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 된지 1년이 다 됐습니다. 요즘 북한내부에서는 남쪽에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개성공단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공식적으로 폐쇄한 당사자는 북한인데, 이제는 북한이 개성공단의 재개를 더 원하고 있다는 얘긴데요.
강철환: 맞습니다. 우리 속담에 둘째 며느리가 들어와야 첫째 며느리 좋은 줄 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2000년 김정일 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직후 한국의 현대아산과 북한 당국이 합의한 개성공단 사업은 북한체제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북한 군부와 보위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착수되고 운영돼 왔습니다. 그 배경에는 북한 지도부가 북한식 체제를 그대로 공단 울타리 안에 적용하면 아무리 남측의 자본주의 기업이 들어와도 공단 밖의 북한사회에 영향을 미치거나 변화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고 실제 10년 가까운 공단 운영 결과 북한당국은 체제 불변 결과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개성공단이 남측이 원해서, 또 김정일의 배려에 따라 운영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기들 마음대로 해도 휘둘러도 남한이 함부로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못할 것이라는 심산이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김정은 정권은 알짜 외화벌이에 개성공단 만한 것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겁니다. 남한 125개 기업들이 입주해 북한 근로자 5만여명에게 1년간 지급해온 급여 1억달러가 날라간 셈인데요, 이걸 충당하기 위해서는 결국 다른 나라로 근로자 들을 파견해야 하는데, 적어도 수만 명이 추가로 해외로 나가면 이들에 대한 통제력이 상실되면서 북한 내부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북한땅 안에서 자기들의 철저한 통제 하에 북한 근로자들이 돈만 벌게 하는 개성공단만큼 안전한 외화벌이 수단이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면한 것입니다.
전. 북한당국이 개성공단 재개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된 것이 있습니까?
강. 북한전략센터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작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남측 시설에 대해 모두 압수조치하고 각 기업소별로 자산을 나눠가지려고 했지만 대외관계과 대남관계를 잘 아는 최룡해와 노동당 고위간부들은 모든 시설들을 해체하지 않고 봉인 조치하고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한국에서 좌파정권이 수립돼 개성공단을 재개할 때 유리할 수 있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해외근로자들을 파견해 얻는 수익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각종 사고들이 끊이지 않아 북한당국은 개성공단 같은 북한 내에서 운영하는 합작 기업의 장점에 새로운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의 국가안전보위성도 4만, 5만명의 근로자가 해외에 파견될 경우 그들을 감시 지도할 보위부 요원 파견이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국내 합작기업의 경우에는 소수의 인원으로도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개성공단 같은 기업운영은 보위부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전. 개성공단 수익금의 최대 수혜자는 북한 군부로 알려져 있습니다. 개성공단 폐쇄로 군부로서는 수입자금 공백이 클 텐데요.
강.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현금으로 연 1억달러를 벌기가 엄청나게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연간 1억달러는 북한군부로 모두 흘러 들어 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김정일이 개성공단 수익금을 노리는 북한의 핵심기관의 각축전에서 군부의 손을 들어준 것은 개성이 군사분계선상의 군부통제구역이고 군부가 상당부분 양보했기 때문에 개성공단 수입금을 군부에 들어가도록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따라서 1억달러의 수익은 인민군 군부와 노동당 군수공업부가 자금을 나눠 쓰면서 요긴하게 활용해왔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폐쇄 된 이후 1억달러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쉽지 않아 군부와 군수공업부의 자금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전. 그렇다면 개성공단 문을 가장 애타게 다시 열고 싶어 하는 세력은 북한의 군부이겠군요.
강. 그렇습니다. 개성공단이 가동되면서 생산되는 물품들을 빼돌려 얻는 수익도 만만치 않았고 군부와 노동당 군수공업부가 이 돈을 쓰면서 많은 돈들이 여기저기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개성공단은 군부와 국가안전보위성에게는 용돈을 만들어 쓰기가 가장 용이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래서 개성공단 재개를 간절하게 바라는 집단이 북한 군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 2013년 2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국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하자 김정은이 두 달 뒤 개성공단을 폐쇄한 적이 있었지요?
강. 당시 북한이 핵실험 결정을 놓고 장성택과 김정은과 의견충돌이 있을 때입니다. 장성택은 북한경제를 생각해서 핵실험을 당장 하는 것은 무모하다며 자제할 것을 김정은에게 제안했지만 김정은은 그것을 무시하고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하지만 장성택은 더 놀라운 결정을 접하게 됩니다. 한국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항의하던 보수민간단체 어버이 연합이 광화문에서 김정은 화형식을 하는 장면이 나왔고, 한국경찰이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은 사건을 김정은이 알게 되면서 그 개인적인 화풀이를 개성공단 폐쇄로 몰고 간 것입니다. 당시 장성택은 절대로 폐쇄하면 안 된다고 거듭 주장했지만 김정은의 결정을 뒤집을 수는 없었습니다.
전. 개성 공단 폐쇄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북측이 급했는지 공단 재가동을 위한 회담을 남측에 제의했었습니다. 당시 북한의 김정은이 자존심을 세우려고 했지만 한국측이 주장한 입주 기업들의 안전과 통행 통신 통관 등 이른바 3통 문제 향상을 위한 실무회의 조건을 수용하면서 다소 코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모부 장성택의 역할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당시 장성택은 사실 한국이 개성공단을 재개하지 않을까 오히려 걱정했습니다. 다행히도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재개할 의향이 있는 것을 확인한 뒤에 북한의 요구를 다 내려놓고 한국측을 배려하면서 그 해 9월, 폐쇄 다섯 달 만에 개성공단 재개에 합의했습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김정은이 개인적 화풀이로 벌인 사고를 고모부 장성택이 뒤에서 수습해 해결하는 형식이 된 것입니다.
전. 작년에 또 다시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북한 근로자들의 일자리는 물론이고 막대한 외화수입이 중단됐는데요, 결국 공단 폐쇄는 김정은이 핵실험 강행으로 북한 외화벌이에 자충수를 둔 꼴이 됐네요.
강. 사실 그렇습니다. 개성공단 폐쇄는 김정이 자초한 가장 뼈아픈 대북제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북한의 일반적 판단은 남한이 아무리 북한에 대해 압박을 하고 싶어도 개성공단은 절대로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2013년 4월에 이어 작년 2월에도 북핵 실험에 대응해 개성공단 폐쇄를 단행했습니다. 김정은도 자존심 때문에 남쪽보다 더 강경하게 폐쇄를 주장하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그런 강경정책으로 북한이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개성공단 재개를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개성공단의 재개 여부는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와 맞물려 있는 것입니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그 재개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남북 대화가 시작된다면 그것은 북한당국이 부과하는 방식이 아닌 한국식 시장경제가 적용되는 조건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개성공단 운영은 중단하는 편이 더 현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