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조언자 최룡해

사진은 2015년 11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노동당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준공을 경축하는 군민청년대합창 축하 공연에서 최룡해가 자리에서 일어나 김 제1위원장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2015년 11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노동당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준공을 경축하는 군민청년대합창 축하 공연에서 최룡해가 자리에서 일어나 김 제1위원장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모습. (Photo: R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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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과 미국에서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 등장으로 대외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북한의 대외 도발이 잠잠합니다. 혼란한 시기에는 으레 자신들의 존재감이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도발을 해왔던 김정은 정권인데, 그리 하지 않고 있는 데에 어떤 배경이 있을 지 궁금합니다.

강철환: 사실 김정은은 아버지와 달리 국제적 정세에 둔감하고 자기 고집이 세서 측근들의 조언도 잘 듣지 않고 자기 멋대로 대외정책을 집행하면서 북한내부를 심각한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실례가 중국의 시진핑이 새로 국가주석으로 취임하던 2013년 3월에 바로 3차 핵실험을 하면서 시진핑 주석의 분노를 사게 됐습니다. 시 주석은 이런 김정은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분노하면서 그의 중국방문을 불허하고 그와의 면담을 아예 시도조차 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또 김정은은 2014년 8월에는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시키라는 터무니없는 지시를 당 조직부를 통해 각 기관으로 하달하는 사태까지 있었습니다. 당시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장 변인선은 북중 군사 핫라인부분은 단절되면 안 된다는 충언을 했다가 숙청되는 불운을 맞기도 했습니다. 이런 김정은의 막무가내적인 대중 관계는 결국 북한지도부를 엄청나게 압박하는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오고 있습니다.

전. 그렇다면 김정은이 집권 5년차에 들어서면서 자신의 지난 잘못된 행동들의 후과의 심각성을 알게 돼 도발에도 신중하게 됐다는 것으로 이해가 되는데요, 지금 중국과의 관계에 개선 조짐은 있습니까?

강. 2년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저희 소식통의 말입니다. 고위 탈북자에 따르면 2014.8월부터 북중 정부간의 공식 교류는 모두 중단됐다고 합니다. 2015년 10월 당창건 행사 때 중국의 류원산 상무위원이 평양을 방문해 물꼬를 트려고 했지만 올해 초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방문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사실상 모든 관계는 2014년 8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중국과 북한 간에 관계 개선조짐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정부 간 공식 활동이 전무한 상태에서 단정 짓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전. 핵 도발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남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논란에 대해 북한이 고소해 하면서 연일 선동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대남 도발은 아직 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강. 지금 북한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압박으로 코너에 몰릴 대로 몰린 상태입니다. 역대 한국의 지도자들 가운데 박 대통령을 가장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 한국의 지도자가 위기에 몰리자 북한으로서는 최대의 호재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신문이나 중앙 TV를 통해 매일 한국 내 박근혜 퇴진 요구 시위 소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김정은의 개인감정이 그대로 북한 언론에 반영돼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남한에 대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모처럼 조성된 한국사회의 박근혜 퇴진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지도부는 모든 행동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 그렇다면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 북한이 공세적으로 나오지 않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을까요?

강. 지금 김정은이 처한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한국과 미국에서 숨통을 틔워 주어야 합니다. 한국에서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개성공단 복원 등 최악의 악재에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미국과 핵협상을 열어서 중국을 자극하면 중국의 양보도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엉뚱한 군사적 도발을 한다면 자신에게 전혀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것을 이미 파악했다고 봅니다.

전. 김정은의 이런 전략적 판단 뒤에는 측근에서 조언하고 자문하는 인물이 있을 것 같은데요.

강. 김정은이 유일하게 귀를 기울이고 상당 부분 동조했던 조언자는 사망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김양건이 가진 특유의 설득력이 먹혔기 때문입니다. 김양건은 원래 장성택 부하로 있다가 장성택 처형사건 이후 보위부에 체포돼 생사를 넘나들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김정은은 그를 살려주었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그는 주요 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소외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영철 정찰총국장의 잇따른 대형사고로 김정은의 심기가 불편해지면서 다시 김양건이 최룡해의 지원으로 김정은에게 조언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은이 다른 사람 말은 안 들어도 김양건의 말은 잘 들을 정도로 설득의 재주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말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김정은에게 조언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현재는 최룡해가 그 나마 김정은에게 가까이에서 그를 보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 그렇다면 최룡해가 김정은의 주요 조언자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군요.

강. 그렇습니다. 최룡해는 김정일 시대부터 오랜 기간 장성택과 함께 북한체제를 이끌어온 사람입니다. 김정은이 최룡해의 조언을 중하게 여긴 사례 하나를 들어서 설명해 보죠. 사실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 처형설이 한 때 나돈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리영길이 나중에 언론에 등장하면서 혼돈이 있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리영길은 과도한 권한 행사로 김정은에게 찍혀 사형장으로 끌려갈 뻔 했습니다. 하지만 최룡해가 김정은을 설득해 그를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주었습니다. 최룡해가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있을 때 자신의 심복으로 끌어온 자가 바로 리영길입니다. 그래서 최룡해는 리영길이 장성택을 처형할 때 군이 앞장서서 김정은을 지지한 사건을 상기시키며 리영길의 용서를 구한 것입니다. 그래서 리영길은 총참모장에서 강등되어 휴전선 사단장으로 갔다가 다시 부총참모장으로 올라섰습니다.

전. 그렇다면 김정은이 한국의 국정혼란과 미국의 정권이양 와중에도 도발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최룡해의 조언이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강. 그렇다고 봅니다. 김정은이 일단 철없는 행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 때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비난하면서도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정권이 미국의 대통령 후보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드러낸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당시 분위기로서는 힐러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 기정사실 같았지만 북한은 오히려 트럼프 후보에게 추파를 보냈습니다. 이런 미국 선거 정세에 직면해, 북한지도부가 보인 노련함도 아마 최룡해의 전략적 조언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지고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금 북한은 최대한 인내하면서 모든 도발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실리를 챙기려는 인내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인내와는 거리가 먼 김정은에게 새로운 변화가 생긴 것은 틀림없어 보이고, 그 배경에 최룡해의 조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