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당국이 지난 3월 동해 몽금포 바다에서 발생했다는 안강망선 1728호 침몰사건을 '신념의 당부'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로 만들어 조선중앙텔레비죤을 통해 전국에 방영한데 대해, 이를 조롱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선장이 폭풍우로 배가 침몰할 상황에 내몰리자 김일성 김정일 수령님들의 초상화를 물에 훼손되지 않도록 포장하고 그것을 목에 건 채로 희생됐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주장입니다. 그 시체는 바닷가에서 발견됐고, 선원들은 선박 침몰로 사망하기 전에 70일 전투를 부탁한다는 유언도 남겼다고 하는데요, 당국이 조작했다는 의혹이 주민들 사이에 일고 있다지요?
강철환: 그렇습니다. 과거에도 북한당국은 화재 현장에서 김일성 김정일 부자 초상화를 먼저 구하는 사람들을 영웅으로 치켜세웠고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침몰하는 선박 사고현장에는 김 부자 초상화를 가슴에 안고 시체로 나타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을 영웅으로 치켜세워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너무 무리하게 조작된 흔적들이 남아 있는 것이 뚜렷해 북한주민들이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건이 북한내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제는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과거보다 많이 깨어나기 시작했다는 걸 보여줍니다. 의미 없는 수령의 사진보다는 자신들의 목숨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집에 있는 부인과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들은 수령에 대한 충성심보다 자신들의 가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김씨 체제가 70년 가까이 해온 집단주의 세뇌의 효과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만약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죤 기록영화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선장과 선원들은 정말 정신 나간 사람일 것이고, 사실이 아니라면 당국의 조작이라고 주민들은 간주한다는 것입니다.
전: 그렇다면 이 기록영화가 묘사하고 있는 안강망선 침몰사건에서 북한 주민들이 상식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얘기는 어떤 것들 입니까?
강: 우선 이 선박은 춥고 험한 날씨에도 무리하게 항행을 했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같으면 일기 예보가 정확하기 때문에 날씨가 험한 날은 조업을 잘 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날씨 정보도 받지 못하고 무리하게 나간 것은 분명한 당국의 책임입니다. 그리고 이 선박에 승선한 선원들은 전원 사망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의심스러워 하는 부분은 큰 풍랑을 맞아 생사 갈림길에서 사투하는 선장이 그 무슨 시간이 많다고 김씨 부자 초상화를 물 한 방울 안 들어가게 정성스럽게 싸서 목에 걸었느냐는 것입니다. 제대로 몸을 가누기도 어려울 풍랑에 휩싸인 선박 위에서 한가하게 초상화를 물이 안 샐 정도로 싼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한국처럼 모든 물건이 풍족한 곳에서 품질이 좋은 테이프로 아무리 겹겹이 초상화를 포장한다 해도 바다 물 속에서 물이 침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그 시체의 목에 걸려있는 김씨 초상화에는 무슨 기적처럼 물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죽기 전에 부탁했다는 70일 전투라는 것도 전 북한인민들이 반대하는 반민생적 전투라는 것입니다. 과거와 달리 북한주민들은 장마당 시장을 통해 생계를 이뤄갑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위협으로 유엔 회원국들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장마당을 통한 시장 거래가 확대됐습니다. 그러자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시장거래를 통제하기 위해 70일전투니200일전투니하면서 주민들을 동원하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당국이 선전하려는 수령결사 옹위를 이런 식으로 억지로 짜깁기해서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전: 이것이 조작된 선전이라면 그걸 기획하고 진행하는 부처는 어디일까요?
강: 정보 통제가 가능한 국가안전보위부와 노동당 선전부가 했다고 봅니다. 그들은 정보조작을 통해 지금까지 북한주민들을 기만하고 생각을 마비시켜왔습니다. 보위부는 항상 북한주민들의 여론을 감시하고 주시합니다. 좋지 않은 여론이 확산되면 역으로 정보를 흘려서 김 부자에게 해가 미치기 전에 철저히 차단합니다.
전: 대표적인 북한 당국의 과거 정보조작 사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강: 북한당국이 정보를 조작한 사례는 너무나 많습니다. 그 가운데서 가장 큰 조작은 6.25 전쟁을 자신들이 시작한 남침을 북침이라고 만들어낸 것입니다. 엄연한 사실도 그렇게 왜곡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민심 조작사건으로는 1998년 서관히 노동당 비서의 공개처형 사건입니다. 그러니까 고난의 행군이 절정에 달했던 당시 북한 주민 수백만이 굶어 죽었는데, 주민들의 아사 책임이 남조선과 미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김정일의 잘못된 국가통치에서 비롯됐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북한 사회에서는 급격하게 반김정일 정서가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보위부는 김정일의 지시로 서관히 농업담당 비서를 미제의 고용간첩이란 죄를 씌워 평양시 낙랑거리 장마당으로 끌고 가 평양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 처형합니다. 미제로부터 첩자의 임무를 받아 당의 농업정책을 음으로 양으로 훼방 놓아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는 참상을 초래했다는 유언비어, 거짓 정보를 퍼뜨린 것입니다. 실제로 당시에 많은 평양시민들은 서관히를 미제가 고용한 간첩으로 알았고 주민들이 굶어 죽는 책임을 서관히에게 돌리게 됐는데요. 지금 돌이켜보는 많은 북한 지도층 간부들에게 서관히 비서가 김정일의 실정의 희생양으로 죽었다는 것은 상식이 됐습니다.
전: 이 사건 외에도 정보조작에 의한 또 다른 큰 사건이 있었습니까?
강: 2004년 용천기차역 폭발사건입니다. 사실 그 사건은 북한 체제내부의 반대파들이 김정일을 제거하기 위해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김정일을 제거하기 위해 엄청난 량의 질산비료에 불을 붙여 폭발시킨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어린 학생들을 포함해서 수백 명이 희생됐는데요, 북한 당국은 그 사건을 남조선 정보기관의 소행이라는 거짓말을 유포했습니다. 순진한 북한 주민들은 북한당국의 이런 유언비어에 모두 속아 넘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가안전보위부는 폭발 사건에 대해 조용히 내부 조사에 들어갔지만 반체제 세력은 적발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의심 가는 자10여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전: 안강망선 선원들의 영웅적인 최후를 그린 이런 기록선전영화가 상식적인 차원에서 인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그들이 충성보다는 오히려 비웃음이나 저항감을 초래하는 역작용이 커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 물론입니다. 이번 사고를 수령에 대한 충성심의 한 본보기로 조작한 당국의 속셈에는 선원 모두가 사망했으니 달리 증언할 사람이 없다는 편리한 사실도 한 몫 했을 법 합니다. 더욱이 지금처럼 김정은에 대한 충성 실화들이 거의 고갈된 상황에서는 이런 신화 같은 사례가 충분히 활용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신념의 당부' 영화에서 나타난 비상식적인 주장은 조작이라는 인상을 털 수 없게 했고 주민들은 그만큼 당국의 말을 신뢰할 수 없게 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과거처럼 엉성하게 유언비어를 내돌리거나 어설픈 조작으로는 주민들의 믿음을 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죠.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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