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유엔산하 FAO 즉 식량농업기구가 최근 발표한 식량전망보고서에서 올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작년에 비해 30톤이 준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170만 톤에서 140만 톤으로 감소했다는데요, 근래 북한전략센터가 전한 바에 따르면 북한 내 식량 가격이 안정세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강철환: 지금은 북한에서도 가을걷이를 다 마무리하고 농장 별로 분배를 하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각 협동농장과 해당지역 농촌경영위원회를 통해 올해 작황이 세세하게 보고돼 장악되는 때입니다. 유엔농업기구에서 발표한 이러한 수치는 북한당국이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당국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러한 상황을 대내외에 공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농업생산은 예전에 비해 조금씩 늘어났고 실제 북한내부의 식량가격은 큰 변동이 없어 급격한 식량 파동이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유엔제재가 들어가면 곧바로 식량가격이 상승했지만 이번에는 최악의 외부 제재에도 식량가격이 오히려 안정된 것은 그 만큼 식량절대량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작년보다 실제로 30만 톤 이상 줄었다면 북한에서 아사자가 발생하고 위기로 치달아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북한 정부가 다른 목적에 의해 이런 발표를 했다고 봅니다.
전. 과거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도 북한 정부가 외부 세계의 식량 지원을 더 받아내기 위한 속셈이 있다고 판단하시는 건가요?
강. 다각도로 계산된 주장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인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야 국제사회의 동정을 얻어 유엔제재를 무마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질문하신 내용대로 실제로 식량 확보를 위한 유엔지원을 끌어내려고 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 됩니다. 항상 북한에 대한 외부세계의 인도적 지원은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기는 해도 식량지원은 가급적이면 받아내려는 시도로 봅니다.
전. 그것이 사실이라면 최근 사건과는 다소 상충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탈출해 수술 받고 회복 중인 북한군 병사의 몸에서 기생충이 많이 나오고 옥수수 알갱이가 발견됐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전 세계에 크게 보도되지 않았습니까? 만일 북한에서 식량가격이 안정되어 있다면 인민군대의 식량 공급도 원활해야 할 터인데 이 병사의 건강상태로 보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습니까?
강. 북한사회의 밑뿌리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회주의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배급제가 원천적으로 붕괴되고 있고 배급제에 의존하는 세력들은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들어서 농업생산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성과급 제도를 강화한 일종의 개혁안들을 내놓고 농민들에게 적용해왔습니다. 북한에서 농사가 가장 잘됐던 시기가 김일성이 지주들의 땅을 빼앗아 농민들에게 나눠준 이후 3:7제를 시행했던 시기입니다. 국가에게 3할의 세금을 내면 나머지 7할은 농민의 몫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농업 생산량이 늘어나면 이 제도의 수매량만 가지고도 충분히 공무원들과 군인들을 위한 쌀을 확보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3:7제와 유사한 농업 개혁안을 만들어놓고 분조 운영단위도 가족단위로 맞출 수 있게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런 개혁 조치로 북한농민들의 기대가 아주 컸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사실 이러한 농업개혁 정책은 실패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농민들의 자생력은 커졌지만 국가 수매량은 절반 이하로 감소해 국가배급체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전. 그렇다면 농업개혁의 근본적인 실패 요인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강. 북한은 농업 생산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중국식의 개인 농을 전면 허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 농을 전면 허용하려면 기존의 배급제를 폐지해야 합니다. 배급제는 사회주의 경제정책의 근본이기 때문에 중국도 개혁을 할 때 개인농과 함께 배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면서 시장의 원리대로 식량을 유통시켰고 지금은 그 누구도 중국에서는 배급을 타려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북한도 3:7제를 실시한 것은 거의 유사한 개인 농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중국의 농업개혁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국가에 내는 일종의 세금을 제외하고 농민의 소득을 국가의 간섭 없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국가세금은 원칙대로 받아가면서 나머지 농민의 몫을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 그렇다면 농민의 몫으로 가야 할 소득 분을 과거 방식으로 흡수하려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농업개혁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강. 그렇습니다. 지금 배급제는 공무원과 군인들을 상대로 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국정가격 그러니까 국가가 정해 놓은 가격에 의해 거의 공짜로 배급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당국이 농민들로부터도 공짜와 다름없는 가격으로 수매할 수 있어야 배급제를 유지할 수 있는데 지금 농민들은 시장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자신들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옳은 방법인 것입니다. 하지만 가을만 되면 농민이 가져가야 할 몫을 인정하지 않고 국가에서 정한 헐값에 넘기도록 강요하기 때문에 농민들은 농사를 지으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전. 그렇다면 농민들이 어떻게 버티면서 식량가격을 안정시키고 있는 것입니까?
강. 북한농민들의 생존 전쟁입니다. 농사를 열심히 지어서 헐값으로 국가에 뜯기느니 필사적으로 뒤로 빼돌려 저축하고 식량 수매를 최소화하는 길이 농민들이 살길이 되는 것입니다. 수십 년간 국가에 수탈당한 북한농민들은 이제는 더 이상 앉은 자리에서 당하고 만 살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어느 지역, 어느 농민을 가리지 않고 자기가 농사짓고 가져가야 할 몫은 필사적으로 알아서 챙기는 것이 북한 농민들의 살길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가을만 되면 당국과 농민간의 생존 전쟁이 매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전. 그렇다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유엔 농업기구에는 실제보다 적게 보고됐을 가능성도 있겠네요?
강. 그렇습니다. 농민들이 은밀히 저축한 식량은 국가에 보고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30만 톤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농민 비축 량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엔 기구에서는 올해 가뭄이 심해 농작물에 피해가 컸다고 하지만 가뭄은 북한에만 온 것이 아니라 한국에도 심했기 때문에 그것이 식량 감소효과로 보기는 힘듭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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