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시신 북송의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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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 당한지 한달 반만인 3월 30일 말레이시아 정부가 그의 시신을 비행기에 실어 북한으로 보냈습니다. 그간 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당국이 조사하려 했던 현광성 주 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도 같은 비행기에 탑승해 돌려 보내졌다고 합니다. 북한측은 줄곧 김정남의 시신을 평양으로 보낼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 오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해 자신의 소행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말레이시아가 취한 조치에 대항에 북한에 체류하는 말레이시아 국민 9명을 억류하고 강 대 강 대응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양국은 이번 사건의 장기화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탈출구를 모색해 왔습니다. 특히 북한은 이 사건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해야 한다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말레이시아 정부와의 갈등이 장기화되는 것을 어떻게 하나 막아보려고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왔습니다. 그 만큼 북한은 이 사건이 북한내부에 심상치 않은 변화를 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김정남은 김정은의 이복 형이지만 그가 누군지 북한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의 신분을 아는 북한 간부들 조차도 그가 사실상 북한에서 쫓겨나 외국을 떠돌고 있는 아무 실권이 없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 텐데 왜 암살까지 당해야 했는지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강. 사실, 북한사회에서는 김정남 자체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김정남이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살된 사건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북한 정권이 철저히 그 소식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오죽하면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시신 북한송환 합의 공동성명서에서도 김정남 이라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겠습니까? 성명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사망자의 가족으로부터 시신과 관련한 모든 문건들을 제출하였으므로 말레이시아는 시신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있는 사망자의 가족에게 돌려보내는 데 동의하였다"고만 밝혔습니다. 여기서 사망자는 물론 김정남이고 사망자의 가족은 김정은을 지칭하는 것이죠. 하지만 김정남 사건은 사건 발생 직후 국가안전보위성과 외무성, 무역관련 일꾼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퍼지고 있다는 것이 저희 북한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김정남은 이미 평양에서는 오래 전에 잊혀진 사람입니다. 김정일의 아들로서 한때는 일부 간부들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추진할 희망을 걸었던 사람이 김정남입니다. 하지만 김정일과의 불화로 김정남의 측근들이 모두 제거된 후 결국 중국으로 보내지면서 북한의 권력지도에서 김정남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김정일의 후계자로 집권한 이복 동생 김정은에게 김정남은 항상 목에 걸린 가시처럼 자극해왔습니다. 아버지 김정일이 사망한 후 김정남이 김정은의 3대세습을 비난하며 중국식 개혁에 대한 발언을 했을 때 김정은에게 이복형 김정남은 가장 먼저 죽여야 할 대상으로 우선순위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김정은의 김정남 제거 계획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지게 되기 전까지는 김정남이 이렇게 심각하게 논의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 김정남 사건이 심각하게 논의되는 것은 김정은 자신의 자질 문제가 함께 각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김정은 자신의 자질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는 건 무슨 말인가요?

강. 김정남 암살사건은 바로 김씨 일가의 문제이고 김정은 집권 이후 발생한 불미스러운 살육행위들이 중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씨 세습 지도자로서의 김정은의 자질문제가 이번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간부들 속에서 회자되고 있다고 저희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은 자신의 강력한 후계권 경쟁자였던 이복 동생 김평일을 백 번 죽이고 싶었지만 끝까지 살려주었습니다. 그러니까 김씨 일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무자비하게 죽이면서도 일족만큼은 단 한 명도 피를 흘리게 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아버지가 남겨준 유일한 핏줄인 고모 김경희의 남편 장성택을 무자비하게 처형했고 또 직계 혈통인 고모의 행방도 묘연한 상황입니다. 인륜까지 저버린 김정은의 지도자 자질이 함량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배경입니다. 여하튼 과거에는 북한 사람들 가운데 김경희가 조카 김정은이 자기 남편 장성택을 처형하는 것을 지지했고 김정은 정권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 북한체제의 근간인 백두산 혈통주의가 붕괴된다면 기존 체제에 대한 위기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강. 맞습니다. 혈통 하나로 70년 이상을 김씨 통치의 세습을 정당화 하고 있는 북한 체제로서는 그런 혈통에 대한 유혈 암투가 독이 될 수가 있습니다. 이번 김정남 사건은 단순한 암살사건이 아니라 수면 아래로 잠재되어 있던 김정은의 잔악성과 지도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질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명분도 없이 많은 간부들을 무참하게 처형하고 김정일의 친동생이며 자신의 친 고모인 김경희를 정치적으로 매장한 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김정은에 의해 저질러진 패륜 행위라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습니다. 간부들은 장성택 처형 이후 김경희의 행방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입 밖에 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경희는 아직 죽었다고 부고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김경희의 이름은 명예직으로 남아있어야 합니다. 90세의 김일성 동생 김영주도 최고인민회의 명예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경희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장됐음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김정남의 암살과 김경희의 정치적 매장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전, 북한정권은 김정남 시신의 북한 송환을 원했지만, 만일 김정남의 신분과 김씨 후계자들 간의 암투와 사생활 등이 김정남 시신 송환을 계기로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에게 노출된다면 김정은에게는 득이 될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강. 그렇습니다. 김정남의 시신이 북한 땅에 들어가는 순간 숨겨진 비밀이 일파만파 북한내부에서 퍼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김정남 사건에 대해 간부들은 물론 국민에게도 알려지지 않도록 철저히 입 단속과 보안조치를 취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알려지더라도 어차피 북한 당국은 사건 발생 이후 주장했던 것처럼, 북한 공민, 즉 김정남의 죽음은 암살이 아닌 '쇼크 상태로 사망한 뜻밖의 불상사'이고 이 사건은 남조선의 음모책동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겠죠. 아마도 북한 당국은 적당한 장소에서 김정남 시신을 불태운 후 이 사건을 아주 조용하게 처리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전. 북한 대남 부서나 보위성 같은 기관의 일부 간부들은 김정남의 암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지 않을까요?

강.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에서 김정남 암살이 국가안전보위성 주도로 이뤄졌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국가보위성은 북한에서 가장 큰 조직이고 비밀이 많은 곳입니다. 하지만 김정남 암살 같은 비밀스러운 일이 국가안전보위성에서 이뤄졌다고 밝혀진 이후 보위성 간부들 속에서도 서로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이런 일을 했느냐의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남 암살 같은 극비스러운 작전을 국가안전보위성에서 독자적으로 했다는 사실은 쉽게 믿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과거 김정일의 내연의 처 성혜림의 조카로 한국에 망명해 살았던 이한영을 암살한 노동당 대외연락부 공작원들이나 정찰총국에 소속된 35호실 비밀 공작원들이 비밀스럽게 움직인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간부들도 많습니다. 앞으로 북한 내에서도 김정남 암살을 누가 어떻게 주도했는지 많은 간부들의 관심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 또한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전체를 감시해야 하는 국가보위성 김원홍 부상이 숙청당하고 부부장들이 줄줄이 숙청당하는 마당에 김정남 암살 사건이 북한내부에 퍼지는 것을 막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죽은 김정남이 살아있는 김정은에게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