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강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강철환: 네, 안녕하십니까?
전: 북한 내부에서 가장 불쌍한 두 사람이 있는데 바로 김씨 왕조의 가신과도 같은 최룡해와 오일정 두 사람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이을설의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아 숙청이 기정사실화됐는데 이 두 사람의 숙청은 단순한 사건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강: 최룡해가 숙청된 것은 백두산발전소 붕괴사고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사실 최룡해는 본인의 잘못보다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비리협의로 보위부에 내사를 받자 연대 책임을 지고 함경도 일대로 추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같은 시기 당 민방위 부장인 오일정도 나란히 현직에서 물러나 뒷방 늙은이가 됐는데요.
이 두 사람의 몰락은 단순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김정은 체제의 정체성과 향후 권력구도 재편과도 맞물리는 문제로 보입니다.
전: 오일정은 오진우의 아들이고 최룡해는 최현의 아들입니다. 이들 모두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 최측근으로 분리된 핵심 중에 핵심 아닙니까?
강: 그렇습니다. 최현과 오진우는 김씨 가문의 역사와 늘 함께 해온 가신 중에 가신입니다.
오진우와 최현은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후계구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정적들을 제거하고 김정일을 옹위하는데 앞장서서 김정일 시대까지 승승장구했던 가문의 혈통들입니다.
최룡해는 도중에 풍기문란 사건으로 혁명화를 했지만 다시 살아나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올라갔고 오일정은 당 민방위부장으로 오랫동안 당 사업을 해왔습니다.
김정일 시대는 물론, 불안정한 김정은 시대로 이어지게 하는데에도 이 두가문의 역할은 아주 컸고 김씨 왕조를 떠받드는 소위 백두혈통 그룹의 중심으로 김씨 가문 그 자체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두가문의 수장들이 한꺼번에 몰락했다는 것은 단순한 비리 사건이 아닌 중대한 정치적 변화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오일정이 숙청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말씀인가요?
강: 그렇습니다. 현재까지 오일정은 비리사건에 연루되거나 정치적으로 문제가 발생해 물러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무능력함이 도마 위에 올라 오랜 당 사업을 중단하고 도중에 쫓겨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능력보다 우선하는 것은 가문의 배경이었고 그것은 충성도의 척도가 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조상이 항일빨치산 계통이라고 하면 대대손손 한 자리씩 해먹으면서 부귀영화를 누려왔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 오면서 이런 기득권이 붕괴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는 과거이고 현재가 중요하다는 것이 김정은의 판단인 것 같습니다.
오일정은 표면상으로 그의 무능력함으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문의 배경이 더 이상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패가 될 수 없음을 암시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전: 최룡해와 오일정 가문이 몰락하고 항일빨치산 세력들이 찬밥신세가 된 데에는 또 다른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강: 물론입니다. 김정은이 항일빨치산 세력에게 호의적이지 않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김정은 본인의 태생적 문제입니다. 그는 재일교포인 고영희는 친일파 가족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김정일은 항일빨치산 세력보다 새로운 신진세력을 키워 자신을 지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장성택과 김경희 문제입니다. 특히 김경희는 백두혈동의 본류이고 집안의 최고 어른입니다. 김경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성택을 처형함으로서 패륜을 저질렀고 이러한 패악은 항일세력들에게 반감을 사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항일빨치산세력에게 김경희는 김정일 다음으로 가는 구심점이었는데 그가 현재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식물인간 취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김정은에게 상당히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전: 그렇다면 항일빨치산 세력이 김정은에게 호의적이지 않아 서서히 그 세력을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일까요?
강: 현재 나타난 현상을 보면 그렇다고 말씀 들릴 수 있습니다. 최룡해와 오일정이 특별한 잘못도 없는 상황에서 산골짜기 농장원으로, 뒷방 노인으로 물러나게 한 것은 정치적 보복이나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최룡해와 오일정은 항일빨치산 세력의 중심 가문이고 그들이 몰락하면 사실상 항일빨치산 세력들은 사분오열돼 기득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성택이 처형되고 김경희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사건으로 민심을 잃은 김정은이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는 항일빨치산 세력들을 무력화시켜 자신의 권력을 새롭게 재편하려고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 김정은이 요즘 새롭게 내세우는 것이 바로 간부들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것이라는데요 이런 것들이 정치적 재편과도 맞물리고 있는 것인가요?
강: 정적들을 제거하거나 어떤 명분을 세우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바로 그 이유가 능력 없는 자들은 물러나라고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항일빨치산 세력들은 능력에 상관없이 북한에서 한자리씩 차고앉아 부귀영화를 누려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많은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은 기득권 세력이기도 합니다.
무능력한 자들이 고위직에 앉아 온갖 전횡을 일삼은 것은 사실입니다. 잘못을 해도 집안의 배경 때문에 큰 처벌을 피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김정은 시대에 와서 완전히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전: 그렇다면 지금 평양에서 가장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거의 기득권 세력이라는 것인데 세상이 참 묘하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강: 자신들이 세우고 지켜온 김씨 주인으로부터 배신당하는 그런 기분이 처참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다수의 인민들은 김정은의 이런 정책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기득권이 몰락하면 다수의 인민들은 또 다른 만족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무능력한 자들이 대거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김정은 정권이 뿌리 없는 나무가 될 수도 있어 체제 불안정은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전: 김양건 통전부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북한권력에도 변화가 예상되는데 이번 장의 명단에 최룡해 이름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그가 다시 복원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까?
강: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북한의 대남, 대외관계에 큰 공백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오랜 경험과 대외관계를 이끌어오던 김 부장의 죽음으로 최룡해의 몸값이 올라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방으로 쫓겨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양건 장의 명단에 최룡해의 이름이 올라간 것은 김정은이 대외관계를 조정하고 조언할 인물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민군 총정치국장에서 근로단체비서로 수직낙하해서 손발을 잘렸던 최룡해가 김양건의 공백을 메워줄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새해 첫날 금수산 기념궁전을 찾은 간부들 모습에 최룡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가 정치적으로 복원은 됐지만 어떤 직책을 맡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강: 네.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