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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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일: 1959년 쿠바 반체제 혁명으로 집권한 뒤 공산당 1당 독재자로 2008년까지 근 50년간 군림한 피델 카스트로가 병환으로 고생하다 11월 25일 사망했습니다. 여러 면에서 카스트로는 동맹국인 북한의 통치자 김일성 김정일처럼 자국민의 자유를 박탈하고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돼 쿠바의 경제적 파탄을 초래했지만 김씨 부자와는 달리 자신의 신격화, 우상화를 강요하지 않았고 일부 개혁개방을 허용해 민생피폐와 대량 아사를 방치하지 않은 지도자라는 점에서 대조가 되기도 합니다. 그가 통지하던 시절에는 비동맹 사회주의 우방인 북한의 김일성과 매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강철환: 그렇습니다. 피델 카스트로와 김일성은 반제국주의, 반미라는 기치를 공유하면서 혁명동지 이상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김일성은 미국에 대항하는 쿠바를 위해 AK소총 10만정을 무상으로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한때 쿠바에서 북한에 들어간 설탕이 평양에 풀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도입된 쿠바 설탕은 북한 인민들의 식용이 아닌 군수물자로 활용되면서 쿠바의 설탕지원에도 불구하고 인민들에게 설탕은 가장 귀하고 먹어 보기 힘든 음식이 됐습니다. 북한이 경제난을 겪으면서 쿠바에 대한 군수물자 수출이 중단되었고 쿠바 역시 북한과 설탕 등의 구상무역이 사실상 중단됐지만 정치적 문화적 교류는 지속되어 왔습니다.
전. 북한에게는 쿠바와 함께 윁남 (베트남)이 유일한 우방이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베트남은 중국처럼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개방 개혁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제 동맹국인 쿠바 마저 미국과 54년간 단절됐던 외교관계를 작년 여름에 정상화 하고 개혁 개방과 경제 살리기 쪽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북한과는 현저히 다른 모습이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사실 김일성과 카스트로는 같은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혁명을 했다고 하지만 걸어온 길은 너무나 다릅니다. 그것은 사회주의 가치를 지켰느냐의 문제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치자 개인에 대한 우상숭배와 수령독재입니다. 공산국가의 독재와 북한의 수령독재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우상숭배는 개인을 우상화하고 사회주의 이념이 아닌 수령 절대화로 체제를 구축하고 사람들을 통제하기 때문에 수령독재로 변질됩니다. 카스트로는 공산독재를 했지만 자신의 개인을 위한 수령독재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쿠바에서는 카스트로만 추앙하는 우상숭배 체제가 아닌 체게바라와 같은 혁명 동지들도 함께 추앙 받고 있습니다. 혁명의 전유물을 개인의 것으로 돌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에는 무려 3만 8천개에 달하는 김일성 부자의 동상과 사적관이 있습니다. 쿠바에 비교할 수 없는 만큼 지도자 우상숭배가 절대적입니다. 피델 카스트로가 사망하면서 남긴 유언이 그 차이를 단적으로 증명합니다. 카스트로는 자신의 이름을 딴 그 어떤 동상이나 건물을 짓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전. 그러니까 북한식 수령독재와 기타 공산국의 독재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얘기군요.
강. 그렇습니다. 중국도 사실상 공산독재이지만 그것은 공산당 차원의 독재이지 최고지도자 개인의 독재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공산당의 이익을 위한 독재인 것이지요. 하지만 북한은 노동당 자체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 통치자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당화된 것이 문제입니다. 북한에서 구 소련이나 중국, 쿠바에서 볼 수 없는 수백만 주민의 대량 아사와 집단학살, 강제수용소가 존재하는 이유도 바로 통치권을 사유화 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는 모든 이익을 개인의 이익으로 돌려놨기 때문에 그야말로 봉건사회 왕조국가에서나 시행됐던 연좌제, 그것도 3대 멸족 연좌제가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극단적 우상숭배와 수령독재는 결코 사회주의 이념이 아닙니다. 적어도 정상적인 사회주의 체제라면 수령도 공산당의 지배를 받아야 하며 공산당 정치국의 결정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수령독재는 모든 체제가 통치자 한 사람에게 사유화되었기 때문에 노동당 정치국도 거수결의 의무만 있는 허수아비로 전락한 것입니다.
전. 독재자의 됨됨이나 사생활 면모도 북한 통치자들과 다른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들이 크게 차이 나는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강: 물론입니다. 베트남의 호치민이나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자신을 위해 김일성 김정일 부자처럼 궁전을 짓거나 호화생활을 하지 않았습니다. 카스트로는 일상적으로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가 김일성이나 김정일에 비하면 엄청 검소하게 산다는 얘기가 평양에 유학 온 쿠바 유학생들 입을 통해 많이 돌기도 했습니다. 물론 사회 통제를 위해 쿠바에도 비밀경찰이 가득하고 사람들을 감시하는 체제가 있다지만, 이동의 자유, 해외 여행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주민의 삶이 자유롭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습니다. 쿠바 사람들은 미국의 헐리우드 영화를 보며 미국 사회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말도 북한에서는 소문 났습니다.
전. 북한의 지도층 간부들은 카스트로의 장기집권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강. 미국의 코앞에서 엄청난 압력을 받으며 버티기가 쉽지 않지만 쿠바에서 카스트로의 공산당 장기집권이 가능한 것은 북한처럼 폭력적 독재도 존재하지만 사회주의 평등주의 명분이 북한보다 뚜렷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쿠바의 경제 역시 북한처럼 망가졌지만 카스트로 정권은 인민들의 삶 자체는 큰 고통 없이 살게 하는 것에 방점을 두어 왔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빈부의 격차가 너무 심해서 고위층의 삶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호화판이지만 쿠바의 상류층은 호화스럽지 않다는 것도 북한 지도층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쿠바로 유학 갔던 북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북한이 쿠바사회 정도만 된다면, 살만한 나라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쿠바 주민들의 일상 자유가 북한 보다 많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이유로 쿠바를 떠난 사람들을 당국이 따라다니며 잡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 쿠바가 지리적으로 미국과 가깝기 때문에 북한이 정보기관 요원들을 쿠바에 대거 파견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최근에 한국에 입국한 북한의 구 35호실, 현재 정찰총국 산하 공작원들이 쿠바에 나가 있다가 한국에 망명한 사례도 있습니다. 쿠바에는 한때 중국과 러시아 다음으로 북한 유학생들이 가장 많이 파견된 곳입니다. 에스빠냐 (스페인)어를 배우려고 많은 북한인들이 쿠바로 유학을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지에 의사나 학자로 위장한 북한인들이 꽤 많다고 합니다. 이들은 자체 생존 여건을 갖추고 독자 정보수집을 하면서 공작원 생활을 한다는 것입니다.
전. 피델 카스트로가 사망한 지금, 앞으로 북한과 쿠바와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는지 궁금합니다.
강.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의 사망 이후 개혁, 개방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래 북한보다 자유로운 나라이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미국은 물론 다른 서방국가들과의 관계도 개선하면서 관광지를 더 많이 개발하고 해외자본 유치를 확대해 아마도 중국식 개혁 개방에 가까운 경제체제를 갖출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의 거의 유일한 우방 쿠바가 이렇게 변화할 경우, 북한정권은 더 고립되고 외톨이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북한은 쿠바로부터 설탕 수입을 다시 재개하며 쿠바와의 교역을 확대하려고 하지만 북한산 무기에 큰 관심이 없는 쿠바로서는 북한과 딱히 경제교류를 할 만한 것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마지막 남은 사회주의 우방 쿠바가 진정으로 변화할 때에, 이는 북한 내부의 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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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