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지난 11월 13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군 병사가 남측으로 귀순했는데요, 북측 추격조의 조준 총격을 40발 정도 맞아 당시 중태였지만, 남측 병원으로 후송돼 몇 차례의 수술을 받고 지금은 의식을 회복해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고 합니다. 한국 텔레비존 시청을 하는 등 정서적으로도 안정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남쪽으로 탈출하는 사례는 해마다 발생하는 것이지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이른바 JSA를 통해 월남하는 경우는 흔치 않죠?
강철환: 그렇습니다. 지난 1998년 변용관 상위가 판문점을 통해 탈출했고 2007년에 하급병사가 탈출한 이후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변용관 상위는 적공국 출신으로 특수활동을 하던 군인었고 지금 총격을 받아 쓰러져 있는 군인은 JSA에서 근무하는 하급병사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소위 계급의 장교일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전. 북한군의 적공국이라고 하면 남한군의 심리전 부대와 같은 것이죠?
강. 그렇습니다. 적공국은 인민군 총정치국 산하로 적공대학이 따로 있습니다. 전투능력과 지적능력이 있는 군인들을 선발해 휴전선에서 남한군인과 직접적으로 대적하는 임무가 부여됩니다. 이들은 우리의 심리전 역할도 수행하게 되는데 군단별로 한국에 살포하는 전단지나 확성기, 그리고 개별적 군인들과의 접촉을 통해 북한으로 망명 유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됩니다.
전. 휴전선 북측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인민군 병사들은 특수 부대에 속해 있다고 봐야겠죠?
강. 맞습니다. 그들은 민사경찰, 또는 민경대대로 불리는 특수병종에 속해있는 군인들입니다. 휴전선 4개군단에 속해서 휴전선 1선을 지킵니다. 민경대대는 군단 별로 1800명이 구성되어있고 정찰대대는 500명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특수부대는 이외에도 경보대대, 해상저격 등이 있는데 휴전선에서는 민경대대가 사실상 핵심 부대인 셈입니다. 과거에는 민경대대에 가려면 상당한 배경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출신성분과 신체조건만 좋으면 뽑혀간다고 합니다. 과거 민경대대에서 군 생활을 마치면 간부급으로 승진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근래에는 이들이 남조선 방송을 하도 많이 들어서 사상이 변질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간부 승진이 힘들어 최근에는 민사경찰도 예전같이 인기가 높지 않다고 합니다.
전. 민사경찰 출신 탈북자들이 한국에도 있다지요?
강. 그렇습니다. 이철호 민경대대 보위군관이 망명했고 그 이전에 한국에서 병환으로 사망한 장철봉씨, 그리고 박사과정을 마치고 교수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최정예 북한군 출신들이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은 녹녹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전. 사실 북한군 최정예 부대이면 대우가 좋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탈출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큰 화제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사실 판문점 병사들은 병사가 아니라 군관들이 대부분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병사들은 아무리 잘 먹고 커도 신체조건이 열악해 5년이상 현장 부대에서 단련된 병사들이나 장교급들이 판문점에 나와야 한국군 병사들과 신체조건을 맞출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군인 복지가 열악한 셈입니다. 사실 예전에는 민경대대 군인들은 흰쌀 밥과 고기를 마음껏 먹을 정도로 대우가 좋았지만 지금은 옥수수로 연명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 그 탈출 병사 장 속에서 옥수수 알갱이가 나왔다죠?
강. 그렇습니다. 최정예 부대의 전투원들인데 옥수수를 먹인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데요. 사실 고난의 행군이나 2000년 초 군대에 심각한 식량위기가 왔어도 휴전선 부대나 특히 민경대대는 웬만하면 백미에 고기를 공급했습니다. 그런데 최전방 민경대대의 전투원들이 옥수수를 먹는 다는 것은 북한내부의 경제사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전. 그뿐 아니라 한국 사람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기생충, 특히 30센티 정도나 큰 회충 여러 마리가 이 탈출 병사의 소장에서 나왔다고 하던데요, 외국 주요 신문 방송에서도 이 회충이 발견된 사실을 크게 다뤘습니다. 사실 기생충이라는 것은 국제사회에서도 이젠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인데 어쩌다가 북한의 최정예 부대원이라는 병사의 몸에서 기생충이 득실댔다고 하니 정말 충격적입니다.
강. 사실 저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물론 제가 북한에 살 때인 1990년대 초에도 해마다 집단적으로 먹이는 구충약 산토닌이 있었습니다. 아마 한국에서도 1960년대에나 먹어봤던 기억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산토닌은 시커먼 물약인데 밥 사발에 한 그릇씩 담아서 먹게 합니다. 학교에서도 집단적으로 아이들에게 먹였는데 저도 그 역겨운 약을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산토닌을 먹으면 회충 등 기생충이 살아서 나오기도 하는데 모든 아이들에게 많은 기생충이 있어서 너무나 끔찍한 풍경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산토닌은 구충제이지만 간에 좋지 않아서 선진국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사실 저도 한국에 와서 20년 이상 살지만 구충제를 거의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25년이 지난 오늘이지만 아직도 회충이 배에 가득 차 있다니 북한체제가 핵과 미사일 외에는 인민들에게 정말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북한군의 핵심 부대의 병사들조차 이런 위생조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니 일반 부대나 주민들의 건강 상태는 얼마나 열악할지 짐작이 갑니다.
강. 그렇습니다. 아마도 일반 부대원들이나 주민들은 해마다 구충제를 제대로 먹지 못할 것이니 회충이나 기생충에 의해 아까운 목숨을 잃는 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구충제나 방역 의약품들은 사실 북한에 좀 지원해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그런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기생충 말고도 각종 전염병 문제는 북한사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입니다. 홍역 같은 후진국 병이 해마다 창궐하고 있고 목욕 부족이나 위생상태가 좋지 않아 발진티브스, 장티브스와 같은 각종 전염병이 끊이지 않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생활하는 인민군대는 더 생활이 열악해 피해가 큽니다. 전쟁시기에나 발생하는 '옴'병 같은 것도 지금 인민군대에서 해마다 퍼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치료약이 없어서 류황을 태워서 소여물가마의 증기를 몸에 닿게 해 낫게 하는 원시적 방법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수억 달러를 쏟아 붇고 있는 사이에 민생과 주민들의 건강은 피폐해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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