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최근 북한 언론매체에서 김정은 시대 들어 확대한 미림 승마장에서 주민들이 결혼식을 하는 이색 사진들이 소개됐습니다. 승마장에서 결혼식을 하는 것은 한국이나 서방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진기한 일인데요, 결혼 풍속도가 바뀌고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강철환: 저도 미림승마장에서 말들과 함께 신혼부부가 결혼 사진을 찍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색결혼식치고는 너무 잘 안 어울리는 결혼식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결혼식은 대부분 가정집에서 치르지만 평양시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별도로 만들어진 결혼식 식당 같은 데서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체로 결혼식은 집에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미림승마장에서 결혼사진도 찍고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결혼식 풍속도의 변화라기보다는 미림승마장 자체의 홍보 목적이 더 큰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전: 미림승마장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확장된,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 치적거리가 아닙니까?
강: 그렇습니다. 미림승마장 결혼식 모습은 김정은이 인민과 함께 한다는 보여주기식 '쇼'가 분명합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서 사치성 건물과 시설들이 대거 건설됐는데 그것은 민생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들입니다. 물론 소득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 나라에서는 사치성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북한에서는 그러한 것들이 사치일 수 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를테면 미림 승마장은 물론이고 마식령 스키장과 문수물놀이장 등이 대표적인 사치성 시설로 볼 수 있습니다. 마식령 스키장은 통행이 거의 금지된 강원도 금강산 지역에 위치해있고 그곳에 가려면 몇 곳의 군부 보초소를 통과해야 하는 특별지역입니다. 입장료도 40유로로 일반 근로자의 6개월 월급과 맞먹는 큰 비용입니다. 북한의 최고 직장에서 버는 한 달 월급 30유로보다도 비싼 입장료입니다. 그래서 상위 1% 부자 외에 북한 주민 절대 다수는 가고 싶어도 입장할 수 없습니다. 그림의 떡인 것이죠. 마식령 스키장은 아직도 북한의 상류층이나 외국인들만 주로 찾고 있습니다.
전: 문수물놀이장은 어떻습니까? 북한 관영매체에서 가끔 사진도 나오고, 일반 주민들이 자주 찾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강: 문수물놀이장은 김정은의 치적 놀음에 따른 동양 최대 규모의 물놀이 시설입니다. 미림승마장이나 문수물놀이장이 정말로 김정은의 말대로 인민들을 위해서 만들었다면 인민들의 소득수준에 맞게 입장료를 책정해야 합니다. 국가가 일정한 비용은 대신 부담하면서라도 인민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만든 사치시설들은 투자비용을 회수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 시장가격으로 요금을 책정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미림승마장의 입장료가 10달러(북한돈 8천원)수준이고 문수물놀이장은 외국인의 경우 입장료 3달러에 사용료 14달러로 도합 17달러, 그러니까 북한돈으로는 14만원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외국인이 내는 요금보다는 싸지만 그래도 한번 이용하는데 3달러~5달러 수준의 사용료를 내야 합니다. 공무원 한 달 월급이 5천원(0.8달러)수준임을 감안하면 문수물놀이장 한 번 사용하는 비용이 월급의 4배에서 8배나 된다는 얘깁니다. 주민 생활비에 비교하면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가격입니다. 그러니까 일반 인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위층의 현금을 흡수하기 위한 돈벌이 기구인 것입니다.
전: 사치시설 운영 행태를 듣고 보니 북한이 사회주의, 공산주의 경제체제임에도 자본주의식 이익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건 원래 모든 인민을 위한 다는 북한 경제 이념과는 어긋나는 게 아닙니까?
강: 그렇습니다. 국가주도로 사치성 건물을 만들어놓고 자본주의식 시장 가격으로 폭리를 취해 국가 자금을 흡수하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북한은 김씨 통치자의 39호실 자금 등 수천만 달러를 탕진해 사치성 건물들을 지었습니다. 과거에는 그 자금은 날아가는 자금이었지만 이제는 모두 수익화를 실현하겠다는 겁니다. 김정은이 구상하는 것은 모든 인민이 그런 사치성 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월급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그것은 사실상 빛 좋은 개살구, 실현 불가능한 일입니다. 더군다나 문수물놀이장은 인근 평양시민들에게는 민폐성 시설로 악명이 자자합니다.
전: 민폐를 주는 놀이장이라? 무슨 말인가요?
강: 김정은이 문수물놀이장을 완성하면서 그곳에는 24시간 365일 모든 계절에 전깃불과 더운물을 공급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그런 지시의 명분은 평양의 어린이들에게 보다 좋은 놀이 시설을 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력난이 진짜 심각한 평양에서 문수물놀이장에 전기를 24시간 공급하려면 문수지역 주민들에 대한 전력공급은 거의 전부 중단해야 한다는 계산입니다. 그나마 평양화력발전소에서 잠깐씩 공급되는 더운물도 모두 물놀이장으로 돌려지면서 물놀이장 인근지역은 겨울 내내 더운물과 전기가 끊기다시피 하니 주민들 원성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수물놀이장 주변 사람들에게는 물놀이장이 지상낙원이 아니라 지상지옥처럼 여겨진다는 것이죠.
전: 하지만 실제 문수물놀이장 이용객들은 제법 많은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강: 겨울철에는 돈 있는 집안의 어린이들은 모두 문수물놀이장에 모인다고 보면 됩니다. 그곳에는 유일하게 더운물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겨울에는 고위층이 사는 건물에도 전기가 끊기는 경우가 많고 난방이 제대로 안 돼 아이들이 추위에 떨 수밖에 없습니다. 물놀이장은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추운겨울을 나게 하는 온천 같은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일본에서 원숭이들이 겨울이 되면 온천주변에 모여 추위를 달래는 모습처럼 평양 어린이들은 그야말로 추위를 피하기 위해 문수물놀이장에 모입니다. 그것도 돈이 있는 상위권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현실입니다. 김정은이 문수물놀이 장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다시 민생으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그 돈을 관리하는 부서는 노동당 안에 있는데요, 결국 김씨 왕조의 비자금으로 쓰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전: 결국 인민들은 그림의 떡과 같은 사치성 건물과 시설들에 등을 돌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북한 경제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고.
강: 그렇습니다. 그런 문제점을 이미 우려했던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은 김정은의 그런 경제시책을 반대하다가 희생됐습니다. 장성택은 당장의 사치성 건물보다 장기적인 기반시설 건설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경제 발전모델을 참작한 것입니다. 도로와 항만, 발전소를 먼저 확충해야 인민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장성택의 주장을 깡그리 무시하고 그를 무자비하게 처형했습니다. 사치성 건물의 중복되는 문제를 제기했던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도 수령 불복종 죄로 처형당했습니다.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 시대 이래 완전히 망가진 북한경제가 아들 김정은 시대에 와서는 거의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습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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