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실각(?) 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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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강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강철환: 네. 안녕하십니까?

전: 7일 사망한 리을설 북조선 인민군 원수의 국가장의위원회 위원 명단에서 최룡해가 빠지자, 그가 실각됐거나 숙청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한국 내 전문가들에 의해 나오고 있습니다. 최룡해가 실제로 실각 혹은 숙청됐을 것으로 보십니까?

강: 북한에서 고위층 인사들이 반드시 이름을 올려야 할 명단이 두 개 있습니다. 그 하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이고 또 하나는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입니다. 정치적으로 문제가 없는 한 병원에 누워있는 환자들도 그 이름이 올라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지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때에는 90세의 김일성 동생 김영주가 명예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국가적 공식 행사이면서 항일빨치산 1세대인 리을설의 장례식 명단에 최룡해가 빠졌다는 것은 그가 정치적으로 숙청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전: 김정은 집권 이후 3년여 최고 실세, 혹은 2인자로 간주됐던 최룡해가 만일 갑자기 실각이 됐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강: 최룡해가 만일 실각됐다면 아마도 김정은과의 누적된 관계 속에서 일어난 일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최룡해는 김정은의 부친 김정일의 의형제였고 최룡해의 아버지 최현은 김일성의 후계자로 김정일을 옹립한 일등 공신입니다. 최룡해는 청년동맹 위원장 시절에 김정일을 흉내 내 기쁨조를 운영하다 숙청된 적이 있지만, 위기를 넘겼던 사람입니다. 장성택은 부하들이 위기에 몰렸을 때 그들을 위해 총대를 메는 일이 없었지만, 최룡해는 자기 목숨을 걸고 부하들을 지키려 한 의리를 보여 오히려 김정일로부터 신임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최룡해는 배짱 있고 일처리가 확실한 인물로 알려져,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상당한 인기를 받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저희 정보에 따르면, 최룡해는 김정은이 장성택을 제거할 때부터 눈 밖에 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최룡해는 장성택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데에는 찬성했지만 그를 처형하는 데에는 반대했습니다. 특히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가 남편 장서택의 숙청 제거 과정에 최룡해를 만나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러자 최룡해는 당 조직부 조연준 부부장과 함께 김정은에게 장성택을 처형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제출했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김정은은 최룡해가 자체의 세력을 형성해 자기에게 대적할 수 있는 ‘위험세력’으로 본 것 같습니다.

전: 그러면 최룡해가 작년 봄에 인민군 총정치국장에서 해임된 것도 같은 맥락인가요?

강: 결국 그런 셈이죠. 김정일은 사망하기 1년 전에 이미 최룡해를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내정했습니다. 이때부터 최룡해는 총정치국장으로 공식 임명되기 전까지 군부에 대한 여러가지 장악사업을 진행하면서 군부에서 할 일을 정리하면서 기다렸습니다. 아들 김정은 시대의 군부 통솔자로 최룡해를 내세운 것은 김정일의 입장에서 유일하게 믿을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전: 그렇군요.

강: 그만큼 김정일은 최룡해를 신임했다는 것이고 군 총정치국장으로서 최룡해가 군대를 장악하면 자기가 죽어도, 아들 김정은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룡해는 김정일의 아들을 지키는 호위무사로 차출됐고 김정은 시대에서 군부 1인자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최룡해는 자신이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활동하는 기간 자신의 인맥으로 군부를 채웠는데, 보위부가 이를 포착하고는 김정은에게 ‘최룡해가 종파주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모함했다고 합니다. 최룡해는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2014년 3월 공식 석상에 나타났는데 다리를 절고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언론들은 최룡해의 건강상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 보도했지만, 사실은 그가 보위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어느 고위탈북자의 증언이 있었습니다. 김정은이 아버지뻘 되는 최룡해를 길들이기 위해 그를 구타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최룡해로서는 자신의 조카뻘되는 김정은에게 매까지 맞았으니 엄청난 굴욕이었고 참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겁니다.

전: 아버지의 측근과 실세들이 김정은 집권 후에 줄줄이 숙청되거나 실각, 혹은 처형 됐다는 점에서는 최룡해의 실각이 사실이라고 해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의 실각설과 관련해 최근 그의 중국 행보가 또 다른 이유가 됐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추측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9월 최룡해가 중국 전승절 행사에 북한 대표로 다녀오지 않았습니까? 그 결과와 연관 짓는 추정인 것 같은데요.

강: 최룡해는 부친의 인맥으로 중국의 지도자급들과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성택 이후 김정은이 최룡해를 중국에 특사로 최룡해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전: 그러니까,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에 보낸 것 말이군요?

강: 그렇습니다.

전: 인천 아시안게임 때에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군 총정치국장인 황병서와 함께 작년 10월 초,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인천에도 내려온 최룡해는 그만큼 대외적으로 상징적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역할은 김정은 시대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최룡해가 중국 방문기간에 김정은의 위상을 올리고 그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중국에 설명하는 대신 오히려 중국의 입장을 북한 측에 전달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저희는 들었습니다. 중국은 최룡해를 설득해 북한내부의 문제를 풀려고 했고, 지난 10월 노동당 당창건 기념일에 예상됐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없었던 것도 중국의 요구를 최룡해가 북한 지도부에 중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최룡해가 북한의 입장보다는 중국의 국익에 더 이로운 쪽으로 중재를 하면서, 김정은에게는 최룡해를 제거할 또 하나의 명분이 됐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전: 최룡해가 이번 장의 명단에 빠진 것도 그렇지만 이번 명단에는 오일정 당 군사부장을 포함해 항일빨치산 세력들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권력변화가 있다고 봐도 되겠는지요?

강: 김정은은 본인자체가 고모부를 죽이고 고모를 산송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아버지 김정일과는 달리 연좌제보다는 개인의 충성심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모부 장성택을 죽이면서도 그의 형 장성우의 가족은 그대로 살려두었습니다. 그러니까 한 가족에서도 충신과 역적이 나올 수 있다고 선을 긋고 있는 것이지요. 실제로 최근 탈북하는 고위 엘리트 가운데 상당수가 최고의 출신성분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만, 역사적 뿌리가 김씨 왕조의 충성심과 연관성을 보이지 않고 있어 김정은의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전: 그러니까 항일빨치산 뿐 아니라 출신성분이 좋은 사람들의 배신이 많아지자, 김정은은 충신의 기준을 과거의 배경이 아니라 현재의 충성심과 능력에 더 두게 됐다는 얘기군요?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이 간부를 선발하거나 사람을 쓸 때, 과거 부모의 후광을 갖고 대를 이어 한자리씩 하면서 기득권을 유지하는 항일빨치산 가족이더라도, 만일 충성심과 능력이 없으면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지금 김정은의 최측근들 대부분은 북한의 전통적 핵심세력인 항일빨치산 후세대들은 단 한명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 하지만 북한 김씨 왕조를 뒷받침한 항일세력을 소홀하게 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김정은 체제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강: 김정은 자신도 태생적 한계라고 할 수 있는 재일교포 어머니를 둔 사실 때문에 전통적 빨치산 세력에 대해 큰 미련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해외 유학 경험을 한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무능한 간부들이 부모의 배경을 믿고 온갖 횡포를 부리는 것에 대해 거부반응을 느꼈을 것입니다. 거기다가, 최룡해와 같은 핵심세력의 수장이 빨치산 후세들을 규합해 행동에 나선다면 김정은으로서는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중국과의 연계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김정은이 최룡해를 포함한 백두혈통들에 대한 견제를 지속한다면 결과적으로 김씨 정권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김정은이 백두혈통의 중심인 고모 김경희를 무시하고 최룡해까지 제거한다면 김정은에 대한 핵심세력의 반감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 네.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