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거물급 공작원 체포한 중국의 속내

0:00 / 0:00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지난 6월초 중국의 북중 접경도시 단둥시에서 북한 거물급 공작원이라는 한 간부의 집을 중국공안이 급습해 현찰 3천만 위안과 금괴와 불법 거래 자료들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당국의 체포 배경은 무엇일까요?

강철환: 이번 거물급 북한 인사는 노동당 중앙위 서기실 급의 고위인사로 보입니다. 아무리 공작활동을 주도한다고 해도 금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최고지도자와도 교감할 만큼 고위층 간부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금괴는 오직 김씨 일가의 결제를 받고 움직이는 사람만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또 금괴는 북한당국이 급하게 써야 할 부분에 긴급 투입해서 자금을 마련하기 때문에 이번 거물급 간부의 체포는 김정은 체제를 겨냥한 중국 정부의 경고로 볼 수 있습니다.

전: 유엔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힌 중국이 국내 불법 활동을 벌이는 북한인들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표현된 것으로 봐도 될까요?

강: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금괴를 사용하는 경우는 김정은 일가의 사치품 수입이나 핵과 미사일, 화학무기와 같은 중대한 물자들을 충당하기 위해 긴급 자금이 필요할 때 투입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금괴는 노동당 39호실과 김정은 서기실에서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서기실에서 김정은의 직접적인 결제를 받아야만 움직입니다. 북한 금괴는 중국 당국이 일정량 수입하기도 하는데 올 들어 유엔제재가 결의된 직후 4월부터는 북한금괴의 수입을 일체 중단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중국이 중단한 물품들을 이 간부가 비밀리에 북한으로 밀수하기 위한 작업에 동원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전: 이 간부가 북한에 밀수입을 하고 있었다면 그 품목은 주로 어떤 것이었을까요?

강: 유럽에서 수입하는 사치품을 중국을 통해 북한에 반입하는 일은 중국 당국이 어느 정도 눈감아 줄 수 있습니다. 어차피 소비품이기 때문에 중국이 느끼는 위험성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주목하고 있는 북한의 불법 밀거래 물품들은 기본적으로 핵과 미사일과 관련된 물자들입니다. 북한은 특수 소재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군사부문에 활용되는 여러 가지 특수소재들을 중국을 통해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이미 중국은 군사 분야에 사용되는 특수소재들의 명단을 만들어 이를 중국 기업들에게 배포하고, 관련 명단 품목은 북한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돈벌이 때문에 일부 중국 기업들이 불법으로 북한인들에게 이러한 물자들을 넘기고 있습니다. 북한인들은 이러한 물자들을 다른 합법적인 물건인 것처럼 위장해 불법 선박에 실어 수입하기도 하고 일부는 밀수를 통해 북한으로 유입시키고 있습니다.

전: 중국이 이런 불법 밀거래 실태를 모르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왜 그걸 근절시키지 못하는지 궁금합니다.

강: 중국당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북한당국이 불법적으로 이런 물자를 유입시킨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국적의 선박들을 이용해 위험물질들을 운반하고 북한에 들여간 것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 중국인들이 북한당국이 제공하는 거액의 수수료를 받고 이러한 불법행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은 이번 기회에 이러한 불법 행위들을 뿌리 뽑기 위해 대대적인 단속을 펼치고는 있습니다. 중국은 과거에도 단둥항을 갑자기 폐쇄시켜 이 항구에서 얽혀진 여러 가지 부패고리들을 한꺼번에 끊어낸 전례가 있습니다. 중국의 주요 항구에서는 선박을 세탁해 주요 광물자원들이 비밀리에 불법 유통되고 있습니다.

다롄이나 칭다오 항도 북한선박들이 대거 몰리는 항구이기 때문에 중국 당국은 이 항구에서도 지속적인 감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중국 기업들은 좋은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그 불법 거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과 아연은 북한으로부터 싸게 들여가서 국제시장에 비싸게 되팔 수 있는 주요 핵심 금속입니다. 옛날 속담에 지키는 사람 열 명이 있어도 한 명의 도적을 막기 힘들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북한의 이러한 불법행위들을 중국이 다 막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전: 이번에 중국이 북한의 간부급 공작원을 전격 체포한 것도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고강도 조치로 볼 수 있겠군요.

강: 그렇습니다. 이러한 불법 거래행위들은 오랜 기간 동안 지켜봐야 파악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을 움직이는 핵심 인물과 자금 줄을 파악해야 모든 행동을 저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발견된 자금만 3천만 위안이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자금도 꽤 클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당국이 이러한 주요 밀거래 인물들을 제거하고 현금을 압수한다면 북한의 불법행위들을 원천봉쇄할 수도 있습니다.

전: 중국은 북한의 이런 불법 밀거래 행위 외에도 최근 보위부가 중국에 들어와 한국인 납치 행각을 벌이는 데 대해서도 심기가 아주 불편하다고 합니다. 불법행위를 하는 북한인들을 추방하고 그들이 중국에 재입국 하는 걸 막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들이 꽤 많은 량의 마약을 움직이다 공안에 체포되어도 외교관 면책사유를 들어 북한에 추방된 이후 한 두 달만 지나면 다시 중국에 나온 사례가 많습니다. 그래서 현장 일선 공안들은 중국 당국의 이러한 북한 봐주기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북한 관리들의 불법행위는 중국당국이 거의 용납을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제 중국의 북한 봐주기는 거의 끝난 것 같습니다. 만일 북한이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불법 밀거래 행태를 지속할 경우, 아마도 중국과 심각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 중국 당국이 북한의 밀거래 행태에 긴장하고 있는 품목은 핵 미사일 부품이나 소재 외에도 마약이라고 하던데요, 북한이 유엔의 대북 제재로 외화가 고갈되면서 다시 마약 밀매를 늘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북한 내에서 마약을 청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이 취해졌습니다. 김정은이 최측근인 마원춘 국방위 설계국장도 마약 중독에 걸리자 혁명화를 보낼 만큼 강력한 처벌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번 퍼진 마약은 걷잡을 수없이 북한에서 많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저희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거의 사라졌던 양귀비 밭들이 북한 곳곳에서 다시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김정은 정권이 유엔의 대북제재로 외화난에 직면하면서 마약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저희는 판단합니다. 북한 기업들이 사업자금을 만들기 위해 마약을 대량으로 유통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 중국 공안당국도 긴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