화 속에서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핵무기의 고도화가 아무리 중요해도 그것은 체제위기를 피해가면서 이뤄나가는 것이라고 인정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는 그 자신만의 아집에 갇혀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도발을 일삼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재 미국에서는 대북 경제 제재 법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통과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중국도 최근 북한 개인에 대한 중국 내 은행계좌 개설을 전면 중단하는 등 고강도 경제제재에 돌입했습니다.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압박은 김정은 본인이 현명하게 대처했더라면 충분히 비켜나갈 수 있는 위기였습니다. 이 모든 결과는 김정은 본인이 자처한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할 상황도 아닌 것이 그에게는 큰 위기인 것 같습니다.

전. 중국과의 관계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햇볕정책을 계승해 대화와 교류협력을 하겠다고 천명한 진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사일 도발을 한다면 진보 정부의 대북 대화 입지를 훼손하는 것 아닙니까?

강. 물론입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은 이념을 떠나서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해 초반 기싸움을 걸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과거 10년 김대중 노무현 진보정권처럼 묻지마 대북지원을 해주는 것을 바랍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 핵포기를 요구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북한의 의지는 변화된 현재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김정은 본인의 판단이 우선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전. 변화된 현재의 상황이란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강. 북한당국은 한국의 현재 진보정권이 과거 진보 정권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근본적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식이 변화된 것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국민들이 진보정권을 선택한 것은 햇볕정책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부패와 무능 문제로 인한 결과이기 때문에 과거 진보정권처럼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대해 과거 햇볕정책처럼 무조건 대북지원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사실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는 유엔제재가 국제적 합의에 의해 중국까지 동참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단독으로 북한에 대응할 수 있는 단계가 지나갔습니다. 만약 한국이 유엔의 대북제재에도 대북지원을 시작한다면 유엔결의 위반으로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아무리 자신들이 원하는 정부가 한국에서 들어섰다고 해서 자신들의 의도대로 흘러간다고 착각하면 큰 오산인 것입니다.

전. 한국 속담에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북한이 기대했던 진보정권이 자신들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다른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겠네요?

강. 그렇습니다. 지금 북한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첫 반응은 비난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달라진 시대적 상황과 국제사회의 인식에도 또 다시 한국정부를 이용해 자신의 고립에서 탈피하려 하는 한편, 핵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한다면 아마도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부보다 더 강도 높은 제재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될 경우에 북한은 군사적 도발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대화나 평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진보정권은 북한당국이 얕잡아보기 쉽기 때문에 안보적 측면과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보다 더 강경하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북한에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서 그나마 한국정부에서 보수정부가 세워지지 않은 것에 안도할 수도 있겠지만 상황은 크게 변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할 때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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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