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에 1년반동안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지난 13일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엿새 만에 사망한 데 대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인이 웜비어의 죽음을 애도하고
북한의 반인권적 야만적 폭력성과 잔인함을 규탄하고 있습니다. 웜비어 유족들은 '북한 당국의 끔찍한 고문과 학대로 사망한 것'이라고 북한 정권을 비난했습니다. 북한이 외국인을 인질로 잡아 억류한 사례는 많지만 이들을 고문 구타 학대하는 일은 매우 드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 웜비어 학생에게는 그런 비극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강철환: 사실 오토 웜비어의 비극은 오래 전부터 예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인이 북한에 의해서 피해를 본 사례는 대부분 한국계 미국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북한관련 일을 하던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북한의 정서를 알기 때문에 북한 당국자들을 자극하거나 대항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 국가안전보위성은 외국인들을 어떤 혐의를 가지고 취조할 때 그 사람의 성향이나 내포된 인식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응합니다. 케네스 배 선교사처럼 고문 같은 것을 하지 않으면서 북한은 외국인에 대해서 절대로 인권유린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체제에 순응하지 않거나, 풀어 주면 밖에 나가서 북한체제에 해를 끼칠 것 같은 사람들은 철저하게 길들이기를 시도하게 됩니다. 웜비어 학생은 북한이 의도하는 대로 순응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전.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갖게 되셨나요?
강. 오토 웜비어가 작년 2월 북한이 벌인 기자회견장에 나와 아주 불안정한 모습으로 자신의 죄를 실토하고 살려달라고 우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저는 그 영상을 보고 그 학생이 다른 학생에 비해 성격이 강한 편이고 옳지 않은 것에 잘 순응하지 않는 학생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선전물을 뜯었다는 것이 국가전복죄라고 주장하는 북한당국에 대해 그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 보위성 고문관들은 인내심을 지키지 못하고 그를 장기 폭행했고 그 과정에서 심장과 뇌에 문제가 생겼다고 봅니다. 북한 고문관들은 의료 상식이 없기 때문에 고문으로 실신했을 때 즉시 응급조치를 취해야 했으나 장기간 방치하다가 오늘의 이 사태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전. 웜비어 말고도 외국인이 북한 당국에 의해 고문 받고 사망한 사례가 있습니까?
강. 북한은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돕거나 반북 활동하는 종교인들이나 인권관계자들은 현장에서 독침으로 처리하거나 납치조를 동원해 북한으로 끌어가는 사례가 꽤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00년에 발생한 한국계 미국 시민인 김동식 목사의 납치사건입니다. 교통사고로 다리 한 쪽이 불편한 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수백 명을 구출하던 그는 옌지 모처에서 괴한들에게 마대자루에 씌워져 북한으로 끌려갔습니다. 당시 김 목사를 납치하는데 가담했던 중국교포 김성모와 류영철은 한국에 들어왔다가 체포돼 법적 처벌을 받기도 했습니다. 앞서 1995년 한국인 안승운 목사가 북한에 납치됐는데 북한은 그를 의거 입북했다고 언론에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두 분의 목사님들의 행방과 소재는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의도하는 대로 기자 회견하는 것을 거부하는 김동식목사를 고문하다가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탈북자들과 북한 내부자와 연락하는 기독교 선교사들이 증언했습니다. 미국 연방항소법원도 2014년 말 이를 인정해 가족들이 북한정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지금도 김 목사의 납치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안승운 목사도 중국에서 납치됐는데 북한은 그를 TV에 등장시켜 자진 월북했다고 선전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한 납북자가족 단체는 안 목사가 자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북한이 미국인을 계획적으로 납치했던 사건이 있지 않습니까? 로라 링과 유나 리 미국 여기자 납치 사건 말입니다.
강. 그렇습니다. 미국의 커런트 TV의 방송 기자 로라 링과 유라 리 기자는 2009년 봄, 탈북자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조선족 브로커와 접촉해 조중 국경으로 갔습니다. 중국 투먼시 월정진이라는 얼어붙은 두만강에서 북한 측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국경지역 보위부와 경비대가 달려들어 북한 국경을 침범했다며 그들을 다짜고짜 체포해서 평양으로 압송한 것입니다. 당시 북한보위성에 매수되어 있던 중국 조선족 브로커는 미국인 두 여기자가 국경으로 온다는 사실을 보위성에 알렸고 당시 국가보위부 류경 반탐부부장은 이들을 유인납치하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안전하게 국경으로 유인한 다음 북한지역 침범이라는 거짓 죄를 씌워 체포하게 합니다. 당시 여기자들은 극도의 공포감으로 두려움에 떨었지만 북한 보위성은 이들을 활용할 계획 때문에 고문이나 일체 학대를 하지 않고 잘 대해주었습니다. 북한은 이 두 여기자를 데리러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평양으로 오게 했고 김정일과의 면담도 성사시켰습니다. 김정일은 빌 클린턴을 만난 것을 아주 만족해했고 그 사건을 기획한 류경 부부장에게 공화국 영웅 칭호를 수여하게 합니다.
전.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을 임의적으로 잡아 혐의를 씌우고 징역형을 선고하고 억류하는 북한의 행태는 북한정부의 인질협상 전략의 일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강. 맞습니다. 지난 2016년 4월 북한은 조선로동당 7차 대회를 맞아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하면서 외신기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당시 영국 BBC의 루퍼트 윙필드헤이스 기자는 평양현장에서 김정은을 뚱뚱한 독재자라고 보도에서 언급합니다. 이 보도가 영상으로 나가자 이 기자는 즉각 평양 당국에 억류됩니다. 당시 평양에서 취재하던 외국인 기자들이 집단적으로 항의하자 북한당국은 윙필드헤이스 기자에게 반성문 비슷한 것을 쓰게 하고는 추방합니다.
전. 호텔에서 선전포스터를 떼냈다는 오토 웜비어 혐의와 놓고 보면 윙필드헤이스의 언행은
북한 기준으로 보면 즉각 처형당할 만한 큰 죄일 것 같은데요.
강. 그렇습니다. 사실 오토 웜비어에 비하면 윙필드헤이스 기자는 그 몇 배로 엄중한 죄를 지은 것입니다. 존엄인 김정은을 대놓고 비난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억류되지 않고 조사만 받고 풀려나게 됩니다. 이런 사건들을 보면 지금까지 억류된 미국인들 대부분은 계획된 구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대부분 큰 죄도 아닌데 엄청난 죄목을 붙여서 구금을 시키고 기자회견을 시키고 있습니다. 종교의 자유를 허용한다고 하는 북한에서 3년전 호텔방에 성경을 놓고 갔다고 미국인 관광객 제프레이 에드워드 포울레씨를 체포해 6개월이나 억류했던 것도 그런 맥락의 사건입니다. 근래에 북한 당국이 미국인들을 특히 잇따라 구금하는 것은 미국과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인질 정책의 일환인 것입니다.
북한은 외국인 인질을 대외협상의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죄 없는 외국인 민간인들의 인명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입니다. 스물 두 살 난 오토 웜비어 학생의 생명을 뺏은 북한 정권의 반인권적 야만적 잔인성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