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의무교육제 실패의 희생양 김용진

사진은 지난 7월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추대 평양시 군민경축대회에 참석한 김용진.
사진은 지난 7월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추대 평양시 군민경축대회에 참석한 김용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0:00 / 0:00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최근 한국의 통일부가 북한의 김용진 교육부총리가 처형된 사실을 전하면서 잠잠했던 김정은의 간부 처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김용진은 오랫동안 내각 등에서 일을 해왔고 교육부분에서 특별한 과오가 없는 그가 처형됐다는 소식은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일부 언론은 김용진이 회의 중에 안경을 닦았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그럴 수가 있는지 믿기 어렵습니다.

강철환: 북한에서 간부들의 처형은 오래 전부터 이뤄져 왔습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반당반혁명 종파분자로 몰린 주요 간부들이 숙청됐고 김정일 시대에도 일부 간부들이 정책적 책임을 지고 공개 처형당한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간부들에 대한 처형은 비밀처형이었고 사람들은 그들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는 일반인들에 대한 처형보다 간부처형이 더 많아지고 있고 상당부분 공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과거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 다른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김용진 부총리의 처형은 현영철이나 장성택 부하들의 집단 처형과는 다른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 시대 와서 간부처형은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보다 김정은 개인감정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전: 그렇다면 김용진 교육 부총리의 처형은 정책 실패에 따른 성격으로 판단하십니까?

강: 네. 그렇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김정은 자신의 교육정책 실패의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볼 수 있죠. 이런 유형의 처형은 김정일 시대에도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서 일반인들이 뚜렷하게 기억하는 사건은 1998년 평양시 낙랑거리 장마당에서 벌어진 서관히 노동당 농업담당 비서의 공개처형입니다. 당시 북한은 식량난으로 수백만이 아사하던 시기였습니다. 인민들의 원망이 당연히 김정일에게 쏠리게 됐고 바빠 맞은 김정일은 인민들의 화살을 당시 농업을 담당했던 서관히에게 뒤집어 씌고 자기는 그 화살을 비껴갔습니다.

당시 북한은 서관히를 미제의 고용간첩으로 몰아서 그가 의도적으로 당의 농업정책을 의도적으로 말아먹기 위해 암약했으며 오늘의 대 기근은 서관히놈의 죄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서관히의 처형으로 식량난으로 인한 김정일에 대한 분노가 분산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전: 그런 사건이 또 하나 있지 않았습니까? 화폐개혁 실패 후에.

강: 맞습니다. 북한에서 1990년대 중반 발생한 대기근에 의한 아사사건만큼이나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2009년 발생한 화폐개혁 사건입니다. 당시 김정은이 집권하기 위해 후계자 수업을 받던 시기였습니다. 시장 확대에 불안감을 느낀 김정일 부자는 시장에 몰리는 자금을 자신의 충성세력에게 돌리기 위해 엉뚱한 화폐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껍데기만 남은 북한의 계획경제 속에서 시장이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초보적인 상식조차 망각한 채 무리한 화폐개혁을 단행한 것입니다. 물론 화폐개혁의 결과는 너무나 처참해 전 인민이 들고일어날 정도로 폭발적이었습니다.

당시 시장이 마비되면서 모든 생산거래는 중단됐고 심지어 평양의 고려호텔 운영도 중단될 정도로 경제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시장에서 자살하는 인민들이 늘어났고 온 나라가 눈물바다가 된 것입니다. 당황스러워진 북한지도부는 평양시 인민문화궁전에서 인민반장 천여 명을 불러서 처음으로 내각 총리가 화폐개혁을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당국이 인민에게 사과하는 일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내각총리의 사과에도 인민들의 분노가 진정되지 않자 결국 박남기 노동당재정기획부장을 그 부하와 함께 공개처형하기에 이릅니다.

전: 박남기의 처형으로 인민들의 화폐개혁 실패에 대한 분노가 가라앉았습니까?

강: 권력층 간부들은 내심, 박남기 같은 아무런 힘도 없는 70대의 노 간부가 무슨 힘이 있어서 화폐개혁 같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냐는 의문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김정일, 김정은 본인들이 결단해서 망쳐놓은 것을 애꿎은 노인 하나를 작살내서 그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김씨 지도자가 늘 써먹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 후과가 너무 크고 사람들의 분노가 심각해서 박남기 처형으로도 진정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화폐개혁 후유증이 시간을 두고 극복되면서 그것이 오히려 북한의 장마당이 더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지자 인민들의 분노도 서서히 가라앉게 됐습니다.

전: 이번 김용진 교육 부총리의 처형도 서관히, 박남기 처형과 같은 맥락이라는 얘긴데요.

강: 그렇습니다. 최고 지도자의 정책 실패에 대한 희생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그는 인민들에게 선심을 쓰기 위해 11년제 의무교육에서 12년 의무교육으로 교육정책을 전환하면서 모두 국가에서 무료로 교육을 시킨다는 것을 천명했습니다. 이러한 12년제 의무교육은 사실 부모들에게 반가운 일이었지만 문제는 교육의 질과 그 내용에 있었습니다. 11년제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1년을 늘인다고 해서 제대로 되겠느냐는 사람들의 의구심이었습니다. 물론,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을 교육부분에 쓴다면 교육의 질도 높아지고 12년제 의무교육에 대한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의 감정도 달라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12년제 의무교육은 발표해놓고 그 어떤 국가적인 지원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각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인데, 아무런 힘도 없는 내각이 무슨 돈으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었겠습니까?

사실 북한 같은 경제력이 형편없는 나라에서 12년 무상교육을 한다는 것 자체가 서방세계에는 잘 믿을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미 북한 교육의 질은 너무 낮아서 북한 어린이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1년간 무상교육을 늘리려면 거기에 들어가는 교과서 등 교육비가 만만치 않았다고 봅니다.

전: 국가적 지원이 전혀 없는 교육부가 그것을 감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겠네요.

강: 그렇습니다. 북한은 늘 어린이는 나라의 왕이라고 말은 합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불쌍한 어린이들을 꼽으라면 아마 북한 어린이들일 것입니다. '태양 아래'라는 기록영화에서도 봤듯이 평양 중심의 잘 나가는 어린이들도 통제와 궁핍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1년을 무상으로 교육을 한다고 했으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상당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김정은이 쓴 돈은 모두 핵과 미사일 개발, 사치성 건물에 탕진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김정은이 생색내기 식의 무상교육 1년 연장을 했지만 인민들은 차라리 일 년 먼저 졸업해 자기 밥벌이라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12년제 의무교육에 대한 반감이 심해진 것입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자신의 교육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엉뚱한 교육 부총리에게 씌워 처형함으로써, 자신의 원래 정책 의도는 옳았지만 김용진 같은 자가 교육정책을 말아먹으면서 그 좋은 12년제 의무교육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한 것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