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올 들어 핵과 장거리 미사일실험에 대한 유엔 대북제재, 그리고 5월 7차 당대회 준비를 위해 2월부터 시작된 70일 전투, 그게 끝난 지 한 달도 채 안돼 이어진 200일 전투가 계속되면서 북한에서는 간부들과 일반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최근 주영국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의 망명까지 터지면서 북한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들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이 '여명거리의 저주'에서 생긴 것이라고 하던데요, 무슨 얘깁니까?
강철환: 지금 평양의 여명거리는 김정은의 특명에 의해 국가 예산이 아닌 각 기관별로 자금을 빼돌려 건설되고 있습니다. 이미 미래과학자 거리를 세울 때 국가자금이 고갈돼 각 성별, 기관별 예산에서 각출해 아파트 건설을 하면서 북한의 주요기관들은 자금력이 휘청거릴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빠졌습니다. 김정은이 사치성 아파트 건설을 즉흥적으로 지시하면서 자금이 바닥나고 있는 기관들은 해외 외화벌이 기관에 자금 할당량을 내려먹인 상태였습니다. 중앙기관들은 그동안 비축한 뇌물자금들은 모두 뒤로 감춘 채 해외에 나가있는 외화벌이 기관에 중앙에서 감당해야 할 자금까지 모두 부담을 시킨 것입니다. 이미 미래과학자 거리 건설 때 자금을 만들기 위해 온갖 편법이 동원되고 해외식당에서는 종업원들을 매춘까지 시키며 돈을 모아 할당량을 채워서 보냈는데 당시 사람들은 미래과학자 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 건설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전: 결국 유엔제재로 돈줄이 마른 상태에서 평양의 사치성 거리 건설이 북한 간부들을 옥죄기 시작했다는 말이군요.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은 한번 어떤 일에 꽂히면 그것을 끝장을 볼 때까지 밀어붙이는 기질이 있습니다. 이런 것은 긍정적 요인도 있지만 잘못된 정책이나 결정일 경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김정은이 과학자 거리, 과학자 아파트, 과학의 전당 등 과학관련 건축물에 관심을 쏟자 주변 간부들은 거기에 맞추어서 아부를 하며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한 간부는 김정은이 대동강 구역에 또 다시 대규모의 과학의 전당 건물을 지으려 하자 이미 평양시 은정거리에 과학의 전당 큰 건물이 있고, 김정일 시대에 세워진 인민대학습당도 있다는 점을 들어 새 건물 건설은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고 제안을 했다가 그 자리에서 끌려 나가 공개처형을 당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누구도 김정은의 독단적 결정을 막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과학의 전당과 같은 건물들은 당 자금을 풀어 건설했기 때문에 간부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미래과학자 거리와 여명거리는 각 기관 개인들에게 그 모든 비용이 전가돼 문제가 심각해진 것입니다.
전: 당장 급한 것도 아니고 중복되는 건물을 또 짓는다는 데에 반대 소견을 내는 게 너무 당연할 것 같은데요.
강: 그렇습니다. 여명거리는 지은 지 오래된 지역으로 재개발이 필요한 지역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모든 기관의 외화가 고갈된 상태에서 다시 자금을 쥐어짜서 만들어야만 한다면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가 외부 사정이 좋아진 다음에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가뜩이나 어려운 대외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여명거리를 지어내라고 지시를 하니 간부들은 죽을 지경이 된 것입니다.
전: 최근 발생한 최고위급 간부들의 탈북이 여명거리 건설과 연관이 있을까요?
강: 저는 연관성이 있다고 봅니다. 태 공사의 경우 문제가 생긴 것 중의 하나가 북한에 요구하는 자금을 제때에 보내지 못해 그에 대해 보복성 조사가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보위부가 송환하려고 하자 탈북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합니다. 외무성의 경우에도 할당된 여명거리 아파트 건설 자금을 대기 위해 해외 대사관에 여명거리 건설을 위한 자금을 별도로 만들어 바칠 것을 수차례 요구해 왔다는 게 저희 북한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제대로 현금을 바치지 못하는 대사관 책임자들은 현직에서 물러나라는 압박까지 받고 있다고 합니다. 미래과학자 거리 건설 때 한바탕 돈을 빼앗긴 해외공관들은 여명거리 건설에 더 이상 돈을 대기가 불가능한 곳이 많았습니다. 유럽지역 대사관들은 비교적 잘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몫의 돈을 감당하라고 내려먹입니다. 조국(북한)은 고생하는데 부유한 자본주의 나라에 사는 외교관들은 너무나 배부른 생활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돈을 내야 한다고 북한 지도부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전: 하지만 실제 북한 외교관들은 공관 운영에 필요한 예산이 턱도 없이 부족해 그걸 보충하느라고 온갖 불법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그만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북한지도부는 해외 외교관들의 이러한 고충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외화벌이의 좋은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번에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한국에 망명한 태영호 공사의 경우에도 23평의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런던 시내로 나갈 때 물 게 되는 시내진입 통행료마저 걱정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습니다. 물가가 비싼 런던에서 생활하려면 최소 월 5천 달러 이상은 소요되지만 북한당국은 그 절반도 안 되는 2천 달러 이하를 지급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평양에서 김정은이 벌이는 아파트 건설에 적지 않은 자금 할당량을 받아 무조건 만들어 내야 하는 외교관들은 그야말로 막다른 상황에 몰리기 때문에 중대한 결단을 할 수 밖에 없겠죠. 전: 4월 초 중국 내 북한 식당의 13명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도 그렇고 그 후 잇따른 외교관들의 탈북은 결국 김정은의 무모한 평양 시내 건설에서 비롯됐다는 얘긴데요,
강: 그렇습니다. 요즘 평양에서는 여명거리가 귀신거리라는 말을 할 정도로 사람들의 저주가 심각할 정도입니다. 그 아파트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현금들은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의 외교관을 비롯해서 해외공관원들, 근로자들이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만들어지는 거리이기 때문입니다. 여명거리 자금 조달과 관련해 많은 간부들이 김정은의 지시를 이행하지 못하면 결국 보위부 검열을 받게 되는 것이고, 그 후과가 두려워 탈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 해외에 나가있는 사람들은 여명거리 건설자금 확보에 괴롭지만 정작 건설에 동원된 인민들도 죽을 맛이라고 하던데요, 어떤 상황입니까?
강: 요즘 북한 매체에서 여명거리 건설에 동원된 청년들을 선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조작된 영상들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경제난 때문에 공사판에 동원된 청년건설자들에게는 밥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저희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게다가 유례없는 무더위 속에서도 작업을 멈추지 않고 200일 전투를 벌여야 하면서 건설노동자들은 지난 수개월 동안 휴일도 없이 공사판에 내몰리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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