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병사의 잇따른 귀순

0:00 / 0:00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북한군 오청성 병사가 남쪽으로 탈출 귀순한 지 한 달 여 만에 12월 21일 또 휴전선에서 북한군 초급병사가 AK소총을 휴대하고 탈출해 남한군 비무장지대 소초로 귀순했다는 소식입니다. 하루 앞서 20일에는 북한 주민 두명이 동해에서 어선을 타고 남쪽으로 귀순했고요. 한국 군 당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해와 동해 바다를 통해 남쪽으로 탈출한 주민이 열한 명이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북한 병사가 네 명, 그래서 모두 열다섯 명이 귀순했다는데요, 북한군 병사의 탈출 수만으로 볼 때 작년 1명에서 올해는 그 네 배가 된 셈입니다. 잇따른 북한 병사들의 탈북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강철환: 이미 한국에 온 탈북자 수는 3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 가운데 휴전선에서 한국군과 직접 대치하다 넘어온 북한 군인은 흔치 않습니다. 그만큼 북한에서는 휴전선 근무부대는 최고의 정수분자들이 가는 곳이기도 하고 북한 정권의 최후 보루라고 여기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휴전선 군인이 목숨을 걸고 귀순하는 것은 그만큼 상징성도 있고 체제 내부를 알아볼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지난 11월13일 북한 민경부대 오청성 병사의 탈출로 휴전선 일대의 규율이 강화되고 특히 탈영이나 귀순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통제를 하는 와중에 발생한 추가 탈출이어서 그 심각성이 더 한 것 같습니다. 특히 AK 소총을 휴대한 채로 넘어왔다는 것은 휴전선 근무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출신 성분이 우수한 민경부대 병사이거나 그에 준하는 군인으로 보입니다. 그런 군인들이 잇따라 이탈하는 것은 보통문제는 아닌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 북한 군 당국에서도 휴전선에 근무하는 병사들이 남쪽으로 탈출하는 사태가 군사기에 얼만큼 악영향을 미칠지 잘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무슨 특별 방지책을 운용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강. 지난 2015년 8월 휴전선에서 목함지뢰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때 목함지뢰로 한국군 군인이 상처를 입었지만, 그 사건으로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큰 질책을 받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북한군의 대인 지뢰는 한국군의 북한 진입을 막기 위한 방어용이 아니라 내부 군인들이 한국으로 탈출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수단으로 변질됐습니다. 지뢰가 어디에 묻혀있는지 모르게 만들어놔야 휴전선에 밀집한 40만 대군의 이탈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 북한의 지뢰는 인민군용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휴전선 일대 근무하는 군부대는 군 총정치국과 보위국이 합세해 모든 군인의 동태를 장악하고 통제하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탈자들을 막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고 합니다.

전. 휴전선에서 군인들이 자주 이탈한다는 것은 북한군의 전반적인 상태가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징후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강. 군인들의 신체적 건강 상태와 정신적 무장 상태, 그러니까 영양 문제와 사기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병사들의 식량과 필수품 배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휴전선 근무 병사들이 후방 병사들보다 훨씬 대우가 좋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휴전선을 지키는 북한군도 크게 두 가지로 분리됩니다. 주요 4개 군단이 휴전선에 주둔해 있고 민사 경찰로 불리는 민경 부대는 각 군단에 배속돼 해당 지역 휴전선을 직접 지키고 있습니다. 특히 민경대대는 휴전선에서 한국군과 바로 마주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공급되는 식량이나 필수품은 가장 최우선적으로 보장해줍니다. 하지만 지난 11월 판문점공동경비구역에서 탈출하다 총상을 입은 오청성 병사의 수술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휴전선 민경부대원들 조차 옥수수로 연명하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휴전선 부대는 아무리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려워도 백미, 그러니까 흰쌀을 공급해왔고 부식물도 우선적으로 보장해왔습니다. 그런데 휴전선 부대가 옥수수로 연명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군의 식량 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바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 북한군의 식량 공급 사정이 어려운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텐데요, 왜 근년 들어서 그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일까요?

강. 북한군의 식량은 황해도 지역에서 대부분 충당합니다. 한국의 호남평야와 함께 한반도의 곡창지역인 연백평야는 북한 황해도 지역에 있습니다. 북한은 황해도 지역에서 농사만 잘 지어도 인민 모두가 이밥을 먹을 수 있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북한군과 정권의 수탈에 신물이 난 황해도 농민들은 더 이상 북한 당국에 약탈만 당하는 사람들로 있기를 원치 않고 있습니다. 당국의 약탈에 지역 농민들이 사생결단 저항하면서, 요 몇 해 사이 인민군대의 식량 확보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습니다. 인민군대의 식량 확보가 매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인민군대 병사들의 영양 상태도 나빠지는 심각한 상황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전. 외부세계의 제재가 장기화 되고 또 강화되는 것이 북한 경제는 물론 북한군 보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 아니겠습니까?

강. 물론입니다. 북한정권이 핵과 미사일 개발과 도발을 중단하지 않으면서 초래된 유엔의 대북 제재는 북한의 주요 자원에 대한 차단과 현금흐름을 막았습니다. 인민군 물자 구입에 필요한 현금도 상당 부분 차단되면서 피복, 신발, 기타 군수품 조달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식량문제도 위중하지만, 군인들이 겨울이 와도 겨울 군복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고 신발조차 충분하게 공급되지 못해 신병들 같은 경우는 군화도 제대로 신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입니다. 고기 등 부식물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병사들의 만성 영양실조도 큰 문제가 된지 오래입니다. 북한 사회 전반적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북한사회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군대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전. 북한군 병사들이 배고파 남쪽으로 귀순하기도 하지만 한국의 대중문화와 자유를 동경해서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남한쪽 휴전선에서 북쪽으로 하는 확성기 방송에 북한군 젊은 병사들의 사상과 사기가 동요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청성 병사도 수술을 마치고 깨어나 제일 먼저 한 말이 한국 노래가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사실 지금 북한군에서 복무하는 병사들은 90년대에 태어난 세대입니다. 배급제에서 벗어나 시장에서 부모에 의해 자라난 세대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국가에 대한 충성도보다 부모에 충성하고 시장에 잘 적응된 세대입니다.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유통되는 한류에 가장 민감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현재 북한의 20대는 가장 진취적이고 선진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인민군대의 사상적 무기를 와해시키고 있습니다. 휴전선에 배치되는 군인들은 대부분 출신 성분이 좋은 가족들입니다. 하지만 한류를 접하다 보니 눈앞에서 보는 남한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없던 궁금증도 생겨나고 확성기에 귀를 더 기울이게 됩니다. 20대 한창 나이 때 사상교육만 하며 훈련만 10년 시키는 북한군 병사들이 외부소식에 민감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입니다.

전. 그렇다면 한국군 당국에서는 북한군 병사들에 대한 심리전을 좀 더 강화할 것 같은데요.

강. 지금 김정은에게 인민군대, 특히 휴전선 부대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그들이 무너지면 북한은 사라집니다. 그래서 인민군대에 사상적 교양을 강화하고 통제를 지독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않으면서 젊은 병사들을 사상 무장시킨다고 해도 배고픔을 벗어나고 자유를 맛보려는 그들의 본능을 제어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휴전선에서 대북확성기 방송만 할 것이 아니라 한국과 자유세계의 소식과 실상을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외부정보 유입을 군 당국뿐 아니라 정부가 전략적으로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실시하는 것이 북한군에 대한 심리전을 넘어 북한 사회 자체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