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2월 9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할 것을 한국 정부가 계속해서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모든 정책 결정은 오로지 통치자 한 사람의 말 한 마디에 달려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올림픽 참가 여부 역시 김정은 위원장이
현 상황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할 것이냐에 좌우되지 않겠습니까?
강철환: 그렇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의사결정 체계가 김정은 체제에서는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유능한 참모들의 중지를 모아 지도자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그런 정상적인 국가 운영이 김정은 통치 아래에서는 보기 힘들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과 그의 부친 김정일은 아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정책결정에 있어서 객관적인 평가나 판단보다 김정은 자신의 개인적 감정이 우선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지도자의 자질과 직결됩니다. 김정일도 그의 아버지 김일성에 비해 부하들의 말을 잘 안 듣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하부구조에서 정확한 정보전달과 정책제안을 하게 했습니다. 그러한 정책제안은 어느 누구의 감정이 아닌 현실과 사실에 기초해 만들어지게 했기 때문에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김정일 시대에는 많은 참모들이 다양한 제안을 김정일에게 올렸고 김정일은 여러 대안을 검토해 그 중에서 최선책을 선택하는 성향을 보였습니다.
전. 그렇군요. 하지만 최종 결정은 지도자가 내리는 것이니, 개인적인 판단 오류도 있지 않겠습니까?
강. 물론입니다. 김정일이 대내외 정책에서 실패한 사례가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대외정책에서는 특히 일본인 납치와 식민통치배상문제 협상을 그르친 것이 주목할 만 합니다. 조총련내부의 핵심은 북한이 절대로 일본인 납치문제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고 김용순 부장과 통일전선부는 일본정부에 민간인 납치를 인정하고 막대한 배상금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일은 이 두 개의 제안을 받고 고민하다가 결국 조총련의 제안을 내치고 통전부 전문가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일본인납치의 인정으로 김정일만 망신당하고 일본의 강력한 제재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이것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입니다. 하지만 대체로 그밖의 대외 전략에서는 참모들의 여러 제안을 받아 검토 결정하는 김정일의 통치방식이 효과를 봤다고 판단됩니다.
전. 아들 김정은의 경우는 보통 정책 결정과정에 핵심 참모들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지시하는 성향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강.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치 방식이 아버지와 현격히 다른 것은 집권 이후 김정은이 내린 여러 가지 주요결정에서도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실례가 2013년 3차 핵실험을 앞두고 당시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김정은에게 중요한 제안을 합니다. 3차 핵실험을 하더라도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는 그 해는 피해가자는 의견이었습니다. 시 주석이 올라서는 해에는 군사행동을 자제해서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장성택의 의견을 무시하고 3차핵실험을 강행합니다. 당시 중대회의가 언론에 공개됐는데 장성택은 빠져있었습니다. 그 결과 김정은은
시 주석에게 밉보여 6년째 중국방문도 못하고 중국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두 번째 사례는 김정은이 북한에 떨어진 호재를 스스로 차버린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을 압박하던 박근혜 보수 정부가 몰락하고 그 대신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를 내세우는 진보적인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생명줄이 내려온 것과 같은 것입니다. 북한 내 통전부나 대남전략가들은 모두 문재인 정권을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김정은 혼자 대남 압박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나치게 과도한 대남의존도는 체제를 더 위태롭게 한다는 게 김정은의 논리인데 지금 보면 한국 좌파 세력의 입지를 김정은 스스로가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 셈입니다.
전. 다시 평창 올림픽 문제로 돌아가서, 그럼 김정은은 평창 올림픽에 선수들을 보낼 것인지, 아니면 훼방을 놓을 것인지, 어떤 결정을 내릴 건지 궁금합니다.
강. 과거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은 철저하게 남한에서 벌어지는 국제적인 체육대회 잔치에 재를 뿌려왔습니다. 평양을 경악하게 만든 1988년서울올림픽을 저지하기 위해 김일성 때는 김현희를 시켜 KAL기를 폭파시켰습니다. 무고한 대한민국 근로자들이 희생당한 것입니다. 1998년 한국에 김대중 정부 들어 북한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북한에 큰 도움을 주었지만 김정일은 2002년 한일 공동 월드컵 때에도 서해교전을 일으켜 잔치에 재를 뿌렸습니다. 당시 북한은 한국축구의 놀라운 비약과 체제역전에 대한 열등의식과 북한내부의 동요를 막기 위해 서해교전을 벌였습니다. 과거와 연관시켜본다면 김정은도 분명 평창올림픽에 재를 뿌릴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 과거처럼 한국에 대한 도발로 이어진다면 북한은 정말 구제불능의 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전. 김정은은 어떤 선택을 할 것으로 보십니까?
강. 지금은 김정은이 문재인 정권의 구애를 받아들여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는 너무나 다른 환경이고 김정은에게는 문제인 정부 외에 다른 탈출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김정은이 문재인 정권 초기에서 자행한 것처럼 남한을 무시하고 도발의 길로 간다면 더 이상 김정은에게는 기회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지금 이 시점에서 자기가 죽을 구덩이를 파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 같으면 군사적 도발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협하겠지만 지금은 군사적 수단도 마땅치 않고 그래 봐야 얻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정은 스스로도 이번에는 도발보다는 협력으로 가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특히, 김정은은 스포츠분야에서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키려 하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동계올림픽 경기 선수들이 부족한 어려운 환경이지만 적들 소굴에 선수들을 보내 공화국의 명예를 높였다고 자랑하려는 속셈을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올림픽 경기 이전에 선수등록 문제 등 경기 참여에 필요한 절차를 이행해야 할 시간이 부족해 북한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