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강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강철환: 네, 안녕하십니까?
전수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3차 핵실험 이후 인민경제에 관심을 가졌던 김정은이 왜 갑자기 핵실험을 강행했는지 의구심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 2년간 김정은이 남북관계와 북중관계를 개선하는데 전력했던 점을 보면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이번 핵실험을 어떻게 진단합니까?
강철환: 지금 북한에서 가장 급한 것은 경제문제입니다. 김정은도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년 이상 신년사와 당창건 70주년 행사를 통해 의지를 표명해왔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핵실험을 단행했습니다.
김정은이 핵실험을 단행하기 전 비정상적인 행동들이 있었는데 한국과의 목함지뢰 사건과
최근 발생한 모란봉 악단 사건입니다. 목함지뢰는 북한이 남북한 합의를 통해 인정한 사건이지만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공연 파국은 핵실험과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 현재 북한은 핵실험의 명분을 대조선 압박 정책의 수장인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포장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말씀 같군요.
전: 사실상 이번 핵실험은 중국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내 소식통에 따르면 12월 중순까지 북한에서 핵실험 징후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최고위층들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핵실험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물론, 당 군수공업부에서는 핵실험 결정과 상관없이 핵무기를 완성하기 위한 고도의 실험준비는 늘 하고 있기 때문에 핵실험 결단만 내리면 언제든지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핵실험은 마지막 카드이기 때문에 경제문제가 시급한 북한에서 그것을 함부로 꺼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취소는 중국과의 마지막 협상이 결렬됐음을 의미하고 파국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전: 그렇다면 중국과의 협상은 무엇이었고 또 왜 결렬됐는지 궁금합니다.
강: 2014년 이전 북한은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 지속됐습니다.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장 변인선이 처형당한 사건도 북중간 군사 비상용직통전화 핫라인 중단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가 김정은의 명령 불복종으로 불거진 사건입니다.
하지만 김양건이 김정은의 책사로 자리 잡으면서 다시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서게 됩니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 창건 기념일에 류윈산 상무위원이 방북하는 대가로 ‘은하3호’의 발사를 중단하게 됩니다. 물론, 중국 측의 압력도 한몫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이 중국에 양보하면서까지 관계개선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김정은의 개인악단인 모란봉 악단을 직접 파견해 시 주석이나 그 부인이 보게 하는 것도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을 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제시한 원칙에 막혀 결국 김정은의 감정이 폭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 중국이 제시한 원칙이란 어떤 것일까요?
강: 그건 중국식 개혁개방을 따르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따라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라는 것입니다.
전: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이 이번 북한 핵실험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징후로 판단하십니까?
강: 이번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한 상황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김정은이 핵실험 지시문에 수표한 날짜를 공개한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모란봉악단의 철수일과 겹치는 날입니다.
두 번째는 핵실험에 대해 중국 측에 통보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엄청난 사건을 중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것은 중국과 적대적 관계를 노골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 북한지도부가 근래 한국과 중국 두 나라와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특히 중국과는 정상회담을 꾀한 배경에는 어떤 속셈이 있었다고 보십니까?
강: 지금 김정은 정권의 최대과제는 김씨 왕조의 장기집권을 위한 명분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합니다. 김정은을 국제사회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체제유지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합니다.
1990년대 중반 수백만이 아사할 때 북한은 체제붕괴 위기로 몰렸습니다. 그때 김정일은 남한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마치 항복하러 오는 남한 대통령처럼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때 북한 내 엘리트들은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예상하다가 뜻밖의 모습에 주저앉았습니다. 추락하던 김정일의 위상을 한국의 대통령이 다시 세워준 셈인데요, 그 효과를 김정은이 다시 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등을 한국으로 보내 남북 간의 ‘대통로’를 열자고 제안했고
작년 8.25 합의 때도 대통로 이야기가 나온 것입니다. 그것과 함께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추진하면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도 동시에 추진했지만 무시당하자 4차 핵실험이라는 극단적인 결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 핵실험으로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으면서 북한의 경제문제는 더 어려운 국면에 부딪치게 될 것 같은데요, 그렇게 되면 내부의 민심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강: 김정일은 살아생전에 2012년 4월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맞아 강성대국을 완성한다고 선전해왔습니다. 하지만 강성대국의 문 가운데 군사강국만 실현하고 강성대국의 한 축인 경제 강국은 말조차 꺼내기 힘들만큼 처참한 상태였던 것입니다.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핵무기의 소형화, 다종화, 다량화를 이뤄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젠 더 이상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군사문제를 해결했으니 경제문제에 올인 해 민생경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김정은이 다시 인민들에게 약속한 사항입니다. 하지만 아무런 의미 없는 수소폭탄을 다시 들고 나오면서 북한내부의 민심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북한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다수의 고위층 간부들과 일반 인민들은 뜬금없는 김정은의 핵폭탄 실험에 아연실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 경제교류를 하고 있는 다수의 경제관련 관계자들이 이번 핵실험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 북한 외교관들의 충격은 더 큰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지도부가 중국 주재 자국의 대사관에도 핵실험을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4차 핵실험으로 앞으로 북중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강: 네.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