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2016 브라질의 리우 올림픽에 북한은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최룡해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하면서 스포츠 외교를 전망하는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 부위원장은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11일 꼭두새벽에 리우를 떠났고 예상됐던 스포츠 외교는 없었습니다. 북한의 고립상황만을 재확인시키는 꼴이 된 것 같습니다.
강철환: 그렇습니다. 최룡해를 특별히 파견한 것은 체육강국을 내세운 김정은이 이번 리우 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컸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만큼 최룡해의 어깨도 무거웠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지도자의 주력분야는 문화 예술이었습니다.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은 온종일 영화와 연극, 음악 예술을 지도하면서 그 분야에서의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김일성의 실제모델을 영화에 출현시킨 것도 김정일이 직접 창작에 나서면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아버지와는 달리 스포츠를 자신의 주요한 업적 분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체육 강국은 곧 김정은의 영상을 개선하는 전략과도 연계되어 있습니다. 김정은 본인도 그 자신 농구, 스키 등 체육 광이었기 때문에 이 분야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이 집권한 지 1년 뒤인 2012년 11월, 김정은은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신설해 고모부 장성택을 초대 위원장으로 앉혔고, 그를 처형한 뒤에는 최룡해를 후임으로 임명해 체육 분야에 국가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메달진입이 가능한 종목들을 더 키우고 국가적 위상이 걸린 축구에 대해 대대적 투자를 통해 한국을 넘어서야 한다는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정대세 등 재일교포 선수들과 해외에서 감독을 수입해 축구 현대화를 추구했지만 국제사회의 벽이 너무 높았던 것 같습니다. 북한이 전통적으로 강조하는 종목은 유도, 역도, 레슬링, 여자마라톤, 여자축구, 육상, 기계체조, 등입니다. 지금까지 꾸준하게 메달권에 진입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금메달 5개를 목표로 삼은 것입니다.
전: 그렇다면 이번 대회에서 김정은이 북한 선수단에 거는 기대가 다른 때보다 더 컸을 것 같습니다. 국가적 고립이 가중된 상황에서 대내외적 위기탈출에 북한팀의 선전은 호재가 되겠지요.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의 스포츠 사랑은 정말 남다릅니다. 김정은은 국제무대에서 우승한 선수들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었는데 자신이 직접 공항에 영접을 나가 그들을 맞이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스포츠에 대한 그의 광적인 관심은 다른 한편으로는 선수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기도 합니다. 국제경기에 나가면 금메달 따오라는 것이죠.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의 금메달 하나하나는 김정은의 위상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최룡해까지 나서서 지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 그래서인지, 이번에 북한의 역도 영웅 엄윤철이 은메달을 땄지만, 경기를 관람하던 최룡해 모습은 전혀 반색이 없었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최룡해가 엄윤철을 응원하러 나갔다가 은메달에 그치자 바로 자리를 뜨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첫 금메달 소식을 김정은에게 전하고 싶었겠지만 그것이 실패하자 선수를 위로하기는커녕 인상이 확 달라지며 자리에서 빠져 나갔습니다. 은메달도 금메달 못지않은 엄청난 것입니다. 그런데 엄윤철 선수 자신도 무척 실망했다는데, 그 만큼 지도자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북한 선수나 지도층의 이런 실망스런 태도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북한선수나 지도자의 반응은 그들 나름대로 금메달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고 합니다.
전: 이번에 올림픽 참가 국가 선수단 모두에게 한국의 삼성전자에서 최첨단 스마트폰 휴대전화 갤럭시 S7을 지급했습니다. 무려 1만 2천5백대라고 하던데요, 지역과 인종을 불문하고 참가 선수들이 삼성휴대전화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며 기뻐하는 모습이 전세계에 중계됐습니다. 하지만 유독 북한선수들 중에 이 휴대전화를 갖고 사진 찍은 모습은 없었습니다. 올림픽 현장취재를 하고 있는 저희 방송 기자가 특종 보도하면서 전세계에 알려졌습니다만.
강: 그렇습니다. 저도 그 보도를 봤습니다. 리우 올림픽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선수단 중 한 사람이 북한선수단에게 지급하는 휴대전화를 한꺼번에 받아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휴대전화를 선수들에게 지급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전: 북한 당국이 선수들에게 삼성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그 이유는 무얼까요?
강: 무엇보다도 김정은의 반한 감정이 극에 달한 것과 연관 지을 수 있겠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정부와 관계개선을 해보려고 나름 노력했지만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는 김정은은 그 할아버지 김일성이나 아버지 김정일 때보다 반한 감정이 최고조에 달해있습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남한 상품 배척운동을 벌였는데요. IT정보통신 기기에서 자동차까지 한국산을 사용하는 간부들이나 주민들이 발견되면 반역자로 간주할 만큼 엄격히 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나가있는 간부들도 삼성, LG 등 한국의 유명 업체들이 만든 IT기기를 쓰고 싶어하지만, 만일 몰래 사용하다가 걸리면 큰 화를 입기 때문에, 있어도 내놓고 쓰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몰래 숨겨놓고 사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인터넷 사용에 따르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삼성 휴대전화로 한글 인터넷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수단원들이 인터넷에 마음대로 접속할 수 있게 되고, 그 경우 선수들이 외부세계 사정을 알 수 있고 또 관심을 가지게 되면, 결과적으로 체제 유지와 결속에 나쁜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삼성전자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는 현실, 그 하나만으로도 아마 북한 선수들은 민족의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공짜로 얻은 최첨단 스마트폰을 쓰고 싶어도 김정은의 눈치를 보느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일 겁니다.
전: 북한 권력 2인자로 알려진 최룡해가 파격적으로 리우 올림픽 경기를 참관하면서 북한의 스포츠 외교, 측 체육외교 동향에도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최룡해는 체류 일주일 동안 관광, 응원과 금메달 획득에만 행보를 집중했지 체육외교다운 외교는 한번도 하지 못하고 떠나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조선중앙방송은 최 부위원장이 리우에 도착한 다음 날인 5일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과 회동했다고 7일자로 보도했습니다. 그 내용은 김정은이 파견한 최룡해가 브라질의 테메르 임시대통령과 만나 김정은의 인사를 전하고 브라질과 북조선의 친선협조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공화국 정부의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과,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은 최룡해에게 김정은에게 보내는 답사를 부탁했고 브라질과 조선의 친선협조 관계 발전을 강조했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한국의 연합뉴스가 브라질 외교부 대변인실 관계자에게 확인한 바로는 브라질 정부는 '북한에서 부통령급 고위 인사를 파견한 것은 알고 있으나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나 외교장관 등과 접촉하지는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전날 저녁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올림픽에 초청된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한 여러 나라 지도자들을 위해 만찬을 열었는데 거기서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각 지도자들과 악수하고 의례적인 인사를 나눈 것뿐이라는 것입니다.
전: 서방세계 언론에서는 북한 권력 2인자가 올림픽 선수단을 응원하러 온다면
의당 응원뿐이 아닌, 각국 지도자들과 회동해, 현재 북한을 옥죄고 있는, 유엔 대북제재나 북한의 인권유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탄을 조금이라도 유연하게 하는 어떤 외교적인 접촉의 계기로 삼지 않겠냐는 예상을 하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하지만 역시 북한은 국제외교나 국제관계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있는 세계 최악의 고립국가, 우물 안 개구리 나라임을 또 다시 드러냈다고 봅니다.
올림픽은 세계 선수들이 조국의 명예를 걸고 기량을 겨루는 스포츠 경기대회이지만
전세계인들의 화합과 평화의 축제이기도 합니다. 올림픽 행보에서 보여준 최룡해의 일관되게 경직된 모습… 그 모습이야말로 고립된 북한체제의 현실을 상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