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길의 생환복권과 최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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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이번 7차 노동당 당 대회에서 공표된 김정은의 핵심 간부 인선 결과에 한국 정계와 언론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리영길 전 북한군 총잠모장인 것 같습니다. 리영길은 올 2월 초에 처형됐다고 한국언론이 정부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 '종파분자' '세도' '비리' '불경죄' 등이 리영길의 숙청 처형 이유로 지적됐었습니다. 그런데 죽었어야 하는 리영길이 이번 당대회 '공보'에서 정치국 후보위원과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이름이 올랐습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강: 리영길은 작년 4월에 처형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에 비해 참 운이 좋은 사람 같습니다. 저희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리영길의 죄는 현영철보다 훨씬 더 엄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영길이 살아난 것은 김정은에 대한 과거의 충성심 전력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거기에다가 노동당 수뇌부 앞자리로 올라 선 최룡해의 인맥이란 것도 그의 회생에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 현영철에 비해 리영길의 죄는 더 엄중한 것이었다고 하셨는데 무슨 죄입니까?

강: 북한전략센터 소식통에 따르면 리영길 사건은 당시 평양 지도층 간부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떠들썩했다고 합니다. 리영길이 당연히 고사총에 맞아 처형된 것으로 대부분 간부들은 생각했다는 겁니다. 저희 정보에 따르면 리영길의 죄목은 자신의 개인 우상화였습니다. 당시 김정은은 직접 리영길에게 '21세기 변사또'라고 비난했다고 합니다. 변사또는 성춘향을 권력으로 억압해 수청을 요구하다 암행어사에 걸려 축출당하는 조선시대 인물인데요, 김정은이 리영길을 '변 사또'에게 비유한 것 자체가 얼마나 김정은의 분노가 대단했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전: 북한군 서열 3위인 총참모장 리영길 개인이 스스로 우상화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납득이 안 됩니다.

강: 사실 리영길은 총참모장 감은 아닙니다. 총참모장은 만일 전쟁이 발발하면 총사령관을 대신하는 사람입니다. 총사령관은 물론 김정은입니다. 리영길의 전임자인 리영호 전 총참모장이나 김격식 군단장 같은 사람들은 유능한 군인이지만 리영길은 그렇지 않습니다. 최룡해 인맥으로 벼락출세한 사람입니다. 저희 소식통이 전한 그의 이른바 '개인우상화 사건' 전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리영길이 올 1월 중순 김정은이 잘 찾는 강원도 1군단 지역의 포사격 훈련을 점검하기 위해 현장 시찰을 나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군단 간부들이 리영길의 시찰길을 보호한다면서 도로를 봉쇄한 것입니다. 강원도 지역은 김정은이 주로 찾는 강원도 별장 가는데 이용하는 평양-원산 간 고속도로가 있는 곳입니다. 김씨 일가를 포함해 최고위층들이 자주 사용하는 길입니다. 그런데 한 핵심간부가 원산으로 가던 중 도로가 봉쇄된 것을 보고 김정은의 1호행사가 있는 줄 알고 상부에 보고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즉각 인민군 총정치국과 국가안전보위부에 알려졌고 그래서 현장 검열이 실시됐습니다. 도로봉쇄와 같은 조치는 김정은의 1호 행사 때에만 가능한 것입니다. 총참모장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수령의 전사가운데 한 사람에 불과한 것인데, 그 총참모장 한 사람을 위해 도로까지 봉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죠.

전: 리영길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간부들이라면 그가 군 파벌주의와 자기 과신 행위 때문에 당연히 총살당하는 것으로 인식했겠네요?

강: 그렇습니다. 군 보위부와 인민군 총정치국은 특별 검열단을 파견해 리영길이 어떤 경위로 고속도로를 포함한 강원도 회양 지역의 도로를 봉쇄했는지 그 의도를 조사했고, 조사 결과 리영길의 과도한 자기 우상화로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니까 1군단장을 포함해 군단 간부들이 총참모장 리영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도로를 봉쇄하고 그를 극진히 대접하려 했다는 것이었죠. 리영길은 즉각 체포돼 평양으로 압송됐습니다. 김정은은 대단히 진노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의 처형은 기정사실화됐습니다. 이것이 북한 군부를 중심으로 평양에 퍼졌고 한국의 정보당국도 그렇게 파악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 그렇다면 리영길이 어떻게 살아나고 복권된 것입니까?

강: 두 가지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김정은에 대한 그의 충성심 일화가 있습니다. 장성택 사건이 발생하기 전 그는 최고사령관, 그러니까 김정은의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장성택이 이끌던 당 행정부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장성택의 핵심 측근인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은 리영길이 가지고 온 최고사령관의 명령을 장성택 동지와 미리 상의한 것인지를 따집니다. 아주 큰 불경죄가 발생한 셈이죠. 리영길은 장수길이 감히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불복한다며 강경하게 대치했다고 합니다. 리영길 우상화 사건 때 최룡해가 이와 같은 사실을 김정은에게 직접 상기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화가 가라앉은 김정은은 그를 처형할 것 까지는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죠.
또 다른 배경으로는 국가보위부의 여론파악도 한몫을 했다고 합니다. 현영철 무력부장 처형사건 이후 인민군 지휘계통의 사기가 상당히 저하되어 있는데 또 다시 군 수뇌부의 최고책임자를 처형하면 여론이 매우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가 올려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리영길은 처형장으로 끌려가기 직전에 가까스로 살아남게 된 것입니다.

전: 리영길은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으로 있을 때 발탁한 인물이 아닙니까?

강: 그렇습니다. 최룡해는 자신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 복종심이 강한 리영길을 적극 추천해 총참모장으로 임명시킵니다. 한마디로 리영길은 최룡해의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을 때 최룡해가 총대를 메고 리영길 구명작업을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저희는 판단하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리영길을 '21세기 변 사또'라고 비난했다는 자체는 그의 처형을 암시하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김정은이 한번 내뱉은 말은 거의 번복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누군가의 강력한 탄원이 없이는 반전되기 어려운 결정이었던 것입니다.

전: 목숨을 부지한 리영길이 사건 이후 어떻게 다시 노동당 핵심 지도부 명단에 오르게 됐을까요?

강: 리영길은 그 사건이 있은 이후 강원도 지역 사단장으로 강등 좌천되었다가 다시 총참모부로 올라온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저희 정보에 따르면 리영길의 군단시찰 당시에 그를 과도하게 영접한 1군단장을 포함한 군단 간부들은 모조리 강등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리영길의 복권과 관련해서는 그의 처형설이 한국 정보당국에서 흘러나오자 김정은이 다시 리영길을 내세우며 한국정부를 흠집 내는 심리전을 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강: 네.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