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이 지난 5월 초 중국을 대놓고 비판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게재된 개인 논평을 통해서인데요, ‘조중 친선이 아무리 소중하다 해도 목숨과 같은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구걸할 우리가 아니라는 걸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혈맹이라는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동참하고 있는데 대해 공개적으로 반감을 드러낸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중국의 대북 제재가 불충분하다며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며칠 전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한 것이죠. 미국과 중국간의 마찰이 커지면 북한이 격하게 드러냈던 중국에 대한 반감, 또 조중 친선에 대한 위협을 전략적으로 누그러뜨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강철환: 저는 현재의 상황이 미묘하게 바뀔 수 있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북한이 중국에 갖고 있는 반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근래 북중 간 비난전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입니다. 특히 양국이 서로 실제 국가명을 거론하면서 비난하는 것은 거의 적대국 간의 비난 수준이라고 봐야 합니다. 북한은 논평에서 북중관계의 붉은 선을 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미국의 장단에 놀아난다든가. 제재의 끈만 조이면 손들고 복원관계를 구걸할 것이라는 건 어리석은 계산이라며 중국을 맹비난했습니다. 미국과 중국간의 대북 제재에 대한 공조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는 몰라도, 중국과 북한 간에 흐르는 상호 불신과 못마땅함의 감정은 골이 상당히 깊습니다.
전. 북한이 이제는 중국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강. 북한의 김씨 지도자들은 중국지도부가 핵과 미사일 개발은 적대국 미국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적당히 비난은 하지만 자기들을 빠질 수 없는 구석에 몰아넣으면서 제재하고 압박하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중국은 항상 북한의 붉은선, 즉 레드라인에 느슨하게 대응한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봐줄수록 북한은 더 제멋대로 행동했고 그때마다 중국은 전략적 인내심에 한계를 드러내게 된 것입니다. 거기에다 김정은이 잔혹하게 자기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중국의 인내심은 폭발하게 됩니다. 그것은 비인간적 북한체제의 행태에 대해 중국지도부가 격앙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는 아무리 정적이라 해도 무자비하게 처형하거나 가족을 수용소에 가두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권력서열 최고에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함부로 죽이는 수준 낮은 정치는 중국에서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이도 어린 김정은이 아버지 뻘되는 장성택과 그 수하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이 알려지자 이것은 중국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리고 김정은 정권은 중국이 말로 해서 다스려질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전.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의 개인적인 감정도 북한과 중국간 반목의 한 원인일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가 주석으로 취임할 때 김정은이 핵실험을 감행했으니, 북한의 후견국 지도자로서 체면 손상이 말이 아니었지 않겠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2013년 2월 북한은 시진핑 주석이 첫 집권하던 그 해에 3차 핵실험을 단행했습니다. 시진핑에게 핵실험 선물을 준 것입니다. 보통 김정일 같으면 시진핑 주석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자제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하지만 김정일은 시 주석의 체면은 아랑곳 하지 않고 무지막지한 핵실험을 단행합니다. 그때 시 주석의 개인적 감정이 격화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국제사회에 시 주석의 체면을 무시하고 중국을 망신 주었기 때문에 중국은 더 이상 북한 봐주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 그럼에도 미국은 아직 중국이 북한 제재에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압박하고 있지 않습니까? .
강. 그렇습니다. 미국이 보기에는 아직 중국이 북한을 완전히 굴복시키는 카드는 꺼내 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중국이 북한지도부가 가슴 아파할 만큼의 제재는 충분히 가하고 있다고 봅니다. 김정은 개인 비자금인 39호실 핵심 자금인 연, 아연 수입을 전면 중단한 것입니다. 약 20억 달러 수준인 막대한 외화자금줄이 중국에 의해서 완전히 끊어진 것입니다. 중국은 중국 내, 연, 아연 수요가 많아 북한으로부터 막대한 연, 아연을 수입해왔는데 그것을 중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추가 압력에 의해 연간 10억 달러 수준인 석탄 수입도 올해 초에 모두 중단시켰습니다. 사실상 북한의 외화난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중국 정부는 북한의 핵관련 물자를 거래한 것으로 알려진 홍샹그룹의 마샤오홍 회장과 그 수하들을 불법행위로 모두 체포해 처벌하고 있습니다. 흥샹그룹은 사실상 해체상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연간 5억 달러 규모의 핵, 미사일 부품을 수출하던 흥샹의 몰락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압박은 북한에 입장에서 보면 적대국 수준의 압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 김정은 참모 중에 북중 간 관계 회복을 위해 힘쓴 인물도 있지 않습니까?
강. 맞습니다. 사실 김양건 통일전선부 부장이 살아 있을 때는 북중간 관계를 풀기 위해 김정은을 달래서 막후조정 역할을 해왔습니다. 김양건은 유일하게 김정은의 비위를 맞추면서 그의 입장을 관철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김양건을 신뢰한 김정은이 그의 주장을 받아들여 당창건 70주년 기념일에 중국의 권력 서열 5위 류원산 상무위원을 불러들였습니다. 그 다음해에는 모란봉악단을 베이징에 파견해 중국과 관계를 풀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중국 측과 마찰을 빚으며 악단은 그대로 돌아왔고 북중관계는 다시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바로 그때 김양건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김정은의 무지막지한 결정에 대해 제어할 사람이 사라지게 된 셈인데요, 그게 북한으로서는 큰 비극인 것입니다. 온건파이며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했던 김양건이 사라지자 이제 북한에서 김정은에게 북중관계 복원을 주장할 관료가 단 한 명도 없게 된 것입니다.
전. 최근 북한이 미국과의 막후 접촉을 통해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려는 것도 중국과의 관계악화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까요?
강. 그렇습니다. 지금 북한은 중국의 압력에서 벗어날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나 미국과의 관계 개선 돌파구를 열어 지금의 압박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작년 초 평양에서 억류되었던 미국인 대학생 웜비어가 최근 풀려나 사망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이 모든 바람이 물거품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시진핑 보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 유명 농구선수였고 김정은의 친구라는 데니스 로드먼을 다시 평양으로 불러들인 것을 봐도 그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보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