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한반도가 기후변화의 몸살을 앓으면서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과 3시간 거리인 평양도 비슷한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선택된 일부 북한 주민들에게는 평양에서 사는 것이 축복일 수도 있지만 그곳에서 거의 매년 열렸던 아리랑 집단체조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지옥보다 더 싫은 행사였다고 하죠.
집단체조로 목숨을 잃거나 평생 장애자가 되는 학생들이 급증하면서 서방세계에서는 이 행사를 '어린이 집단 학대'로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악명 높았던 아리랑 집단체조가 3년째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작년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과 올해 5월 당대회 행사에서도 아리랑 공연은 없었습니다. 북한에 무슨 정책적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강철환: 그렇습니다. 2013년 북한에서 말하는 전쟁승리기념일인 7.27 (60주년)을 기념해 북한은 약 3개월에 거쳐서 아리랑 축전으로 불리는 매스게임-집단체조를 마지막으로 이 행사가 지금까지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평양에도 유례없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8월에는 그냥 서있기도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꼬박 3개월 동안 이 행사가 진행되면서 많은 어린이들이 일사병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방광염, 심장병 등 치명적인 병에 걸리는 일이 속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이 행사를 새로운 외화벌이 수단으로 기획해서 중국 등 해외교포들에게도 개방해 북한의 마스코트처럼 선전해왔습니다. 아리랑 공연은 2006년 수해로 중단된 때를 제외하면 거의 매해 열린 평양공화국의 간판 볼 꺼리었습니다. 처음에는 국내와 사회주의 우방국을 위해서 만들었지만 2000년 이후에는 해외 관광 코스에 넣으면서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사가 2013년 9월 30일을 끝으로 중단된 채 지금까지 아리랑 공연이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정책적인 변화 없이 수십 년간 지속되어온 집단체조가 중단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전: 아리랑 공연은 김정일 시대에 절정을 이뤘지요?
강: 그렇습니다. 김일성 시대에도 이런 집단체조가 있었지만 10만 군중이 참여할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일 시대로 들어서면서 10만 명 규모로 확대됐고 엄청난 국가적 예산이 탕진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 10월 미국의 매덜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할 때 김정일이 북한의 위력을 미국에 과시하기 위해 대규모 아리랑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그때부터 10만 명 규모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사일 쏘아 올리는 카드섹션까지 동원한 이 대규모 집단체조에 미국의 국무장관도 꽤 놀랐었다고 하지만, 대규모 공연 자체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서방언론들은 10만 명의 어린이들이 기계같이 움직이는 훈련에는 혹독한 훈련이 있어야 하고 그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를 야기한다고 본 것입니다.
당시 올브라이트 장관에게 북한을 과시한 김정일은 그 행사에 대만족하면서 아리랑 공연을 연례행사로 만들어 대내외에 선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전: 아리랑 공연 준비기간에는 평양시 학생들이 거의 수업을 할 수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학업은 물론이고 건강에 큰 문제가 생겨 고통 받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하던데요.
강: 저도 집단체조에 참가할 뻔한 나이에 수용소에 끌려가면서 직접 경험을 하지 못했지만 참여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린이 학대 중에 가장 심각한 학대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6개월 훈련기간 학업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훈련기간 화장실 횟수를 줄이기 위해 음식과 물을 제한하는데 심한 탈수와 일사병으로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데 그것을 중단시키면서 어린이들의 건강에 심각한 타격을 줍니다.
본 행사가 가까워지면 실전훈련을 하게 되는데요. 시작 2시간 전부터 입장해서 끝날 때까지 무려 6시간 이상을 버텨야 합니다. 선채로 대소변을 보는 경우가 허다해 여학생들의 경우에는 소변을 참다가 방광염에 걸리는 학생들이 대다수일 정도로 심각합니다.
전: 그야말로 아동학대의 대명사처럼 심각했군요. 이런 행사에 아이들을 보내야 했던 부모들 마음이야 오죽 고통스러웠겠습니까?
강: 노동당에서 기획하고 집행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빠지거나 불만을 늘어놓을 경우 평양에서 추방될 수 있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로 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혹사당해도 불평 한마디 할 수가 없습니다. 4월 행사는 그나마 날씨가 괜찮아 한시름 놓을 수 있지만 8월 더위와 맞물리는 아리랑 공연은 자신들의 아이들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리랑 공연에 내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전: 이런 아리랑 행사를 중단한 배경에는 물론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강: 김정은이 등장하면서 이런 저런 방면에서 할아버지 김일성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마치 어린이들을 사랑하는 인자한 어버이 인듯한 모습을 자주 연출해왔습니다. 신발신고 유치원에 들어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아버지 김정일에 비해서는 어린이들을 찾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전국의 꽃제비들을 자기가 있는 한 모두 보살피겠다면서 강제적으로 이들을 집단시설에 들여 놓고는, 해당 지역 책임자들이 무조건 책임을 지도록 해왔습니다. 김정은의 보호시책이 제대로 집행된 지역은 거의 없지만 굶는 아이들을 직접 챙겨서 그것을 없애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이 자기 과시 선전이든 아니든 변화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김정은이 아리랑 공연을 중단시키면서 평양 내부에서는 진짜 김정은이 어린이들을 사랑한다는 선전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뜨거운 뙤약볕에서 고생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아리랑 공연도 좋지만 아이들이 우선'이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김정은이 진심으로 아이들의 고통을 덜어 주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일각에서 지적된 것처럼 외화부족과 자금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시적으로 중단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공연 중단 덕분에 10만의 북한 청소년들은 몇 달 동안 한여름 뙤약볕에서 집단체조 훈련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아이들을 위해서는 다행스런 일이죠.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