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인자의 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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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한 때 북한의 2인자로 알려졌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최근 처벌받았다는 소식이 한국 국가정보원에 의해 전해졌습니다. 그 밑의 김원홍 제1부국장 등 총정치국 소속 장교들도 함께 처벌됐다는 소식인데요, 그 실상이 궁금합니다.

강철환: 저희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재 북한 정세는 최악의 위기 상황이라고 합니다. 최근 북한 간부 층에서는 김정은이 내우외환을 자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무책임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대외적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처지에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치를 잘 해도 모자를 판인데 김정은은 북한 권력기관의 양대 축인 국가보위성과 인민군 총정치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도 물론 이런 식의 위기가 온 적이 있었습니다. 수백만이 아사하고 온 나라가 경제적 마비로 붕괴상태에 직면했던 때입니다. 하지만 김정일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햇볕정책 역이용 전략으로 남한의 현금과 식량을 흡수해 굶어 죽어가는 인민군대를 살리고 멈춰 섰던 군수공장을 가동시켰습니다. 외부의 압력으로 중단된 핵과 미사일 개발도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런 내부적 상황을 정리하고 나서 체제가 안정되자 2006년에 첫 핵실험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았고 조중관계를 항상 안전하게 관리를 한 것입니다. 거기다가 김정일은 간부들의 숙청보다는 하부구조의 숙청을 더 많이 하면서 자신의 권력기반을 안정화시켰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아버지가 했던 처리 방식의 반대로 하다 보니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 과거에도 보위성 간부들을 숙청하거나 총정치국을 검열하는 사례가 있지 않았나요?

강. 개별적 간부들에 대한 숙청과 검열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핵심기관일수록 검열 숙청 숫자도 적었고 그것도 아주 신중하게 검토한 이후에야 단행했습니다. 과거 류경 국가보위성 반탐 부부장의 경우에도 현재 김원홍보다 더 막강한 보위성 권력을 휘둘렀고 그 폐해도 컸지만 숙청 대상은 류경과 측근 한두 명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지금 김정은은 역대에 한 번도 숙청에 연루된 적이 없는 보위성 정치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부부장 급 간부들을 무더기로 처벌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습니다. 체제를 수호하는 지붕을 헐고 있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여기에 인민군 총정치국을 건드리는 것은 아예 망하려고 작심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전. 인민군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은 25년간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북한의 김씨 세습 왕조를 포함해 그 어떤 독재 권력도 군부는 양날의 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을 지키는 도구가 되지만 잘못 되면 군부에 의해 축출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김정일은 군부를 확실하게 장악하기 위해 인민군 총정치국을 강화했고 총정치국은 김씨 정권을 수호하는 보루가 된 것입니다. 총정치국을 통해 인민군대는 철저한 김씨 일가의 친위 군대로 장악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총정치국장이 숙청대상이 되고 검열대상이 된다는 것은 지도자 김정은이 어리석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총정치국이 흔들리면 인민군대가 흔들리고 군대조직이 흔들리면 결국 체제는 위험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 그렇다면 총정치국의 우두머리인 황병서를 처벌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봐야 합니까?

강. 인민군 총정치국은 이미 김정일 시대부터 최대 이익집단으로 변질 된지 오래됐습니다. 김정일도 인민군 총정치국의 부정부패를 다 알고 있지만 그들의 위험 선을 넘지 않는 한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먹이사슬과 권력을 이루는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선 일정한 부도 인정해줘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5년 이상 총정치국은 모든 권력 변화의 무풍지대였고 북한에서 가장 선호하는 간부직이 된 것입니다.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제외하면 총정치국은 최고의 권력 기구가 된 것입니다. 상징적으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권력의 2인자로도 인식되어 왔습니다. 김정일은 2000년 10월 미국 클린턴 행정부 시절 워싱턴에 조명록 총정치국장을 보내면서 김정일을 대신하는 특사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에 총정치국장을 파견하는 것도 지도자가 직접 가는 것과 같은 비중을 갖는 격식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핵심적인 권력 집단이 부패되고 실권이 집중된다면 유일 지도자 김정은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번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에 대한 숙청의 발단은 황병서 자체의 지나친 아부와 충성심이 불러온 화로 저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전. 보통, 김씨 일가 지도자에 대한 충성과 아부는 그 행위자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것이 아닙니까?

강.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김정일 시대에 잠잠하던 인민군 행정 간부들이 김정은 시대에 와서 폭발한 것은 황병서가 총정치국장으로 있으면서 인민군 장군들과 고급장교들을 보호하지는 않고 김정은의 칼춤을 부추기면서 그들이 더 많이 숙청당하고 처형당하게 놔둔 결과로 보입니다. 거기에 작전 장교들과 군인들에 대한 처우가 날로 악화돼 군인들의 사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진 것입니다. 인민군 총참모장 리영호가 장군 처우를 받지 못하고 비참하게 맞아 죽고, 인민무력부장 현영철이 깜박 졸았다는 이유로 처형당합니다. 거기에 바른 말을 한 변인선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장은 비명횡사하면서 작전계통의 군인들의 사기는 바닥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떨어져 왔습니다. 김정은이 많은 인민군 장군들을 잡아 죽이면서 군 내부에서는 김정은이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의 간첩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돌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인민군 내부는 어수선한 상태입니다. 작전 장교들을 양성하는 강건군관학교가 사관생도 모집이 안 될 정도로 군대의 사기가 떨어진 것은 김정은의 입장에선 심각한 상황인 것입니다. 군대가 아무리 김정은 개인의 군대로 전락했다고는 하지만 군의 사기가 떨어지고 전투력이 상실되는 것은 어떻게 하나 막아야 하는 일입니다. 그 때문에 김정은은 군 사기 저하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지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입니다.

전. 그 희생양이 황병서라면 결국 토사구팽으로 볼 수 있겠네요.

강. 그렇습니다. 사실 북한 헌법상 국가원수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김영남은 아부와 절대복종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그 오랜 세월 동안 혁명화 한 번도 안 갈 만큼 자신의 처신에 철저하고 김씨 일가에 절대 복종한 결과 90세가 넘도록 허수아비이기는 하지만 권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황병서도 아마 김영남의 장수비결을 따라 복종과 아부에 혼신을 다한 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지만 김영남이 살아있는 것은 그의 위상이 권력 없는 허수아비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황병서의 직위는 다릅니다. 막강한 권력을 쥔 인민군대의 수장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가지고 군대 전체를 아우르고 잘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최고 지도자 김정은에게 할 말은 해야 하는 위치였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개인 감정대로 군대가 망가지는 것을 방치했고 결국 그 책임을 지고 비참한 운명을 맞게 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