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지난 4월 중국 닝보시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한국에 들어간 사건과 관련해, 한국 일부의 변호사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협회' 약칭 민변이 최근 서울의 한 법원에 이른바 '인신보호 구제심사'를 청구했습니다. 이 구제심사 청구로 종업원들의 탈북이 자발적인지 그들 스스로가 법정에서 밝히도록 하고 한국의 국가정보원, 약칭, 국정원이 이들을 관리 보호하고 있는 일이 적법한 지를 따지겠다는 것입니다.
중국과 미국에 있는 친북인사들을 통해 북한 가족들의 위임장을 받았다는 민변은 집단탈북자들의 소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정원은 탈북자들이 북에 있는 가족의 신변 안전을 우려해 공개 증언을 원하지 않는다며 불응하고 있어 법정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북한은 국정원이 이들을 유인 납치해 데려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대남선전매체를 통해 북한의 가족들이 썼다는 편지와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탈북자들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2004년 여름 탈북자 468명이 윁남(베트남)을 거쳐 한국에 집단 입국했을 때에도 이번처럼 집요하게 선전선동하거나 유엔기구를 통해 송환을 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만큼 이번 집단탈북 사건이 북한에는 충격적이란 방증 아닙니까?
강철환: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중요한 탈북 사건들은 여러 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1997년 초 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탈북 사건인데요. 그때에도 김정일은 그 사건이 믿겨지지 않았는지 지금과 똑같이 남조선 정보기관의 납치로 몰아갔고 중국 정부에 송환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황장엽을 납치하기 위해 100명의 특수요원들까지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황장엽의 망명은 체제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입니다. 당시 황장엽씨가 자발적 망명이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밝히고 중국도 이를 수용하면서 북한은 태도를 바꾸고 황 전 비서를 변절자로 매도하는 방향으로 틀었습니다.
이번 집단탈북 사건과 관련해 김정은이도 봉사원들이 한꺼번에 자발적으로 남한으로 도주했다는 걸 믿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왜냐면, 일개 식당이 아닌 북한 사회 전반에서도 10여명이 한 패가 되어 일을 꾸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건 북한식의 독특한 통제체제가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가동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을 벌이려고 3명만 모여도 그 중에 누가 보위부 첩자인지 알 수 없어 한 뜻으로 일을 치르기가 진짜 어렵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통제가 극도로 이뤄지고 있고 보위부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지켜보는 식당 한 곳에서 13명이나 되는 종업원이 한 패가 되어 작당을 했다는 것은 북한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데, 보위부를 지시하는 김정은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전: 어쨌든 주민 동태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가 이번 집단탈북을 사전에 막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은데, 어째서 김정은은 남한정부가 유인납치했다며 남측에 책임을 몰아 세우는 것일까요?
강: 과거 황장엽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도 황 선생을 밀착 수행했던 보위부의 실책으로 그가 도주하는데 성공하자 한국의 첩보기관인 국정원의 개입으로 단정 짓고 납치 주장을 했었습니다. 일단 황장엽씨같은 거물급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면 보위부 내부에 상당한 칼바람이 불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조직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잘못을 다른 곳에 돌리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황장엽 사건으로 보위부 내 감시조가 숙청당하고 엄청난 문책을 받았던 전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도 일단 보위부의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 국정원에 그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전: 그렇다면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 부장이 엄청난 사건을 막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남한 정보기관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는 얘긴가요?
강: 그렇습니다. 현재 보위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김원홍은 북한의 지도층 사이에서 저승사자처럼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도 많이 생긴 상태구요. 일단 북한에서 원한이 쌓이게 되면 그 중심에 있는 자는 살아남기 힘듭니다. 김원홍도 김정은 집권이후 4년 이상 보위부장 직을 맡아오고 있습니다.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처럼 쇼하면서 뒤에서는 자신의 권력을 구축해온 결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번 대형악재는 사실 김원홍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중대한 사건입니다. 김원홍에게 악 감정을 품은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빌미로 김원홍 책임론을 물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위부는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13명 사건의 책임을 남한 정보기관에게 돌리는 작전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것입니다.
전: 김정은으로서도 이번 사건으로 체면이 많이 구겼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보위부를 시켜 남한 내 탈북자들을 재입북 시키는데 몇차례 성공해 자신의 체제 선전에 승기를 잡았고 치적으로 삼았는데, 당성이 강한 중간 간부 층 자녀들이 집단탈북했으니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 시대는 김정일과 확실한 차별화를 두고 있습니다. 과감한 방법들을 추진하기도 하고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상상도 못했던 탈북자 활용 정책에도 적극적입니다.
김정은이 직접 지시를 내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대대적으로 북한으로 끌어와 그들의 입으로 남한을 비난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가안전보위부는 수십 명의 탈북자 출신 한국인들을 중국 등지에서 북한에 유인 납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들은 북한에 남은 가족들을 활용해 남한에 전화를 하게 했고 그런 유인책에 걸린 탈북자들은 꼼짝없이 북한의 마수에 걸려 북한으로 끌려간 것입니다.
전: 김정은이 그동안 자신의 지시로 이뤄진 탈북자 재입북 활용 체제 선전의 성과가 이번 집단탈북사건으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데에 내심 분노도 했겠지만 겉으로는 자신의 선전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 보위부의 책임을 묻기 보다는 남측이 납치한 것이라는 전략을 택할 수도 있었겠네요.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 자신도 13명의 집단탈북이 김원홍 보위부 부장의 주장대로 한국 정보기관의 납치로 치부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스스로 한국에 들어 갔다고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지면 자기가 지금껏 해왔던 탈북자 강연이 모두 허위와 기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원홍의 보고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알지만 김정은은 김원홍과 함께 남조선 정보기관을 몰아세우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그래야 김원홍도 살고 김정은 자신도 본인의 지시로 자행된 탈북자 재입북 선전이 옳다는 것을 정당화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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