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 트럼프 행정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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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미국의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는 선거 운동 기간 북한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대화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오바마 행정부의 기존 대북 압박 정책을 고수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의 한 관리는 트럼프든 클린턴이든 그 어떤 신뢰도 기대도 없다고 외신과의 회견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대화 용의를 여러 차례 밝힌 트럼프 후보가 이제 미국의 차기 행정부를 이끌 대통령 당선자가 됐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동향을 파악하고 있는 단체 대표로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철환: 저희 역시 북한이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의 협상이 클린턴 보다는 수월할 것이라는 판단아래 여러 전략적인 접근을 구상할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은 미국을 100년 숙적(100년을 갚아야 할 원수)이라고 주장합니다. 모든 책임은 미국에 있고 미국 때문에 자신들이 어렵다는 명분도 세우고 미국을 몰아내야 통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멀리 있고 한국에 있는 주한미군은 전쟁을 제외한 평화시기에는 상징적 위협에 그치고 맙니다. 사실상 북한의 최대 위협국가는 중국이지만 표면상 미국을 적대국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달 하순 북한의 미국전문가들이 과거 북한과 협상을 했던 미국의 북핵 특사 갈루치를 비롯한 북한 전문 관료 출신들과 의견을 교환 한 것은 그 누가 새 대통령으로 뽑히든지 김정은 정권은 미국 행정부와 어떤 돌파구를 만들어보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 그렇다면 북한은 트럼프 차기 행정부로부터는 뭔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까요?

강. 그렇습니다. 과거 북한은 노무현 이후 정동영 후보를 밀었지만 실패 하고 나서 이명박 정부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가 전문 경영인이었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 북한이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결국 이명박 정부와의 이해관계가 단절되자 천안함, 연평도 포격 등 군사적 도발로 한국을 압박했습니다. 이번에 당선된 트럼프 후보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전문 경영인입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인이다 보니 이명박 대통령보다 북한문제를 정확히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오랜 기간 미국 행정부를 이끌면서 북한에 대해 가장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야만 굴복시킬 수 있음을 터득한 사람이기 때문에 북한은 힐러리가 되면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북한은 과거 부시 행정부때 절묘하게 북한을 압박했던 BDA (방코델타아시아)제재는 북한을 상당히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어리석게도 북한의 농간에 속아 금융제재를 풀어주면서 북한정권에 숨통을 튀어주고 북한이 불법자금을 숨기는데 시간을 벌어주었습니다. 지금 북한은 트럼프를 통해 유엔제재와 한미 두 국가를 속여 현재의 압박을 풀 수 있는 묘책을 짜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 북한은 어떤 전략으로 미국과 접근을 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강. 과거 북한은 중국보다 미국을 통해 지도자의 위신을 올리고 중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전략을 추구해왔습니다. 집권 5년차에도 중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는 김정은의 입장에서 트럼프와의 관계개선은 하나의 큰 돌파구가 될 수도 있겠지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하겠다고 한데다, 그가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한미 갈등을 부추겨 주한 미군 철수라는 북한의 최대의 숙원을 달성할 수도 있다는 꿈을 꿀 수도 있습니다. 그걸 목표로 미국의 차기 정권을 속이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북한의 첫 카드는 평화협정입니다. 평화협정을 한국을 배제하고 정전 당사국끼리 체결해 미군을 한반도에서 몰아내는 것입니다. 이런 평화협정 전략을 북한의 단골 메뉴이기도 합니다.
두번째는 단계적 핵감축 논의로 볼 수 있습니다. 무조건 핵폐기에서 단계적 핵폐기를 조건으로 내세우며 자신들의 입지를 내세우려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무기가 주한미군의 위협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가정해 단계적 핵감축 논의를 통해 봉쇄 돌파구를 열어보려는 시도를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과의 비공식 접촉을 통해 자신들이 다량의 핵보유국이며 핵 보유국끼리 핵 감축은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정책을 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전. 김정일은 중국보다 미국을 활용한 체제 선전에 더 관심을 보인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미국이 초강대국의 힘이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죠?

강. 그렇습니다. 북한은 겉으로는 가장 강력한 반미 국가이지만 미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군사력은 러시아도, 중국도 당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지도자들과 접촉하는 것은 측근들을 포함해서 엘리트들에게 지도자의 위신을 세우는데 큰 효과가 있습니다. 2000년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또 2009년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로라 링, 유나 리 기자를 구해오기 위해 북한에 들어가 김정일과 만났습니다. 이러한 미국과의 관계는 김정일의 위상을 올리는데 엄청난 기여를 하기도 했습니다.

전. 김정일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최대 업적으로 평가했다지요?

강. 그렇습니다. 북한의 정보활동 역사에서 천재적 인물로 평가받는 국가보위부 류경 부부장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총괄 기획한 공로로 공화국 영웅칭호를 받은 사람입니다. 그는 미국인 기자들이 국경지역으로 오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들을 북한으로 유인 납치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몸값을 올려 결국 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도록 유도하는데 성공합니다. 당시 김정일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양으로 온 것을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했고 그것을 총괄기획한 류경 부부장을 가장 신임하는 측근으로 인정하고 둘이서 술잔까지 나누는 사이가 됐습니다.

전. 그렇다면 김정일의 아들 김정은도 자신의 위신을 세울 수 있는 무엇인가를 미국과의 관계에서 준비하고 있을 수 있겠네요.

강.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미국이나 국제사회는 북한의 속임수에 속을 대로 속아 더 이상 북한의 대외전략이 잘 먹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의 경우 아직 북한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하기 전에 자신들과 유리한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열기 위한 총공세적 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 김정일이 자신의 측근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미국으로 파견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김정은도 자신의 특사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미국으로 보내 미국과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자신의 위신을 올리고 외부세계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