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강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강철환: 네, 안녕하십니까?
전: 지난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전후해 강등됐던 북한 군부계통의 장령 여러 명이 원위치로 복귀했다는 소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당창건 기념일을 국가최대의 명절로 준비한 북한은 민심을 달래기 위해 각종 혜택을 주기도 했는데요. 가장 획기적인 것은 그동안 많은 군 간부들이 김정은의 현장지도 때 처벌을 받으면서 떼였던 별들을 다시 원상 복구한 것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많은 군부 계통의 간부들이 떼였던 별들이 다시 어깨위에 붙여지자 김정은에게 충성맹세를 하면서 감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어린아이 같은 이런 유치한 놀음에 역겨워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전: 군인들이 딴 별들은 보통 수십 년간의 피와 땀의 결과물일 텐데요, 그런 별을 함부로 떼였다 붙였다 한다면 장령 당사자들에게는 그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일까요?
강: 김정은은 30대 초반의 어린나이라는 콤플렉스 (자격지심)와 나이 많은 군의 간부들이 자신을 깔볼지도 모른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그들을 함부로 다뤄온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김정은은 군부계통의 현지지도에 나가서 불만스런 게 있으면, 특별한 지시를 통해 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단위 책임자인 군관(장교)의 별을 그 즉석에서 떼는 방식으로 처벌했습니다. 너무나 많은 군부 계통의 간부들이 김정은에 의해 별이 떨어지자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고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김정은에게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군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바람직한 통치방식이 아닌데 김정은은 너무 멋대로 군인들의 별을 뜯었다 붙였다 하면서 군인들의 사기를 저하시켜 왔습니다.
전: 김정은 집권 4년 동안 별을 뜯기면서 망신당한 간부들 중에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어떤 사람들이 있겠습니까?
강: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지냈던 최룡해도 별을 뜯기는 수모를 당했고, 인민무력부장, 숙청당한 변인선 인민군 작전국장, 해군사령부 정치위원 등이 상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특히, 해군사령관 김명식은 인민군 대장에서 상좌로 강등되기도 했습니다.
전: 인민보안부 최부일 부장도 소장으로 강등됐었지요. 원위치로 복귀했습니까?
강: 네. 북한에서 인민보안부 부장은 인민군 대장 편제입니다. 그러니까 최부일의 견장이 대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됐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입수한 북한전략센터의 소식통 정보에 따르면 최부일이 대장으로 다시 승격했다고 합니다. 인민보안부 총수가 강등되어 소장이 되면 그 아래 나머지는 모두 대좌 이하로 추락되기 때문에, 최부일의 강등으로 많은 장성들이 졸지에 대좌 급 이하로 전락해 전국적으로 큰 망신을 당했습니다. 60대 노간부들이 대좌 이하의 견장을 달고 다니는 모습 자체가 큰 모욕감으로 다가왔고 보안부 간부들의 사기는 극도로 저하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북한전역의 치안을 담당한 보안부의 처지가 정말 딱하게 됐는데요. 그만큼 김정은이 인민보안부에 대한 감정이 악화됐었기 때문입니다.
전: 인민보안부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기에 대장이었던 최고 수장의 계급이 소장으로까지 떨어진 것입니까?
강: 장성택 숙청 처형 때문이었습니다. 장성택이 살아있을 때 노동당 행정부 소속에 인민보안부와 인민내무군이 포함돼서 장성택 직속 부서로 활동했습니다. 장성택은 인민보안부를 장악해 자신의 세력으로 만들었는데 장성택 숙청이후 보안부의 핵심간부들이 모두 처형되거나 수용소에 끌려가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이 사건 때문에 최부일은 별 하나를 잃어 대장에서 상장으로 강등됐습니다. 그 이후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인민보안부 부업지에서 초급 간부들이 자신들의 부업지에 잣을 따러 들어온 인민군 병사들을 구타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건이 김정은에게 보고되면서 김정은이 또 한 번 더 격노하게 됩니다. 그래서 최부일의 견장에서 별 하나가 또 다시 떨어져 중장으로 내려먹은 것입니다. 그 이후 인민보안부의 악재는 계속됐는데요. 작년 5월 인민보안부가 맡아서 건설 중이던 평양시 평천구역 소재 아파트가 붕괴되면서 수백 명이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보고를 받은 김정은은 다시 한 번 극도로 분노했고 별 두 개로 떨어졌던 최부일의 견장은 별 하나, 소장으로 강등됐습니다. 당시 최부일은 사고현장에서 피해자들을 모아놓고 사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한국 언론에서도 보도됐었습니다만, 북한 정권이 생긴 이래 사건 사고에 대해 당국자가 인민에게 사과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당시의 아파트 붕괴 사고가 민심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전: 그 한 달 전인 4월 한국에서는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건으로 온 나라가 안전 불감증을 성토하는 분위기이지 않았습니까? 북한도 당시, 이에 편승해 한국 정부를 연일 비난했는데요.
강: 그렇습니다. 당시 북한은 세월호 사건을 빌미로 박근혜 정부를 비난하고 있던 차에, 한 달 만인 거의 같은 시기에 평양에서도 이런 아파트 붕괴라는 대형 안전사고가 일어났으니 김정은 정권으로서도 엄청 곤혹스러웠겠죠. 남조선의 사고는 정부 책임이라고 비난했던 북한 정권이 평양의 아파트 붕괴사고를 단순히 인민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고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나오자 정부의 책임을 묻는 북한내부의 압력이 가중된 된 것도 한 몫을 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김정은은 세월호 사고를 비난하면서 한국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공세를 취해왔었는데 최부일이 이끄는 인민보안부의 실책으로 그런 선전선동 전략이 물거품이 된 셈입니다.
전: 별을 떼였다가 다시 붙여서 복귀한 군 간부들도 있지만 현영철 처럼 영원히 사라진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인민군 작전국장 변인선이 김정은의 중국군부와의 관계 개선을 즉흥적으로 처리하자 문제제기를 했다가 처형당했습니다. 현영철은 마약을 흡입한 채로 김정은이 참가한 대회에서 졸다가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간부들이 별을 떼이는데 그치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지 못한 사람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전: 군부 계통이 아닌 당 계통에서 근래에 복권된 민간 간부들 가운데 마원춘과 한광상이 눈에 뜁니다. 이들은 어떤 인물이고 또 어떻게 복귀가 가능했는지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강: 마원춘과 한광상은 김정은과 각별한 사이였고 핵심측근들이었습니다. 다른 간부 같으면 벌써 처형장에 섰을 사람들이지만 다시 살아난 것을 보면 김정은의 간부사업에 원칙과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셈입니다. 노동당 재정경리부 부부장 겸 국방위원회 설계국장을 맡았던 마원춘은 작년 평양 순안공항 신청사 건설에 주체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좌천된 데다 마약중독자였고, 재정경리부장 한광상은 노동당 자금을 횡령한 죄로 처벌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둘 다 버젓이 복권된 것을 보면 북한에 법치는 없고 오로지 김정은 세습정권의 전횡통치만 있다는 현실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강: 네.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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