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숙부 김평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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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내부에서 권력투쟁이 상시화 되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에게 염증을 느낀 군부 고위층 사이에 김정은의 작은 아버지 김평일을 새 지도자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외신이 최근 보도됐습니다.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 지에 대해서는 세계 탈북민 사회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철환: 김평일은 한때 아버지 김일성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이복 형인 김정일과 암투하던 유력한 차기 지도자 후보군에 들어 있었습니다. 사실 김일성은 본처 김정숙과의 사이에서 낳은 김정일보다는 후처 김성애로부터 낳은 김평일을 더 총애했고 김평일을 내심 후계자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일이 끝없는 권력투쟁으로 원로그룹의 지지를 얻게 됐고 결국 김일성도 마지못해 김정일을 후계자로 내세웠습니다. 그후 김평일은 이복 형 김정일에 의해 권력 주변으로 밀려났고 1988년 주 헝가리 북한대사로 시작해 유럽연합 대사 불가리아 대사 핀란드 대사 폴란드 대사직을 맡아 옮겨 다녔고, 작년 초에 조카 김정은으로부터 체코 대사로 임명 받아 일하고 있습니다. 김평일이 모든 권력에서 철저하게 차단된 이후 그의 추종자들은 수용소에서 비참한 운명을 맞이했습니다.
제가 요덕 수용소에 있을 때 김평일의 추종자인 김형락이라고 하는 김일성 전용비행사 출신 공화국 영웅이 있었는데 3대가 수용소에 끌려왔었습니다. 현재도 그의 자녀들은 수용소에 수감돼 가혹한 처벌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상 북한 내에서는 김평일 세력이 존재하기 힘든 상황인 것입니다.

전.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 해외공관장 대회를 열면서 거기에 자기 숙부인 김평일을 포함시켜 주목 받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사실 김정은은 백두혈통도 아니고 후계자로서의 정통성도 없는 위인입니다. 그런데 그가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백두혈통의 적통인 고모 김경희에게 위해를 가해 사실상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소문이 평양을 중심으로 파다하게 퍼져있는 상황입니다. 김정은이 김일성 가문에서도 외면당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의 정통성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그동안 숨죽이고 살아가던 김일성 가문의 식솔들의 존재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대표적 인물이 바로 김평일 입니다. 김정일에게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강력한 후계자 경쟁자이었고 김정일 시대에는 그 어느 곳에서도 김평일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없어 김평일 본인이 외국에 자발적으로 나갔다는 설도 있습니다. 김평일은 평양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는데 그것 때문에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외국에서 대사직을 유지하며 조용하게 사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전. 김평일 외에도 김일성의 친동생인, 그러니까 김정은에게는 작은 할아버지인 김영주가 대의원 대회 때 등장했습니다. 그만큼 김정은에게는 가문의 큰 어른의 후광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었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북한내부에서 김경희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사실상 죽음을 맞이했다는 소문은 있지만 그의 장례식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야릇한 것은 김경희가 형식적인 직책인 최고인민회의나 당 조직 등에 일체 이름이 올라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90세가 넘은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도 최고인민회의 명예위원장으로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역할은 전무해도 살아만 있으면 명예직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북한의 관례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자신의 아버지의 친 여동생, 즉 고모 김경희에게 아무런 직책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는 것은 김경희가 살아있지 않다는 주장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것 일 수도 있습니다.

전. 만일 사망은 하지 않았는데도 어떠한 직책에 이름이 올라 있지 않다는 건 결국 김경희가 숙청됐다고 볼 수도 있는 건 아닙니까?

강.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경희가 정치적으로 숙청됐다면 이것은 여간 패륜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김경희가 살아있다면 김정은은 작은 할아버지 김영주처럼 명예직이라도 이름을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김경희는 그 어디에도 이름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그렇다고 아직 부고 소식도 없었습니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김경희가 조카 김정은에게 정치적으로 숙청당했다는 주장이 맡는 것 같습니다.

전. 장성택 처형 때 김경희가 완강하게 반대하면서 김정은과 김경희 간에 고성이 오갈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요.

강. 최근 입국한 고위탈북자들에 따르면 김경희는 장성택 처형에 대해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당 조직부는 김경희의 의견을 존중해 장성택을 처형하지 않고 수용소에 수감시키는 것으로 처리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당 조직부의 결정을 무시하고 처형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는 완강하게 저항하는 김경희를 유폐시키고 고모가 관장했던 당 경공업부 간부들을 아무런 죄도 없이 끌어다가 처형시켰다고 합니다. 인민생활에 쓰려고 했던 약 3천만 달러의 현금은 김정은 개인의 비자금 관리부처인 39호실로 이관됐다고 합니다. 김경희가 남편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수년간 일체 모든 북한의 관영 매체에서 제외되고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고모 숙청이나 혈육으로서 그 어떤 패륜행위가 드러날 경우 김정은은 심각한 체제 위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전. 그렇다면 최근 김정은의 숙부 김평일 옹립설은 북한내부의 이러한 사정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또 김평일을 북한 내부 세력층에서 가장 적합한 후계자로 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강. 사실 김정일과 김평일은 수령 김일성의 아들들입니다. 누가 김일성의 후계자가 되었든지 그것은 그들의 운인 것입니다. 하지만 김평일은 김정일에게 밀려났고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가 되어 수백만의 인민을 굶겨 죽이고 나라를 망쳐놓고는 능력 없는 김정은에게 권력을 넘겨주어 북한체제가 붕괴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군부를 포함한 북한 지도층과 일반 인민들이 김정일의 아들에게 물려진 권력의 정통성을 인정하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김정은을 교체할 후계자를 고른다면 김일성과 가장 닮은 김평일이 적합하다는 기대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 사실 최근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의 근황이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이 김정남을 활용해 중국식 개혁 개방을 끊임없이 시도하려 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강. 사실 김평일 보다 권력에 더 가까운 것은 김정남입니다. 그는 중국이 밀고 있습니다. 김평일은 유럽 몇 개 국가를 돌며 주재 대사로 20년 넘게 나가 있었기 때문에 중국에 인맥이 전무합니다. 하지만 김정남은 중국에 막강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한 때 김정남은 중국의 비호를 받으며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이 형인 그를 암살하기 위해 공작원들을 파견했었다고도 합니다. 김정남이 김정은을 비방하지 않는 조건으로 그의 생활을 북한이 보장하기로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한때 언론에 노출됐던 김정남이 최근 전혀 보이지 않는 것도 중국과 북한 간에 그의 신변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지도층 세력에게 인심을 얻으려 분주한데도 정작 이 세력 내부의 적지 않는 사람들이 미래의 지도자로 김정은의 대안 인물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근래 들어 북한의 최고위층 인사들의 탈북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그런 불안정성을 드러내는 일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