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 북한의 6차 핵실험 강행 이후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강화됐습니다. 이번에는 중국도 제재의 강도를 높이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정보를 접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강. 네. 저희 소식통에 따르면 유엔제재가 사실 중국의 느슨한 단속으로 구멍이 숭숭 나 북한이 큰 어려움 없이 버텨왔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른 것 같습니다. 최근 중국의 공안당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중국 업체에 대해 거래목록과 자금흐름을 파악하는 대대적 단속에 들어갔고 여기에서 불법적 요소가 드러날 경우 강도 높은 처벌도 함께 할 예정이어서 북한에 물품을 들여보내던 물류사업이 거의 모두 정지된 상태라고 합니다. 북한 경제 관료들은 거의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단시일 내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중국이 물품 교류를 완전 중단한다는 선언은 안 했지만 북한과 거래하는 사람들을 압박하면서 사실상 북한에게는 뼈아픈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전. 하지만, 북한은 유엔제재를 우회하는 불법적인 밀수로 제재의 충격을 최소화 해왔던 행태를 감안할 때 이번에도 그런 밀수를 통해 필요한 물품 확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드는데요.
강. 사실 고위험 고수익이란 말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과의 밀수 사업이 그런 것입니다. 북한은 전략물자들을 중국이 막을 경우 그것을 대부분 밀수로 충당하려고 합니다. 밀수를 맡아서 해야 하는 중국인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밀수가격은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고위험이 따른 만큼, 높은 보상을 받기 때문에 이런 위험한 일을 도와줍니다. 특히 군사물자 같은 경우에는 더 짭짤한 수입이 있어서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안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제대로 일을 하면 밀수 같은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뇌물구조가 중국의 단속 기관에 존속하는 한 유엔제재의 구멍은 메워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전. 그런데 최근 한층 강화된 유엔 대북제재에 대해 일반 북한주민들은 오히려 반기고 있다고 하는데 무슨 배경이 있습니까?
강. 북한 밑바닥 인민들에게 생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과 땔감입니다. 이 두 가지만 해결되면 기본적인 생계는 이어갈 수 있습니다. 식량 가격의 경우, 농업개혁의 실패가 장기화되자 농민들이 이판사판 자기 몫을 챙기면서 개인들의 식량 비축량은 증대되고 국가기관의 식량 비축은 축소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농촌지역의 농민들은 과거에 북한당국에 대책 없이 식량을 빼앗겨 굶어 죽던 시기가 아닌 자력으로 살기 위한 모든 준비가 다 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 농민들을 착취하는 일방적 시기도 사실 다 끝난 상황입니다. 이런 필사적 노력 때문에 식량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그래서 일반 서민들의 삶은 빠듯하지만 그런대로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 그렇군요. 식량사정은 그렇다고 해도, 석탄의 수출이 감소하거나 중단될 경우
이것이 당국이나 주민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겠습니까?
강. 김정은이 완전히 정권을 장악하기 이전과 지금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사실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살아있을 때 석탄 수출을 주도하면서 그것으로 민간주도의 경제 기반을 깔고 민생을 개선시키려고 자금을 확보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장성택이 가지고 있는 것은 석탄 밖에 없었기 때문에 수출량이 늘어나는 한편에서는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인민들의 원성은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성택을 처형하고 나자 김정은은 석탄수출을 반역행위로 규정하고 석탄을 내수로 즉, 민생에 돌릴 것을 지시했지만 유엔제재가 있기 전까지 군부와 39호실은 그런 지시와는 반대로 석탄 수출을 장성택보다 더 큰 규모로 해왔습니다. 인민들은 장성택이 죽으니 박성택이 나와서 고열을 짜내고 있다며 원망을 했었는데요. 북한의 석탄 산업은 10억 달러 규모의 상당한 수출 주력 분야이기 때문에 관련 종사자들에게 엄청난 이권이 있는 사업이었습니다.
전. 석탄 수출 길이 막히게 되면 결국 북한 내부의 석탄 공급량이 많아질 테니 값은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평안남북도가 주요 석탄 생산 지역인데요, 지역 경제가 상당히 심각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북한에서 석탄 톤당 가격이 15달러까지 주저앉았습니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가격은 톤당 40달러가 넘었기 때문에 절반 이하로 폭락한 상태입니다. 그러니 관련 탄광과 여기에 투자했던 외화벌이 회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저희 소식통들에 따르면 탄광지역의 흥청거리던 식당과 시장은 아주 싸늘해졌고 석탄으로 돈을 꽤 만지던 외화벌이 간부들도 직격탄을 맞아 빈털터리가 된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석탄 산업에 공화국 사기꾼들이 다 붙었다고 할 만큼 먹이사슬도 복잡했습니다. 10억 달러의 큰돈과 그 외도 수억 달러는 간부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 사치생활에 도움을 준 것입니다.
전. 돈 쓸만한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게 되면 점포들 경기도 영향 받겠네요?
강. 사실 평안남북도는 석탄 경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평양시 고급 레스토랑에서 쓰이는 외화의 상당수도 석탄수출로 떼돈을 버는 간부들에 의해 사용됩니다. 석탄 수출 중단으로 간부들에 의해 몰래 쓰이던 수억 달러의 비자금이 막히면서 소비시장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고 관련 사업들이 연쇄 중단돼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석탄 수출 중단은 평양의 상류층 소비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전. 고위층 소비는 위축되겠지만 석탄을 원료로 생활하는 인민들의 생활은 좀 펴지겠네요?
강. 그렇습니다. 석탄 가격이 폭락하자 인민들은 거의 환호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탄광마다 자동차만 가지고 가면 석탄은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고 가격은 점점 더 하락하는 상황입니다. 에너지 가격 하락은 일반인민들에게는 생명줄을 주는 것과 비슷한 일입니다. 오죽했으면 일반 서민들 사이에 유엔 제재가 김정은보다 훨씬 낫다는 말까지 나오겠습니까. 이런 유엔제재는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한다고 합니다.
전. 이번 유엔제재에는 북한의 섬유제품 수출도 전면 금지하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사실 섬유산업은 석탄 다음으로 북한이 많은 돈을 버는 산업 중에 하나입니다. 풍부한 노동력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에고치로 만드는 북한산 비단천은 중국에서 가장 많은 소비를 합니다. 봉제 산업이나 비단 천과 같은 섬유 수출 중단은 북한에 석탄 수출 중단 못지않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