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특사 리수용의 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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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최근 북한의 노동당 정무국 리수용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북중 간 새로운 협력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 그런 변화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합니다. 리수용의 방중 어떻게 보십니까?

강철환: 이번 리수용의 방중은 과거 최룡해의 방중과 두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최룡해의 방중은 장성택 제거 후, 중국의 감정이 격하되어 있는 상태였고 북한이 연이은 핵실험으로 중국을 자극했던 시기였습니다. 친중 세력의 숙청으로 중국 지도부는 북한에 대한 감정이 깊어진 상태였습니다. 두 번째는 중국의 강력한 대북압박으로 김정은이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핵과 경제의 병진 노선을 고집하면서도 중국에 꼬리는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전: 그렇다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리수용을 과거 최룡해보다 부드럽게 만나준 것은 북한에 대한 일정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거나 리수용에 대한 신임이 있다는 것인가요?

강: 중국의 대북 정책은 여러 각도에서 복잡한 측면이 많습니다. 당장 표면상에는 비핵화의 목표가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응해줄 의도가 전혀 없기 때문에 중국지도부는 북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필요하지만 김씨 왕조는 필요하지 않은 것입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김일성, 김정일은 중국을 믿지 않습니다. 중국식 개혁이 사회주의를 배반했다는 명분을 세우고 있지만 근본적인 수령절대주의, 봉건주의를 중국이 싫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끊임없이 북한을 개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압력을 넣고 있는 것입니다.

전: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과 멀리하던 중국이 이번에 리수용의 방북을 받아들인 것은 그가 중국식 개혁에 대한 이해가 넓고 북한을 개혁할 인물로 보는 것인가요?

강: 리수용 당 부위원장은 장성택의 오랜 측근입니다. 장성택이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변화시키려고 할 때 리수용은 그의 두뇌가 됐던 사람입니다. 리수용 밑에는 망명한 고위층 탈북자들을 포함해서 북한경제를 변화시키려는 실력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성택이 처형당할 때 리수용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처형위기에 내몰렸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그를 구제하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됐고 다시 김정은의 신임을 얻어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전: 그렇군요. 리수용의 그런 친중 개혁 배경 말고도, 그가 김정은과는 개인적인 친분 인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정은이 어릴 때 집사 역할을 했었다고 하던데요.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의 특징 중 하나가 현재 측근들 가운데 대부분은 그가 어릴 때 직간접적으로 연관됐던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자신과 오랜 교감을 나눈 사람들이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인 것은 사실이겠지요.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는 아버지를 등지고 도망했던 사람인데 그를 환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외로울 때 옆에 있어준 사람들을 김정은은 아주 신뢰하고 있고 리수용은 그 덕분에 목숨도 건지고 현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 그렇다면 중국 측이 이번 리수용을 환대한 데에는 리수용의 이런 개혁 성향도 한몫 했겠네요.

강: 최룡해와는 다르게 시 진핑 주석의 모습이 밝아 보였습니다. 서로의 민감한 이야기들은 피하면서 북한의 미래에 대해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중국으로서는 미국과 일본의 대중 압박과 동남아 외교 전략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북한의 필요성이 대두된 시점입니다. 예전보다 북한에 대한 지배력과 통제력이 강화되어야 한국을 중립지역에 묶어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중국은 단기적 전략인 북한 비핵화와 장기적 전략인 개혁개방이라는 대북한 전략을 다시 원점에서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리수용이 장성택 만한 세력가나 큰 인물은 아니지만 현재 김정은에게 신뢰를 얻고 있고, 일정한 힘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이런 친중적, 개혁적 인물들에게 중국이 힘을 실어준다면 김정은 정권의 점진적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 중국쪽의 시각을 말씀해 주셨는데, 북한의 김정은으로서도 리수용을 보낸다면 중국 지도부의 관심과 환심을 얻을 수 있겠구나 하는 계산을 하지 않았을까요?

강: 지금 북한내부의 문제점들은 대부분 김정은의 잘못된 판단과 결정 때문에 일어난 것들입니다. 핵실험이나 미사일발사, 대중관계 등 모두 김정은의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판단 때문에 엄청난 파국을 맞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풀려면 김정은 자신이 변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버지 김정일과는 달리 중국과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극단적으로 중국을 자극했던 김정은은 최근 중국의 무서운 압력으로 사실상 엄청난 두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중국이라는 존재에 대해 이제야 확실하게 이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신뢰하는 리수용을 중국 특사로 파견한 것은 그 정도 인물이라면 중국도 환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전: 리수용 특사를 시진핑 주석이 반갑게 만나줬으니, 북한은 이제 김정은이 시 주석과 만나야 할 차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강: 그렇습니다. 지금 김정은 측근들은 김정은에 대한 충성경쟁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김정은에게 바칠 가장 큰 선물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아무리 국내에서 요란한 감투를 쓰고 화려하게 우상화되어도 외국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동맹국 중국이 4년째 김정은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은 김정은의 위상에 심대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의 당면한 중대 문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해외정상을 어떻게 하나 만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제사회 그 누구도 김정은을 처음 만나는 지도자로 남길 원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시 주석은 물론,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김정은의 면담 요구를 이리저리 피하고 있습니다.

전: 그렇다면, 김정은의 방중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강: 리수용의 방중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당장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중국이 원하는 선물을 어떻게 제공하는가가 관건입니다. 북한은 더 이상 핵과 미사일 확산을 중단하겠다는 것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할 수 있지만 중국이 그 정도의 선물로는 만족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