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집단탈북 파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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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 4월 6일 중국 저장성 닝보이 시 북한식당의 종업원 13명이 집단탈출해 한국에 들어간 이후 거의 매일 북한 당국과 대남 선전매체들은 남조선 당국의 납치극이라고 주장하면서 종업원들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며칠 전에는 미국의 뉴스보도 전문 텔레비전인 CNN 방송의 평양 주재 기자들로 하여금 최근 평양으로 귀환했다는 그 식당 일부 종업원들과 단독 회견토록 허용했는데요, 이들은 회견에서 탈출한 종업원들이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매니저에게 '속아서' 한국 행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미국 방송매체까지 활용해 집단탈북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배경이 무엇일까요?

강: 저희 북한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이 사건을 보고받은 김정은이 노발대발 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김정은은 과거 김정일 시대와는 달리 대외적 공작을 공세적으로 하면서 한국에 간 탈북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인해 재입북시키고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은의 '탁월한 전략과 전술'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국가보위부가 제대로 된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는 걸 과시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북한이 그동안 공들여서 진행한 보위부에 의한 탈북자 납북 공작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북한의 최하층 주민이 먹고 살기 힘들어 탈북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최상류층으로 사는 남부러울 것 없는 처녀들이 집단탈북하는 것은 북한체제의 낙후성과 비인간성이 북한 상류층에서도 환영 받지 못한다는 것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전: 그러니까 재입북시킨 탈북자들을 활용해 남한이 살기 힘든 곳이라고 선전해 오던 북한당국이 이번 상류층 자녀들의 집단 탈북으로 허를 찔렸다는 얘기군요. 그런데 이번 집단탈북을 단순히 탈북사태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북한사회 자체의 중대한 문제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강: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번 집단 탈북 사건은 북한체제를 바라보는데 여러 가지 시각을 갖게 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체제 균열적 시각입니다. 가족도 믿지 못하는 북한의 환경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13명이나 하나로 뭉쳤다는 것은 체제가 주는 사상교육이나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한류 확산의 심각성입니다. 중국에 나오면 중국의 문화를 접하는 것이 하나의 흐름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한류에 노출되어 있고 집단탈북한 20대 여성들은 특히 한류에 매혹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중국문화를 접하는 것은 한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입니다. 중국 TV에서 한국드라마가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중국 식당의 경우에도 총지배인이 한류 드라마나 영화들을 종업원들이 집단적으로 보는 것을 허용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 만큼 외부 문화 접촉에 대해 죄의식을 안 가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 외부 사상의 오염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한류, 즉 한국문화가 주민들에게 침투하는 것이 진짜 두렵겠네요.

강: 그렇습니다. 북한당국이 적극적으로 외신을 동원해 대내외적으로 이 사건을 크게 부각시키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대세의 흐름을 막지 못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 상류층의 경우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고 있고 그것에 대한 죄의식을 가지 않고 있습니다. 단속에 걸리는 사람들은 그저 재수없는 사람으로 취급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북한체제에 대해 주민들이 희망을 잃고 있다는 것은 체제균열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집단탈출을 탈북이 아닌 남조선의 납치 극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주민들에게 선전하기 위해 나머지 종업원들을 회견에 동원한 것입니다.

전: 미국방송과의 회견을 보면 탈출하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도 이미 동료들의 탈출을 알고는 있었지만 막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람들은 처벌 받을 까요?

강: 큰 처벌은 받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해외식당에 파견되는 여 종업원들의 부모들은 대부분 중앙기관에서 근무하는 간부급들입니다. 20명을 한꺼번에 처벌대상에 올릴 경우 많은 사람들이 현직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그래서 아마 중앙기관을 중심으로 간부들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귀환 종업원들의 처벌을 면하게 하기 위해 남조선 개입을 적극 내세웠을 것이고 앞으로 그들의 처벌을 무마하기 위한 내부의 알력도 있을 것 같은 예감입니다. 나머지 종업원들도 약간의 시각 차 때문에 탈출하지 못했을 뿐이지, 그들도 사실상 13명의 종업원들과 함께 일을 했던 동료입니다. 그래서 탈출을 놓고 이들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국이 이들을 이미 기자회견에 내세워 집단탈출을 납치라며 그 책임을 남한에 돌렸기 때문에 이들은 무거운 처벌은 면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들은 평생 북한이 망할 때까지는 집중감시 대상이 되어 통제를 받고 살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 이번 집단탈북 사건 이후, 중국에서 영업하는 북한식당에서는 한국인 손님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냉랭해졌다고 들었습니다.

강: 최근 중국에서 북한식당을 다녀온 지인에 따르면, 한국인 손님들에게 농담도 걸고 화기애애하던 모습은 싹 사라졌다고 합니다. 손님들이 사진을 찍으면 종업원들은 바로 현장에서 그 사진을 지우라고 요구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상부의 엄격한 지시를 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북한은 해외식당에서 사상교육사업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리고 종업원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한국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북한식당에서는 국가보위부 전담 요원들을 추가 배치해 종업원들과의 그 어떤 접촉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전: 중국을 휩쓰는 한류가 결국 북한의 상류사회를 바꾸어놓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 중국 안에 북한 식당이100여개 있고 또 식당 하나마다 평균 20명의 종업원이 있다면, 결국 2천명 가까운 북한 상류층 여성들이 중국에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2년 정도의 주기로 그들이 교체되면 10년 안에는 만 명 이상이 중국에 나오게 되는데 이들이 귀환하면 평양 등 중심부에서 한류를 전파하는 새로운 매체가 되는 셈입니다. 북한이 해외 식당 운영으로 외화벌이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사이에, 한류는 조용히 확산되면서 북한의 변화 역시 소리 없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강: 네.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