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강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강철환: 네. 안녕하십니까?
전: 북조선 관측통들이 주목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김정일 시대의 신임 받는 측근이면서도 김정은 시대에 살아남은 사람; 바로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인데요, 김정은에게는 장성택에 이어 최대의 위험세력으로 찍혔다는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이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데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강: 김정일 시대에 잘 나갔던 2인자 그룹의 3사람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이제강 노동당 조직부 제1부부장, 두 번째는 국가보위부의 류경 부부장,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바로 오극렬 당 작전부 부장이었습니다. 이제강과 류경, 두 사람은 이미 사망했고 오극렬만이 남아있는데 저희 정보에 따르면 오극렬이 요즘 사는 것이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오극렬은 김정일 시대에는 가장 총애 받는 측근으로 그가 이끄는 당 작전부에는 김정일이 경호원도 없이 들어갈 정도로 신임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일이 죽자 김정은에게는 당 작전부의 1만 전투원을 거느린 오극렬이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된 것입니다. 당 작전부는 최정예 특수 요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군단 규모의 반란도 모두 진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부대였습니다. 김정은이 오극렬을 위험하게 본 것은 바로 이러한 막강한 조직을 지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아버지의 사람이지만 장성택도 못 믿는 상황에서 오극렬이 반란이라도 꿈꾼다면 김정은은 가장 위험한 세력과 마주하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전: 지금은 당 작전부가 해산돼 정찰총국으로 이관되지 않았습니까? 그 배경에 작전부에 대한 김정은의 불안감이 작용했을 법 한데요.
강: 그렇습니다. 김정일 시대 말기 때 대남공작 부서가 재편돼 정찰총국이 만들어졌습니다. 당 작전부는 국방위원회 하부직으로 남아 대부분 오극렬의 부하들로 구성돼 있었지만, 김정은의 의심을 받으면서 작전부 소속의 모든 전투원들이 정찰총국으로 넘겨진 상태입니다. 작전부 전투원들은 공화국 최정예 요원들이지만 정찰총국으로 넘어가면서 인민군 정찰국 요원들과 같은 대우를 받자 불만이 생기게 됐습니다. 하지만 작전부를 장악했던 오극렬의 위세가 사라지면서 구 작전부 요원들의 영광도 그 빛을 잃고 있습니다.
전: 최근 통치 기구인 국방위원회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오극렬의 위상변화와도 관련이 있겠죠?
강: 그렇습니다. 국방위원회는 사실상 오극렬이 당작전부 세력을 동원해 만든 기구이고 국방위 산하 외화벌이 기관들도 대부분 오극렬의 작전부 관련자들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국방위원회는 북한을 대표하는 기구로 김정일 시대에는 최고의 권력기관이었지만 지금은 있으나마나한 기구로 전락한 상태입니다. 김정은 시대에는 아버지와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합니다. 과거 김정일이 위기를 극복하기위해 선군정치와 국방위원회를 신설해 북한을 통치했다면,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 시대를 표방해 당 중심으로 국가를 운영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차별화된 운영 체제도 그의 아버지 김정일 시대 못지않게 여러 난관들이 겹치면서 국방위원회 체제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하고 4년째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방위원회는 지금은 거의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전: 최근 국방위원회 산하 무역회사들이 모두 해산됐다고 하던데요, 체제 개편의 신호인가요?
강: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국방위원회 산하 해양무역회사 등 수천 명이 모두 해산돼 다른 부서로 이관됐다고 합니다. 국방위원회 산하 무역회사들은 특수기관으로 분리돼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는데,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국방위원회는 무역회사를 운영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합니다.
전: 정치적인 통치기구가 경제적으로 제 일선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무역회사들을 관리한다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만, 김정은 체제가 아버지 김정일이 만들어 놓은 당, 군부 경제를 탈피해 할아버지 김일성 시대에서처럼 내각 중심의 경제발전을 도모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강: 김정일이 경제를 망쳐먹은 이유는 바로 내각 중심의 경제를 노동당, 군부 경제로 전환해, 내각 경제를 무력화시킨데 있습니다. 국가예산이 일원화되지 않고 김정일 본인이 개인금고처럼 국가예산을 쓰다 보니 인민경제는 파탄상태에 이르고 결과적으로 당, 군부경제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장성택이 이러한 문제들을 바로잡으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김일성 시대처럼 내각이 모든 경제의 중심에 서있고 국가예산을 배분해 국방, 노동당 예산이 나오는 그런 체제 정비가 선행되어야 북한경제는 정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시대의 경제발전은 아버지의 유산으로부터 어떻게 탈피 독립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 이후 북한의 체제에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북한전략센터가 입수한 관련 북한 내 정보와 자료가 있을 텐데요, 변화는 어떤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
강: 김정은 시대가 시작된 지 4년차가 됐지만 아직 김정은은 자기의 독특한 색깔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김정일은 내각제 대신 국방위원회 체제를 만들어 김정일만의 색깔을 만들어냈습니다.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추대하고 자신은 국방위원장이란 이름으로 북한을 통치했는데 그런 체제가 지금까지 존속돼 오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아버지의 유산인 국방위원회 체제를 청산하고 정상적인 국가운영을 해보려고 했지만 장성택 사건을 비롯한 많은 우여곡절 때문에 결국 김정일의 유산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내외적인 고립이 가속화되고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김정은 체제는 변화하려는 의도는 있어도 그것을 시도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전: 그렇다면 김정은은 김정일 시대와의 차별화를 계속 추구하기는 할까요?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은 지도부에 등장할 때부터 당군사위 부위원장이란 직책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니까 아버지 김정일이 만든 국방위원회 체제를 뒤로하고 당중심의 국가운영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죠. 북한 권부에서는 김정은의 영상 (이미지)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할아버지 김일성의 모습과 통치양상을 본 따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그 최선책을 아버지 김정일의 선군정치체제의 북한을 그 이전의 시대로 돌려놓아 김정은 시대는 북한이 정상국가임을 인민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김정은과 그 세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방위원회를 축소하고 지속적으로 무력화하는 한편, 아버지 시대의 인물들을 제거하고 새 시대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전: 네.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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