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개성공단 수입금 군부에 부여

KBS가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의 감시 지침이 적혀있는 '군중감시망 기록부'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 문건에는 북한 군인들이 신분을 속이고 위장취업을 했다는 정황이 나타나 있다고 KBS는 밝혔다.
KBS가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의 감시 지침이 적혀있는 '군중감시망 기록부'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 문건에는 북한 군인들이 신분을 속이고 위장취업을 했다는 정황이 나타나 있다고 KBS는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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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강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강철환: 네, 안녕하십니까?

전: 2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전면 가동중단하고 한국 측 인력 전원을 철수시켰습니다. 개성공단 임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 등 북한의 군사비에 전용되었다는 한국 통일부의 공단중단 배경 설명이 있었습니다. 야당에서는 정부의 공단 중단 결정이 전략적 계산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개성공단 초기에 김정일이 공단자금은 군부에 주라고 지시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강: 1998년 북한은 최악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정부의 지원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국정부의 지원이 북한체제를 변화시키는데 활용되는 것입니다. 북한의 통일전선부는 한국정부가 당시 대북경제협력을 한국식이 아닌 북한식으로 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김정일에게 올렸습니다. 그 보고 배경에는 당시 남한 정부가 남북관계를 이용해 뭔가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갈망이 너무 크기 때문에 북한은 이를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은 남한측과 금강산 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을 시작할 것을 지시했고 한국정부는 통전부의 예측대로 자신들의 요구는 거의 없고 일방적으로 북한의 요구에 모든 것을 복종하는 형식으로 남북 경제협력을 시작한 것입니다.

전: 금강산 관광 사업도 이른바 '철조망 관광'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았습니까? 한국 관광객들이 북한당국이 제한한 구역 밖의 북한 주민들과는 만날 수 없는 그런 관광 사업이었다는 것이었죠. 그러니까 아무리 많은 한국인들이 금강산을 오가도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는 사업형태였다는 것이죠.

강: 그렇습니다. 금강산은 정주영회장의 소떼 방북이후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5억달러가 들어가면서 급진전 됐고요. 북한은 금강산을 달러벌이 사업으로 만들기 위해 관광코스에 철조망을 치고 군인들이 지키게 했습니다. 그리고 준비된 통전부 요원들만 금강산에 투입시켜 한국인들의 대량 관광에 대비했습니다. 한국 측에서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도 통전부 요원밖에 볼 수 없고 북한 측의 철저한 대비로 북한주민과는 철저하게 차단돼 반쪽짜리 관광이 된 것입니다.
남한 관광객들 때문에 종전에는 그나마 단체로 금강산을 관광할 수 있었던 북한 사람들은 일체 금강산에 올 수가 없었습니다. 북한은 박왕자씨를 사살하며 남한을 압박하려 했지만 오히려 금강산 관광이 끊기면서 북한은 큰 달러박스를 잃게 된 것입니다.

전: 개성공단을 처음 시작할 때에 북한 군부가 반발했다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그래서 김정일이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달러 현찰을 모두 군부가 쓰도록 했다는데 사실입니까?

강: 개성지역은 군사요충지입니다. 북한군이 남하하는데 가장 적합한 지역이고 여기에 장사정포를 설치하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서울을 타격할 수 있는 곳입니다. 여기에 공단을 열려고 하자 군부에서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은 통전부의 복안을 군부에 설명하고 그 대신 개성공단 자금은 100% 군부가 쓰도록 지시한 것입니다. 연간 1억달러의 현금은 그래서 노동당 군수공업부가 절반을 쓰고 나머지는 인민무력부에서 쓰도록 한 것입니다.
당 군수공업부는 제 2경제라고 불리는 북한의 군수경제를 총괄하는 곳입니다. 당 군수공업부에서 핵과 미사일을 총괄하기 때문에 개성공단 자금 일부가 핵과 미사일 개발에 활용됐다고 하는 것입니다.
손자병법에 적의 병참을 취해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다면 그만한 것이 없다고 했는데 김정일의 입장에서는 개성공단 사업이 적의 현금을 흡수해 아군의 군사력을 키우는 통쾌한 일이 된 것입니다.

전: 그렇다면 최근 개성공단 자금이 39호실과 당 서기실로 유입됐다는 한국 통일부의 설명이 있었는데 그 자금이 북한 군부에 어떻게 다시 유입됐을까요?

강: 북한의 모든 당 자금은 노동당 39호실에서 총괄합니다. 물론, 당 서기실은 우리의 대통령 집무실인 청와대와 같은 곳으로 지도자가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곳입니다. 서기실의 최종 책임자는 김정은이 됩니다. 39호실은 김씨 일가의 개인금고로 북한의 모든 김씨 왕조의 자금을 모으고 관리하는 부서입니다.
39호실은 대성총국과 대성은행을 가지고 있는데 북한에서 유일하게 전 세계 은행을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대성은행입니다. 개성공단 자금이 곧바로 군부에 들어갈 수 없는 구조인 셈이죠. 그러니까 달러로 받는 개성공단 임금은 모두 39호실 대성은행을 거쳐 해외에서 세탁이 된 이후 군부가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게 됩니다.
어차피 군부가 달러를 가지고 있어봐야 물건을 살 수 없기 때문에 39호실 해외은행을 통해 그 돈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개성공단 자금은 39호실을 통해서 군부로 들어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39호실 자금은 김씨 왕조를 위해 돈을 모으고 관리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김씨 왕조 관련 현금은 남조선에서 들어온 돈은 절대로 안 씁니다. 이른바 순결성을 따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39호실 자금은 북한의 노른자위 돈벌이 수단들과 해외 무역을 통해 버는 돈을 씁니다. 그래서 개성공단 자금이 군사로 전용됐다는 것입니다.

전: 그렇다면 해외에서 번 외화와 개성공단을 통해 들어온 임금이 북한 군사비로 충당됐다는 것이고, 북한 군사비의 큰 비중은 핵과 미사일 개발일 터이니 결국 군사비로 들어간 현금은 대부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는 얘기군요.

강: 그렇습니다. 북한은 경제난 때문에 재래식 전력을 포기한지 오래됐습니다. 전투기나 전함 같은 재래식 전력은 막대한 현금이 필요합니다.
현재 북한의 주력 전투기인 미그 29기도 이젠 낡은 기종입니다. 그래서 김정일은 사망하기 전 3차례나 중국을 오고가며 젠-10 전투기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중국의 거부로 무산됐습니다. 해상에서도 북한은 기존의 잠수함 전력을 극대화해 한국의 해상전력을 막으려 하지만 SLBM, 즉,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특수 분야에만 집중될 뿐 기본적인 해군 전력은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막대한 현금이 투자되는 재래식 전력을 보강하고 한미 연합군과 대응하는 길은 핵과 미사일 비대칭 전력 증강으로 봤고 여기에 대부분 군사비가 충당된 것입니다. 그래서 개성공단 자금도 일반 군사비가 아닌 핵과 미사일 개발비로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강: 네.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