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의 데이트장소 북한 찜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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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한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찜질방, 북한에서도 인기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남한만큼은 흔하지 않지만 작년부터 북한 여러 지방에서도 생겨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강철환: 1980년대 중반 평양에 창광원(일종의 사우나 시설로 한국의 찜질방 같은 곳)이 생겨나고 지방마다 이와 유사한 은덕원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시설들은 김정일의 인민사랑의 일원으로 인민편의를 위해 배려를 돌리면서 생겨났다고 선전했습니다. 평양의 창광원은 한때 지방에서 평양으로 구경 오는 사람들이 들려보고 싶은 체험 장소로 인기가 높아 거의 난장판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 만큼 지방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시설이기 때문입니다. 지방의 은덕원들은 연료난으로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할 때인 겨울에는 대부분 가동이 중단되어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했습니다. 작년 중순경부터 평양과 각 지방에 찜질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전. 한국식 찜질방은 단순히 목욕이나 찜질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먹거리 음식도 있고 컴퓨터게임이나 인터넷도 있고 안마도 받을 수 있는 건강 위락 시설이라고 할 만 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소개되어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시설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찜질방이 남한만큼 다양한 설비와 서비스 (봉사)가 갖춰지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도 주민들에게 인기가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유행한 찜질방은 김정은의 직접적인 지시에 의해 평양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인민들의 인기가 너무 좋아 삽시간에 구역단위로 여기 저기 생겨나 성업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전. 북한에서 찜질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 북한에서는 가족단위로, 또는 친구들끼리 어디 놀러 갈만한 시설이 전무합니다. 한 마디로 말해 문화시설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찜질방이 생겨나면서 북한의 여가문화가 새롭게 바뀌게 된 것입니다. 가족단위로, 젊은이들은 친구들끼리 찜질방을 찾아 목욕도하고 찜질을 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새로운 문화생활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찜질방이 인민보안부와 국가안전보위성의 집중감시 시설이 됐습니다.

전: 목욕하고 찜질하는 주민들을 왜 감시할까요?

강. 북한의 찜질방은 한국의 찜질방을 흉내 내면서 초기에는 24시간 운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일반 주민들이 환호하게 된 것입니다. 북한에서 숙박시설은 외부 출장자에게만 허락됩니다. 그것도 공민증과 여행증이 첨부되어야 합니다. 숙박시설의 관리자들은 보안부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숙박인들인 정보기관과 매일 공유됩니다. 따라서 북한사람들은 외박을 하려면 친구들을 수소문해 가족들이 없는 집을 찾아내 빌려 쓰곤 합니다. 그런데 주민들이 쉽게 외박할 수 있는 찜질방이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것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된 것은 젊은 청춘남녀들의 데이트, 연애 장소로 변했다는데 있습니다. 찜질방에서 청춘남녀들이 노골적인 애정행각을 하는 사례가 드러나자 사회질서를 무너뜨린다는 비판여론이 높아진 것입니다.

전. 사실 한국에서도 찜질방은 청춘남녀들이 즐겨 찾는 일종의 연애 장소라고 들었습니다.

강. 그렇긴 하지만, 한국은 다양한 숙박시설과 문화시설들이 있습니다. 청춘들이 연애를 하거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소와 수단들이 있지만 북한은 이러한 시설들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특히 숙박시설은 청춘들이 절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야외에서 젊은 남녀들의 애정행각이 자주 벌어지곤 합니다. 이런 것들이 항상 사회적 문제로 됩니다. 찜질방이 북한 각 지역에 창궐하면서 젊은 청춘들의 욕구를 해소하는 장소로 변질돼 당국의 골칫거리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전. 그렇다면 북한당국은 어떻게 대처했습니까?

강. 한때 찜질방을 폐쇄시키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찜질방을 만들자고 처음 발기한 사람이 김정은이기 때문에 폐쇄 조치는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수령의 지시는 누구도 어길 수 없는 곳이 북한이기 때문이죠. 다만 24간 하루 종일하던 영업을 저녁 10시까지로 제한하고 또 찜질방 내부 감시를 강화해 젊은 청춘들의 애정 행각이 발각되면 엄격하게 처벌한다고 합니다. 항간에서는 “김정은이 인민들을 잔뜩 발기시켜놓고 이제 와서 무슨 짓이냐?”며 반발이 심하다고 합니다. 그 만큼 찜질방이 인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젊은 청춘 남녀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통제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일이 된 것입니다.

전. 젊은이들의 본능적인 애정행각을 그토록 심하게 통제한다는 것이 이해가 잘 안 됩니다.

강. 사실 찜질방 감시를 강화한 데에는 단순히 청춘들의 애정놀음을 통제하겠다는 것 이상의 목적이 있습니다. 북한정권은 사람들이 한군데 모여 떠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한 사람 집에 모여 있거나 그런 모임이 있다면 반정부 모의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찜질방이 젊은 청춘들의 연애장소로도 활용되지만 친구들끼리 대거 몰려가서 대화하는 장소로도 활용된 것입니다. 이른바 반체제 성향의 젊은이들이나 체제에 불만이 있는 세력들이 찜질방을 활용해 욕구해소를 하는 장소로 변질됐다는 것입니다. 국가안전보위성은 이런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찜질방을 아예 없애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보고서까지 올렸지만 김정은이 직접 발기해 만들어진 찜질방을 없앤다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현행대로 유지하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리된 것 같습니다.

전. 결국 인민의 사회적 욕구를 해소시켜 주지 못해서 당국이 찜질방의 부작용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네요.

강. 그렇습니다. 서민들의 건강 문화시설인 찜질방 까지도 감시 통제해야 하는 북한체제가 얼마나 허약한 체제인지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숙박시설까지 당국에서 통제하면서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는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청춘 남녀들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평양시의 경우에도 인민보안원들이 밤마다 대동강변을 다니며 순찰 단속하는 과정에서 낯 뜨거운 광경들이 자주 목격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젊은이들이 욕구해소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북한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