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최근 발생한 북한 함경북도 지역의 수해와 관련해 유엔아동기금(UNICEF)등이 현장 시찰한 결과 그 피해 규모와 정도가 매우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망자가 138명, 실종자도 400명, 가옥 2만채 가량이 파손 유실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피해 현장에 정작 지도자 김정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많다고 하죠?
강철환: 그렇습니다. 저희 북한전략센터 북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근래의 북한 민심이 상당히 변한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진짜 민생을 생각한다면 그 현장에 있어야 하나 과거부터 북한 지도자들은 재난 현장에 가지 않는 관행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실망감이 크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정은은 3년전 3차 핵실험을 하면서 핵무기의 다종화, 다량화, 소형화를 이뤘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인민경제에 주력하겠다고 신년사를 통해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이후 두 차례의 핵실험과 여러 차례의 미사일발사시험으로 수억 달러를 탕진하자 인민들 속에 불만이 여기 저기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함경북도에서 대규모 물난리가 터지자 전 인민들을 수해복구 지원 작업에 내몰고 있습니다.
전. 김정은의 조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도 인민들의 재해현장에 나가지 않은 것이 관행이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김정은이 현장 시찰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새삼스럽게 인민들에게 불만과 비난의 표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 저희 소식통들에 따르면 요즘 북한 인민들이 외부 소식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중국의 사천성 대지진 때 시진핑 주석이나 리커창 주석의 재해현장 방문 소식은 북한주민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북한에서는 지도자의 안전 때문에 험한 곳에는 지도자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으로 여겨졌습니다. 또 북한은 2년 반 전의 제주행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를 대대적으로 비난하면서 그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는데 조선중앙방송 텔레비전 보도에는 박 대통령이 직접 재난 현장에 나가서 주민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나오고 대통령이 또 직접 국민들의 온갖 비난의 목소리를 경청한다는 소식에 북한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미국에서도 허리케인 태풍이나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으레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이 직접 현장에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소식과 영상이 간접적으로 북한 내부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외부 세계의 정보 유통 덕분에 북한 인민들도 세계 지도자들이 재해 입은 인민들을 찾아가 위로 격려하고 그 복구에 최선을 다 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아 오면서 그런 지도자상에 익숙해 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함경북도 큰물 피해 재난현장에도 지도자인 김정은이 당연히 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전. 함경북도 큰물 때문에 인명과 가옥 피해가 엄청난데도 정작 지도자라는 김정은은 피해 현장보다는 자신의 고급 외제차를 타고 강원도 과수원을 다녀온 사진이 보도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또 다른 원성을 사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함경북도 홍수 피해 지역에 가 있어야 할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는 보기 드문 영국산 고급 스포츠 실용차 레인지로버를 타고 강원도 지역 과수원에 나타났습니다. 사과가 빨갛게 잘 익었다며 만족해 했다는 소식인데 인민들이 보기에도 참 역겨운 사진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인민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지도자라면 수해 현장에 가서 고통 받는 인민들을 위로 격려해야 하는데 한가하게 과수원 사과 밭이나 가서 거닐고 있으니 인민들 생각에 얼마나 한심하겠습니까?
전. 김정은이 강원도에 간 무슨 특별한 배경이 있습니까?
강. 과거 김정일 시대에도 가끔 지방 시찰을 다닐 때가 있었습니다. 인민들은 김정일이 참 먼 길을 인민을 위해서 다니고 있다고 생각을 했지만 소문은 점점 다르게 나고 있었습니다.
간부들을 중심으로 김정일이 전국각지에 산재한 자기의 별장에 놀러 갔다가 민생시찰이란 흉내를 내기 위해 그 지역을 잠깐씩 들른다는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김정일의 민생행보는 별장 행의 들러리밖에 안 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김정은이 다녀온 강원도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호화별장들이 밀집해 있는 곳입니다. 미국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을 데리고 환상적 파티 연회를 한 곳도 바로 강원도입니다. 그의 모친 고영희가 너무 좋아했던 곳이어서 김정은은 강원도 별장을 즐겨 찾고 있습니다. 인민들은 함경북도 수재민을 돕기 위해 아이들 코 묻은 돈까지 바쳐가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데 지도자라는 사람이 별장을 돌아 다니며 기껏 간 곳이 사과 밭이라니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전. 이번에 타고 간 영국산 고급차 레인지로버도 화제가 되고 있지요?
강. 그렇습니다. 유난히 겁이 많았던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기차를 주로 타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특별열차는 방탄 기차가 됐고 움직이는 집무실이라고 할 만큼 호화판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가끔 먼 곳은 비행기를 타기도 하고 주로 스포츠 실용차를 타고 다니는데 그의 젊은 나이와 사치스런 성격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이 차는 한 대 가격이 1억 원, 그러니까 미국 돈 10만달러 정도 되는 레인지로버 라는 영국제 차인데요 지방으로 다닐 때 김정은이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김정일과는 달리 기차가 아닌 자동차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3년 5월 7일 평양시 창광거리 교통보안원 리경심이란 처녀가 갑자기 공화국 영웅칭호를 받으며 벼락출세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차를 전속력으로 몰기를 좋아하는 스피드 광인 김정은이 새벽에 승용차를 몰고 평양시내를 휘젓고 다니다가 마주 오는 버스와 충돌하려는 순간 리경심이 기지를 발휘해 버스를 세워 김정은을 지켜냈다고 합니다. 김정은은 리경심이 자기를 살렸다고 그 자리에서 영웅칭호를 준 것입니다.
전. 김정은이 기차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강. 아직 젊고 아버지보다 참을 성이 없어서 장 시간 걸리는 기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못 참는 것 같습니다. 함경북도에 가려면 비행기나 기차를 타야 하는데 주변 간부들은 북한 비행기가 너무 낡은 러시아산 여객기이기 때문에 사고위험이 있어 안타는 것이 좋다고 권고해서 요즘에는 비행기 타는 모습도 잘 보기 힘듭니다. 그가 자주 다니는 강원도나 함경남도 신포지구의 잠수함 기지 정도가 김정은의 활동 반경으로 보입니다.
전. 외부세계 지도자들처럼 앞으로 김정은도 재난현장을 방문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강. 어려울 것입니다. 아마 김정은 주변의 아첨쟁이 신하들이 절대로 가지 못하게 말릴 것입니다. 재난 현장에는 주민들의 엄청난 불만이 쌓여있기 때문이죠. 지도자의 신변 안전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측근들은 여기기 때문에 김정은이 재난현장을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온다면 놀랄만한 일이 될 겁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