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이 36년 만에 7차 노동당 대회를 다음주 5월6일 개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도 이번 당 대회는 북한체제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대회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 김일성 시대를 경험한 북한주민들에게는 이번 당 대회의 의미가 별로 없다는 얘기가 들린다면서요?
강철환: 그렇습니다. 김일성 시대의 당 대회에는 국가에 대한 원대한 전망과 경제목표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근거가 전혀 없어 분위기는 좋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당 당 대회는 김일성 시대에는 정기적으로 열리다가 1980년 10월 6차 당 대회를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열리지 않았습니다. 노동당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지도하는 국가에서 당 대회가 36년간 열리지 않았다는 것은 노동당이 정상적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 대회는 당 검열 사업, 간부사업, 지도이념에 관한 사업 등의 의제가 정해져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국가적 경제목표와 원대한 전망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각 부문별 경제목표가 정해져 있었고 당 대회가 그 목표를 점검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입니다. 인민들은 이번 당 대회가 김정은 시대에 들어섰으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 김정은이야 그렇다고 해도 그 아버지인 김정일은 왜 그동안 당 대회를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입니까?
강: 1980년의 당 대회는 지도이념을 막스레닌주의에서 주체사상으로 변경하고 김정일 시대를 공식화 한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사회주의권이 흔들리면서 경제난이 시작됐습니다. 여기에 중공업 우선주의를 내세워 군수공업에 집중하면서 민생경제는 심각하게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김일성 시대에는 인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겠다는 소박한 꿈이라도 있어 그것을 계속 주창했지만,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이밥에 고깃국이라는 이상이 실현될 때까지는 당 대회를 열지 않겠다는 김일성의 발언 때문에 그 이후 당대회가 중단된 것으로 판단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 와서는 당 대회는 물론 그 어떤 당적인 활동이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그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김정일 자신이 대중이 모인 대회를 싫어했다는 측면입니다. 그의 육성연설은 단 한번만 공개됐고 거의 대중 연설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중 공포증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김정일은 은둔정치를 선호했는데 권력을 장악해 주로 뒤에서 조종하고 움직이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두 번째는 당 대회를 해봐야 내세울 것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괜히 망신만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봅니다. 김정일 집권 이후 경제난으로 경제적 지표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에서 당 대회를 여는 것은 자신의 실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셈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김정은 보다는 그래도 부끄러운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김정일로서는 아무런 업적도 내세울 것 없는 상황에서 요란한 당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노동당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입니까?
강: 그건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이 집권 후 수령을 우상화하고 당을 사유화하면서 노동당은 공적 기능보다는 사적 기능이 앞선 김정일 개인적인 당이 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김정일은 노동당 조직지도부 기능을 대폭 강화해 노동당이 북한의 모든 기관을 한 손에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만들었고 조직지도부를 통해 권력을 자기 한 사람에게 집중시켰습니다. 절대 권력을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노동당을 활용한 것입니다. 그 때문에 노동당 정치국은 김씨 지도자의 결정을 집행하는 하수인으로 전락했고 모든 결정은 지도자에 의해 이뤄지는 환경에서 그 책임도 한 사람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된 것입니다. 노동당의 공적 기능이 살아있어야 인민을 위한 정책이 나오고 수령의 잘못된 것을 견제하면서 균형을 이룰 수 있겠지만 그때부터 이미 노동당은 오로지 지도자의 이익에만 집중되어 있어 인민들이 노동당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전: 당 대회를 하려면 말단 당 기능이 살아있어야 하고 또 그래야 민심을 살피고 다스릴 수가 있을 텐데요, 지금 북한의 민심은 최악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1990년대 중반 이전에는 노동당의 권위가 살아있었습니다. 당 비서는 인민의 어버이로서 그들이 어려움을 살피고 돌보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김정일이 선군정치를 시행하면서 보위부가 당 비서를 마음대로 연행하고, 공포정치가 횡행하면서 노동당의 권위와 위신은 추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단 당 비서들의 역할은 보위부가 빼앗아 갔고 하부 인민들도 당 비서보다 보위부를 더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김일성 시대의 노동당에 의한 주민 통치는 무너지고 보위부에 의한 공포정치만 남아 사실상 노동당은 뿌리가 썩어가는 김씨 일가의 개인당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노동당 대회는 민생과는 전혀 무관한 김정은과 상류층의 행사로 전락했고, 인민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게 된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김정은은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고 말은 요란하게 해대면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며 민생을 계속 외면하자 민심도 싸늘하게 식은 상태입니다.
김정은의 신중치 못한 판단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이뤄지자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은 거세졌고 경제난은 가중되고 있어 인민들은 더욱 분개한 상태입니다.
전: 당 대회를 앞두고 두 달 이상 진행된 '70일 전투'로 인민들의 피로가 극에 달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만, 김정은이 그토록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의아합니다.
강: 김정은은 황태자로 태어나 고생 한 번, 한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인민들을 쥐어짜고 굴리는 도구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국가의 지도자는 나라의 어버이 이자 가정을 이끄는 가장 같은 존재입니다. 가장은 집안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가장과 같은 사람이,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인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는 지도자의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경제봉쇄로 인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면 어떻게 하든지 경제부터 살릴 생각을 해야 하는데도, 김정은은 뚱딴지 같은 '70일 전투'를 벌이면서 인민들을 평양시 아파트 건설에 내몰고 있습니다. 동원된 인민들은 70일 동안 쉬는 날이 하루도 없었다고 합니다. 사람은 기계도 아닌데 기계처럼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하게 한다는 것은 북한 밖에는 세상 어디에서도 없을 겁니다. 그러니 인민들은 당 대회는 물론이고 김정은의 그 어떤 정책에도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강: 네.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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