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최근 어선을 활용해 계획적으로 탈북하는 북한 주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7월 1일 동해 북방 한계선을 넘어 남쪽 영해로 들어간 주민은 평양 출신의 과학자 가족인 것으로 드러나 화제가 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강철환: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어선을 타고 남쪽으로 귀순한 주민 다섯 명은 북한에서도 최고의 이과 학부로 알려진 평성 리과대학을 졸업하고 평양에서 기술자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과학자 출신으로 본인의 아들과 아들의 여자친구, 남동생 가족 2명과 함께 탈북 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서쪽인 평양지역에서 보위성의 추적을 피해 강원도 원산 지구에서 배를 구입해 동해로 귀순해왔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준비하고 치밀하게 계획하지 않으면 도저히 실행하기 힘든 어선 탈북입니다. 그리고 가족모두를 설득해서 함께 탈북한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만큼 김정은 체제가 엘리트 지식인, 간부 층을 중심으로 외면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예측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전. 이들이 조중 국경 육로를 피하고 위험한 바다를 선택한 것이 궁금한데요.
강. 어선 탈북은 사실 내륙 사람들이 북중 국경으로 가서 탈북 하는 것 못지않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어선이나 목선을 활용한 탈북은 북중 국경으로 가는 것 보다 위험도나 비용 측면에서 더 실용성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 북중 국경 봉쇄로 탈북 비용이 천정부지로 올라서 웬만한 사람들은 돈이 없어 탈북을 못하는 실정입니다. 아마 북중 국경을 넘는 비용이면 배를 한 척 구입해서 탈북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바다가 위험하긴 하지만 그보다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는 것이 현 상황에서는 더 위험해져 있다는 내부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탈북 비용이 너무 높아져 사람들이 어선 탈북으로 눈을 돌린 것이 아닌가 주목됩니다.
전. 김정은 집권 이래 조중 국경 경비가 강화되면서 탈북 주민들의 도강 비용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들긴 했습니다만, 근래 탈북 비용은 얼마나 듭니까?
강. 최근 내륙지역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에 오는 한 사람당 비용은 무려 천 5백만원까지 치솟는 상태입니다. 북중 국경 강을 건너는 비용만 일인당 6백만 원 소요된다고 합니다. 이제는 돈이 없으면 실제로 탈북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국경을 지키는 군인들도 과거와는 달리 한번 탈북을 눈감아주다 걸리면 즉결처형을 당할 만큼 군인들의 부담도 큰 상황입니다. 복중 국경이 뚫리면 정권이 무너진다는 판단 하에 국가적인 관심을 집중시킨 결과로 보입니다. 국경지역 사람들도 탈북하기 어려워진 마당에 내륙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탈북은 아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 과거 한국의 노무현 진보 정부 한 때에는 해상을 통해 탈북 하려는 주민들이 많았지만 한국 정부가 이들의 남한 귀순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는 일부 탈북자들의 주장이 있었습니다. 그와 관련한 사연을 들어 보신 적 있습니까?
강. 2003년 이후 노무현 정권시절 해상을 통한 이탈이 급격하게 늘어났던 것은 사실입니다. 백령도를 거쳐 가족 모두를 데리고 한국에 들어온 박명호씨 가족도 그 한 사례입니다. 그는 당시 북한에서 한국정부가 해상으로 오는 일반 탈북자는 받아주지도 않고 북한으로 돌려보낸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정부가 그렇게 했는지는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서해 NLL북방한계선 상에서 북한선박이 넘어오면 무조건 북한으로 밀어내거나 기름을 채워서 돌려보냈다는 말도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귀순의사를 타진하지 않고 북한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두려움으로 확실하게 귀순의사를 밝히지 못한 사람들은 그냥 북한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전.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강. 사실 일부 선박에서 구조된 북한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일부는 돌아가고 일부는 남는 경우가 있고 어떤 때는 전부 돌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단순 표류나 사고로 한국해역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와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의 속내를 쉽게 드러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일단 한국 당국에 구조된 북한 주민들에게는 다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면서 차분하게 확인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전. 그렇군요. 그런데 또 다른 진보성향의 문재인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노무현 정부 때와는 달리 탈북 주민들이 선명하게 자신들의 귀순 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습니까? 뭔가 탈북자 정책이 달라졌음을 알고 있다는 말인가요?
강. 저도 탈북한 경험이 있지만 탈북을 하려는 북한 주민 입장에서는 한국방송을 매일 청취하면서 여러 가지 분위기들을 감지해야 합니다. 특히 해상 탈북의 경우 처음 한국 해군이나 해경이 귀순의사를 물어볼 때 확실한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에는 해상에서 의사를 물어보고 그 자리에서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면 그 자체가 법적인 효력이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방패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전. 북한당국이 해안가 주민들의 해상 탈북을 막기 위한 일환으로 왜곡 선전했었고 지금도 그리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측 당국이 귀순자들을 받아주지 않는 다고 말입니다.
강. 그렇습니다. 북한당국은 한국에서 진보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마치 자신들의 편인 것처럼 오도하며 해안지역 주민들에게 거짓선전을 해왔습니다. 배를 타고 도주해봐야 한국정부가 모두 되돌려 보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주민들은 한국의 진보정권의 탈북자 수용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있습니다. 북한의 거짓 선전에 속아왔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다시 진보적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그런 북한의 거짓 선전에 속지 않고 과감하게 평양의 지식인 간부층 가정이 집단 탈북한 것은 이제 북한의 거짓 선전도 잘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간부층 탈북이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강.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상류층, 엘리트 계층의 탈북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는 하되 기존과는 다른 대화, 북한에게 할 말을 하고 핵과 미사일을 용납하지 않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북한의 반정부 세력들도 안도하고 있다는 말이 들려옵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지금과 같은 확실한 입장이 지속된다면 고위층 간부들의 탈북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