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 망명 이후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이 가중되는 와중에 최근 김정은을 포함한 지도부의 보건을 담당하는 핵심 간부가 중국에서 가족과 함께 이탈해 또 다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십니까?
강철환: 북한 내각 보건성 1국 출신의 고위 간부가 베이징에서 가족과 함께 이탈한 것은 북한외교의 심장부인 중국의 수도에서 발생했다는 것과 그가 김정은을 포함한 핵심 엘리트들의 건강 정보를 다수 취득할 수 있는 위치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북한에는 태영호 공사와는 다른 차원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우선 이번 베이징 이탈 사건은 잇딴 해외공관원들의 이탈과 13명의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출로 보위부의 통제가 강화된 상태에서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북한보위부는 집단 탈북사건과 해외공관원 이탈 사건 이후 해외 반탐 부서를 확대해 해외생활을 하는 외교관들을 포함해 외국생활을 하는 북한인들에 대해 강한 통제를 해왔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번 사건이 또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공포정치와 철저한 통제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 북한에는 충격일 것 같습니다.
전. 이번 경우도 과거 13명의 탈북 종업원 사건처럼 중국정부가 암묵적으로 이탈을 용인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근 중국이 대북거래한 훙샹그룹에 대한 조사와 함께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 아닙니까?
강. 그렇습니다 중국은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은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북중 양국이 심각한 갈등에 빠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1997년 황장엽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북한은 당시 외교력을 총동원해 황장엽씨를 되돌려 오려고 했지만 중국 지도부는 한국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엄청난 타격을 받은 것입니다. 중국에서 활동중인 보위부 간부나 39호실 핵심 간부도 중국정부의 묵인 하에 모두 제 3국으로 빠져 나와 사실상 북한은 중국을 믿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지난 13명 식당 종업원 사건도 중국 정부가 묵인하지 않으면 절대로 불가능한 사건이었습니다. 외교의 중심인 베이징에서 김정은의 건강정보를 가지고 있는 보건성 간부가 이탈했음에도 중국이 막지 않은 것은 그만큼 북한에 대한 압박이 가식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전. 현재 북한의 최고 상류층 간부들은 주로 해외에서 치료 받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그 가운데서 중국 베이징에 있는 인민해방군 병원도 북한고위층들이 많이 찾는 병원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모든 분야에서 낙후하지만 특히 의료분야가 가장 취약합니다. 그래서 북한은 우수한 북한의료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대생들의 해외유학을 허락하지 않아 최신 의료기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첨단 의료시설들로 최근에는 거의 도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위층들이나 김씨 가문의 일가에게 건강상 문제가 생기면 모두 해외로 보내 치료를 받게 합니다.
전. 그렇다면 이번에 탈북한 보건성 간부도 북한 고위층들의 해외 치료를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겠네요.
강. 그렇습니다. 북한당국이 보건관계자들을 해외에 파견하는 것은 인민들의 의료체계를 돕기 위해서 나올 이유가 없습니다. 모두 특권층들의 해외 진료와 북한 내에서 쓰여질 최신 의료기기와 의약품들을 북한 내 보내기 위해서 파견된 사람들입니다. 또 이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무는 최고위층들에게 갑자기 건강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외병원들과 조율해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입니다. 베이징은 중국과 해외로 나가는 창구이기 때문에 베이징 사무소는 아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곳입니다.
전.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도 과거 프랑스 의료진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현재까지 나타난 정황을 보면 일단 북한의 김씨 일가들은 주로 프랑스의료진을 찾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2008년 김정일이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에도 프랑스 의료진이 평양을 방문해 직접 치료했습니다. 당시 뇌를 촬영한 필름이 해킹돼 김정일이 5년밖에 살수 없다는 전망이 나왔는데 거의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도 프랑스를 방문해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김정일이 그토록 신뢰했던 인민무력부장 오진우도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맬 때 프랑스 의료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김씨 일가는 프랑스의료진과 인연을 맺고 그들과 오랫동안 신뢰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이모든 커넥션은 베이징에서 모두 이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 하면 베이징은 북한으로 들어가는 항공기의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전. 북한 최고위 간부들 일부는 베이징에서도 치료를 받는 다지요?
강. 그렇습니다. 뇌출혈로 쓰러진 우동측 국가보위부 부부장도 중국에 위치한 인민해방군 특수 병동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군부나 보위부의 핵심간부들은 건강상에 큰 문제가 생길 경우 모두 중국에서 치료를 받습니다. 아마 중국과 오랜 동맹관계로 군부계통에서는 최고의 의료서비스로 북한측과 잘 연계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의료진의 신세를 지는 사람들은 김씨 일가와 측근들, 오진우와 같이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 해당되며, 그 아래의 고위층들은 남산병원이나 봉화진료소에서 치료가 안되면 거의 대부분 중국에 있는 해방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습니다.
전. 결국 해외 선진 의료 기술과 지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북한의 의료 수준의 낙후를 초래한 셈이군요.
강. 그렇습니다. 한가지 역설적인 일화가 있습니다. 과거 북한 김씨 일가들이 독일의사들에게 신세를 지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독일 의사 중 한 분이 과거 독일에 유학한 북한학생 가운데 뛰어난 의사가 있었음을 상기시키며 그 사람에게 치료를 받으면 되지 않겠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소문해보니 그 유학생은 정치범으로 걸려 수용소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80년대 중반 동유럽을 중심으로 북한의 의학생들이 상당수 유학을 했지만 그들 대부분 북한내부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자국의 의학도들에게 해외 경험을 자주 하게해서 의료 기술을 발전시켜야 하지만 김씨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치료를 위해서는 우수한 해외 의료진에게 의존하면서도 북한 내 재능 있는 의사들은 국내에 묶어 두어 이들의 실력 향상 기회를 박탈한 셈입니다. 핵과 미사일에 퍼붓는 돈은 남아돌지만 의료체계에 투자해야 하는 자금은 해외 요원들이 보내오는 눈먼 돈에만 의존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의 지도자들은 큰 병이 생기면 해외로 나가야 하고 그에 따른 신상정보가 알려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들 스스로 초래한 자업자득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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